5월 22일 태국 군부 쿠데타 발생과 함께 이뤄진 군 장성들의 공식 발표가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흘러나왔다. 6700만 태국 인구 가운데 3분의 1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주요 언론매체가 군부 통제로 넘어간 후 쿠데타나 정치 상황에 관한 정보는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됐고, 태국 군부는 5월 20일 새벽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협조하지 않는 누리꾼은 기소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와 함께 군부는 자국 내 주요 인터넷 사업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부적절한 사이트와 온라인 콘텐츠를 차단하라고 요구했다.
트위터를 통해 플래시몹을 조직한 일부 누리꾼이 정보당국에 의해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인터넷 사용을 아예 끊겠다는 군부의 위협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태국 국민은 계속해서 쿠데타 이후 소식을 외부에 전달했고, 심지어 ‘쿠데타 셀카(셀프카메라)’라는 흥미로운 현상까지 퍼졌다. 현지인과 관광객이 대형몰이나 대중교통 승강장, 정부청사 앞 등 거리 곳곳에 투입된 군인들과 함께 찍은 셀카 사진을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한 것이다.
젊은 유권자 표를 얻는 최고의 방법
동남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IT(정보기술) 시장이다. 동남아 전체 6억 인구 가운데 34%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특히 필리핀과 태국에서 소셜미디어가 가장 활발히 사용된다. 방대한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는 전략적 IT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이러한 브레이크 없는 성장에 긴장한 국가 지도부는 소셜미디어가 가진 정치적 영향력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새 인터넷 규제조치가 증가한 이유다.
소셜미디어의 부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시점은 선거철이다. 젊은 유권자의 표를 얻으려면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거운동은 필수다. 7월 9일 인도네시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예비역 장성 프라보워 수비안토와 자카르타 주지사 조코 위도도 후보는 모두 대선캠프에 소셜미디어 전담 팀을 꾸리고 이를 통해 상호 비방과 의혹을 제기하는 전략을 이어나갔다. 도시 지역 유권자 표심을 얻는 데 소셜미디어가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된 셈이다.
물론 소셜미디어 없이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훈 센 총리를 앞세운 캄보디아의 집권 여당 캄보디아인민당은 선거에서 온라인 선거 캠페인을 배제했다. 인터넷에 집중한 야당 측과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선거 조작 의혹이 일긴 했지만 최종 선거 결과는 여당 측 승리였다. 그러나 캄보디아인민당은 2008년 선거에 비해 22석이나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 최장수 국가수반인 센 총리는 선거 직후 의회 연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페이스북 사용자들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하자 각국 정부는 소셜미디어가 아시아의 전통 가치를 해친다고 주장하며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과도한 인터넷 검열이 대중의 반감을 자극할 것을 우려하는 이들은 정교한 정책을 고안해 국가의 규제 권한을 점점 확장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그에 비해 온라인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흔히 ‘가벼운 간섭’이라 부르는 싱가포르의 인터넷 정책이다. ‘책임감 있는 인터넷 사용을 장려하고자 최소한의 규정을 마련한다’는 목표하에 싱가포르 정부는 뉴스사이트 운영자들에게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있다. 라이선스를 받으려면 각 사이트 운영자는 정부의 삭제 요청이 있을 경우 24시간 내에 조치를 취한다는 조건에 합의해야 한다. 정치 관련 웹사이트는 운영 자금의 출처를 밝혀야 하고, 사이트 편집자를 비롯한 주요 구성원의 개인 신상을 제출해야 한다. 정치·사회 이슈를 다루며 인기를 누렸던 한 사이트는 이에 저항하다 폐쇄되기도 했다.
IT 수준이 낮은 몇몇 국가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인터넷 기반 시설 확충을 꺼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열악한 인프라로 국민의 인터넷 접속 자체가 쉽지 않은 미얀마는 인터넷 연결 속도를 늦추거나 저렴한 스마트폰과 심(SIM) 카드를 사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검열을 대신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얀마는 인종 간, 종교 간 마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소셜미디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 소수민족에 속하는 무슬림이나 박해받는 인종에 대한 증오 발언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언제든 인터넷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빌미다.
베트남의 경우 주요 언론이 모두 정부의 엄격한 검열을 받고 있고 소셜미디어는 거의 상시적으로 차단된다. 그러나 ‘지적재산권 보호’를 내걸고 이어지는 정부당국의 체포와 처벌에도 반체제 블로거들의 활동은 확산 일로다. 특히 최근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 영해권 분쟁이 불거지자 베트남 누리꾼은 중국의 태도를 비판하며 국가주의 성향의 온라인 캠페인을 활발히 이어갔다. 베트남 정부는 이러한 활동을 사실상 방조했지만, 인터넷에서 정치적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맛’을 느낀 누리꾼의 욕구가 어디로 번질지는 쉽게 점치기 어렵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서는 소셜미디어가 시위를 촉발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지난해 총선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결집한 수천 명 규모의 말레이시아 시위대는 연립여당의 정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필리핀 누리꾼은 고위 정치인들이 연루된 이권 개입 스캔들이 폭로된 직후 수도 마닐라에서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는 데 성공했다. 태국의 반(反) 쿠데타 분위기가 대규모 민주주의 운동으로 확산될 개연성도 있다. 소식을 공유하고, 갖가지 기발한 시위를 조직해 쿠데타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소셜미디어가 기본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보급률은 여전히 낮아
동남아 각국에 몰아닥친 이러한 열풍이 과연 ‘아랍의 봄’ 같은 국민봉기로 이어질 수 있을까. 단정하긴 이르지만 아직까지는 정부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변혁은 더 많은 대중, 특히 극빈층이 소셜미디어를 손쉽게 접할 수 있어야 가능하지만,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동남아 국가의 인터넷 보급률은 여전히 매우 낮기 때문이다.
동남아 국가 정부들은 최소한 한 가지 사항에서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미묘하지만 미묘하지 않은 수준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언론을 통제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을 구축하자는 목표다. 이런 흐름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야말로 동남아 국가 유권자들이 소셜미디어가 가진 ‘자유의 힘’을 만끽하기 위해 돌파해야 하는 첫 번째 관문일 것이다.
※ ‘Global Asia’는 동아시아재단이 발간하는 국제문제 전문 계간 영문저널이다. ‘21세기 아시아가 열어가는 세계적 변화의 형성 과정을 주목한다’는 기조 아래 아시아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해 각국 전문가와 정책결정자들의 공론장 구실을 담당한다.
트위터를 통해 플래시몹을 조직한 일부 누리꾼이 정보당국에 의해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인터넷 사용을 아예 끊겠다는 군부의 위협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태국 국민은 계속해서 쿠데타 이후 소식을 외부에 전달했고, 심지어 ‘쿠데타 셀카(셀프카메라)’라는 흥미로운 현상까지 퍼졌다. 현지인과 관광객이 대형몰이나 대중교통 승강장, 정부청사 앞 등 거리 곳곳에 투입된 군인들과 함께 찍은 셀카 사진을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한 것이다.
젊은 유권자 표를 얻는 최고의 방법
동남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IT(정보기술) 시장이다. 동남아 전체 6억 인구 가운데 34%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특히 필리핀과 태국에서 소셜미디어가 가장 활발히 사용된다. 방대한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는 전략적 IT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이러한 브레이크 없는 성장에 긴장한 국가 지도부는 소셜미디어가 가진 정치적 영향력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새 인터넷 규제조치가 증가한 이유다.
소셜미디어의 부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시점은 선거철이다. 젊은 유권자의 표를 얻으려면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거운동은 필수다. 7월 9일 인도네시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예비역 장성 프라보워 수비안토와 자카르타 주지사 조코 위도도 후보는 모두 대선캠프에 소셜미디어 전담 팀을 꾸리고 이를 통해 상호 비방과 의혹을 제기하는 전략을 이어나갔다. 도시 지역 유권자 표심을 얻는 데 소셜미디어가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된 셈이다.
물론 소셜미디어 없이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훈 센 총리를 앞세운 캄보디아의 집권 여당 캄보디아인민당은 선거에서 온라인 선거 캠페인을 배제했다. 인터넷에 집중한 야당 측과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선거 조작 의혹이 일긴 했지만 최종 선거 결과는 여당 측 승리였다. 그러나 캄보디아인민당은 2008년 선거에 비해 22석이나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 최장수 국가수반인 센 총리는 선거 직후 의회 연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페이스북 사용자들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하자 각국 정부는 소셜미디어가 아시아의 전통 가치를 해친다고 주장하며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과도한 인터넷 검열이 대중의 반감을 자극할 것을 우려하는 이들은 정교한 정책을 고안해 국가의 규제 권한을 점점 확장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그에 비해 온라인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흔히 ‘가벼운 간섭’이라 부르는 싱가포르의 인터넷 정책이다. ‘책임감 있는 인터넷 사용을 장려하고자 최소한의 규정을 마련한다’는 목표하에 싱가포르 정부는 뉴스사이트 운영자들에게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있다. 라이선스를 받으려면 각 사이트 운영자는 정부의 삭제 요청이 있을 경우 24시간 내에 조치를 취한다는 조건에 합의해야 한다. 정치 관련 웹사이트는 운영 자금의 출처를 밝혀야 하고, 사이트 편집자를 비롯한 주요 구성원의 개인 신상을 제출해야 한다. 정치·사회 이슈를 다루며 인기를 누렸던 한 사이트는 이에 저항하다 폐쇄되기도 했다.
IT 수준이 낮은 몇몇 국가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인터넷 기반 시설 확충을 꺼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열악한 인프라로 국민의 인터넷 접속 자체가 쉽지 않은 미얀마는 인터넷 연결 속도를 늦추거나 저렴한 스마트폰과 심(SIM) 카드를 사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검열을 대신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얀마는 인종 간, 종교 간 마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소셜미디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 소수민족에 속하는 무슬림이나 박해받는 인종에 대한 증오 발언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언제든 인터넷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빌미다.
베트남의 경우 주요 언론이 모두 정부의 엄격한 검열을 받고 있고 소셜미디어는 거의 상시적으로 차단된다. 그러나 ‘지적재산권 보호’를 내걸고 이어지는 정부당국의 체포와 처벌에도 반체제 블로거들의 활동은 확산 일로다. 특히 최근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 영해권 분쟁이 불거지자 베트남 누리꾼은 중국의 태도를 비판하며 국가주의 성향의 온라인 캠페인을 활발히 이어갔다. 베트남 정부는 이러한 활동을 사실상 방조했지만, 인터넷에서 정치적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맛’을 느낀 누리꾼의 욕구가 어디로 번질지는 쉽게 점치기 어렵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서는 소셜미디어가 시위를 촉발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지난해 총선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결집한 수천 명 규모의 말레이시아 시위대는 연립여당의 정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필리핀 누리꾼은 고위 정치인들이 연루된 이권 개입 스캔들이 폭로된 직후 수도 마닐라에서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는 데 성공했다. 태국의 반(反) 쿠데타 분위기가 대규모 민주주의 운동으로 확산될 개연성도 있다. 소식을 공유하고, 갖가지 기발한 시위를 조직해 쿠데타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소셜미디어가 기본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보급률은 여전히 낮아
동남아 각국에 몰아닥친 이러한 열풍이 과연 ‘아랍의 봄’ 같은 국민봉기로 이어질 수 있을까. 단정하긴 이르지만 아직까지는 정부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변혁은 더 많은 대중, 특히 극빈층이 소셜미디어를 손쉽게 접할 수 있어야 가능하지만,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동남아 국가의 인터넷 보급률은 여전히 매우 낮기 때문이다.
동남아 국가 정부들은 최소한 한 가지 사항에서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미묘하지만 미묘하지 않은 수준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언론을 통제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을 구축하자는 목표다. 이런 흐름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야말로 동남아 국가 유권자들이 소셜미디어가 가진 ‘자유의 힘’을 만끽하기 위해 돌파해야 하는 첫 번째 관문일 것이다.
※ ‘Global Asia’는 동아시아재단이 발간하는 국제문제 전문 계간 영문저널이다. ‘21세기 아시아가 열어가는 세계적 변화의 형성 과정을 주목한다’는 기조 아래 아시아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해 각국 전문가와 정책결정자들의 공론장 구실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