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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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로켓 쏘고 투자법 발표 누가 믿고 투자하겠는가

北 핵무력·경제 병진노선 도그마…전략적 경제법에도 투자는 잠잠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입력2014-07-14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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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3월 1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의 발사 계획을 발표했다. 4월 15일 고(故)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을 맞아 4월 12일부터 16일 사이 발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갓 들어선 김정은 체제의 첫 장거리 로켓 발사 예고에 세계는 한반도를 주목했다. 나이 어린 지도자의 도발 가능성이 우려와 불안을 자아냈다. 불과 10여 일 전 북한과 미국이 2·29 합의를 했던 터라 더욱 뜻밖의 발표였다. 2·29 합의는 미국이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북한은 비핵화 사전 조치를 이행한다는 내용이었다.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예고에 국제사회는 일제히 우려를 쏟아냈다. 미국 국무부는 “매우 도발적인 계획”이라고 비난하며 북한이 발사를 강행할 경우 대북 식량지원을 보류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외교부 장즈쥔 상무부부장이 지재룡 주중북한대사를 만나 우려를 표명했고, 러시아 외무부도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북한의 로켓이 일본으로 향할 경우 미사일방어(MD) 시스템으로 요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북한은 예고대로 4월 13일 광명성 3호를 발사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광명성 3호 발사 예고 다음 날인 3월 17일 조선중앙통신은 ‘나선경제무역지대법’과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법’ 전문을 공개했다. 전자는 2011년 12월 2일 개정된 법이고, 후자는 그다음 날인 12월 3일 제정된 법이다. 2011년 말 북한이 제정 또는 개정한 14개 경제 관련법 가운데 두 가지였다. 조선중앙통신이 경제법 전문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황금평·위화도와 나선(나진·선봉)경제특구 개발을 더욱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김정일 사망’ 이후 석 달 만에 장거리 로켓 발사를 예고하고, 바로 다음 날 두 가지 경제법의 전문을 공개한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1년 뒤 북한이 발표한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의 서곡이라 할 수 있다. 2013년 3월 31일 북한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선택했다.



    북한 경제법 한국 통일에 부정적?

    이는 한편으론 김정은 체제 북한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새로운 지도자 체제하에서 내부 결속을 위해 광명성 3호라는 카드를 이용해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현실, 그와 동시에 경제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 등 조화를 이룰 수 없는 이 두 가지 목표는 그 성격상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국내 북한 연구자들은 2011년 말 제정 또는 개정된 14개 북한 경제 관련법에 대해 잇달아 분석 논문을 발표하고 관련 포럼도 개최했다. 2012년 4월 하순 당시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은 나선경제무역지대법과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법을 중심으로 ‘북한의 특수경제지대법의 최근 동향과 평가’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두 법의 거버넌스(관리·통치) 구조는 ‘지도기관-관리위원회-개발기업’이란 3가지 모델을 취하는데 이는 ‘지도기관-관리기관-개발업자’라는 개성공업지구의 기본 틀과 유사하다. 다른 한편으론 중국과 싱가포르 사이 쑤저우공업원구 공동개발 방식과도 유사하다. 북한이 중국 정부의 관여 속에 공동 개발 운영 방식으로 특구 개발을 추진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점이 주목된다. 중국식 개혁·개방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향후 통일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초래해 한국 주도의 통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3개 개정법을 분석한 당시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내용이나 형식에서 과거 어느 법보다 진일보한 법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유화에 따른 보상제도와 분쟁 해결을 위한 조정제도 도입, 노동력 채용의 경직성 완화 등을 특징으로 꼽았다. 특히 국유화 보상제도와 투자분쟁 해결 수단으로 조정제도를 새로 도입한 것은 외자유치를 강화하려는 정책적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남한에서 경쟁적으로 진행된 북한 14개 경제 관련법에 대한 분석은 북한도 파악하고 있었다.

    장거리 로켓 쏘고 투자법 발표 누가 믿고 투자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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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측 인사, “남측 평가 적극 수용”

    필자는 2012년 여름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경제계 유력 인사를 만났다. 이 인사는 북한의 14개 경제법에 대한 남측의 분석 보고서를 입수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쪽의 평가를 환영한다”면서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제안이라면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측 인사가 이처럼 남한의 평가에 대해 적극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 북한은 남한의 평가를 간섭으로 여기고 반박했던 게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북측 인사는 김정은 체제 북한 경제계의 유력 인사라는 점에서 이러한 그의 발언은 김정은 체제 북한이 김정일 시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제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만남에는 우리나라 경제계 유력 임원이 함께했다. 그는 북한 경제에 식견이 있는 인사였다. 북측이나 남측 모두 필자의 기자 신분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익명으로 참여한 필자는 조용히 그들 대화를 경청했다. 남측 인사는 북측 경제계 인사 발언에 “상당히 시장 친화적”이라며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2013년 말에도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법 전문을 한 차례 더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이 크리스마스에 홈페이지를 통해 7장 74조의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법전문을 공개했다. 당시 일부 언론은 이 법 전문이 제정 이후 2년 만에 첫 공개됐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은 2012년 3월 공개 이후 두 번째였다.

    2013년 말 북한이 또다시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법 전문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장성택 처형’이라는 변수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해 12월 12일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세계 언론은 북한의 불안정성과 신뢰 부족에 경악했고, 이러한 북한에 과연 누가 뭘 믿고 투자하겠는가 하는 비판이 쇄도했다. 특히 장성택의 대표적 업적이라 할 황금평·위화도 개발 사업이 힘들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북한은 장성택 처형에도 그가 추진해온 경제특구 개발 등의 사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법 전문을 다시 한 번 공개한 것은 황금평 개발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자신들 의지를 재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14개 경제 관련법 전문을 발표한 지 2년이 훌쩍 지났지만, 현재까지 외국인 투자는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외국 투자자가 북한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법과 제도가 취약해서라기보다 ‘신뢰 부족’ 때문이다. 아무리 멋들어지게 법과 제도를 마련해놓아도 과연 그걸 지킬지 믿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훨씬 근본적인 문제다. 법과 제도는 결과물로 제시할 수 있지만, 신뢰는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내놓을 수 없는 무형 자산이다. 이 단순한 원칙, 북한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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