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흔히 돈 길을 안내하는 신호등이라고 한다. 금리 움직임이 보내는 신호에 따라 돈이 가는 길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얘기하자면 금리가 높으면 주식과 부동산 수익이 나빠지고, 반대로 낮으면 주식과 부동산으로 돈이 흘러간다고 한다.
주식, 부동산, 예금 등 자산은 길게 보면 모두 경쟁관계에 있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다른 자산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부동산은 조달 금리(대출 금리)가 높아져 수익성이 떨어지고, 기업도 대출 비용 증가로 경영 환경이 악화한다(물론 부채 비율이 낮고 현금이 많은 회사는 주가가 오른다). 투자자도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고금리를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자산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이 금리를 둘러싼 자산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논리 구조다.
주식·부동산시장도 제자리걸음
실제 이런 논리가 작동했던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주식과 부동산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거뒀다. 부동산, 그중에서도 주택시장은 금리 민감도가 높은 재건축 아파트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해 상승세가 일반 아파트로 확산하는 전형적인 패턴을 보였다. 주식시장도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급속히 떨어지면서 2000년 초부터 10년 가까이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자산시장을 이런 기본 논리로만 설명하는 데는 무리가 있는 듯하다. 오히려 전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4월 29일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1996년 한국은행이 금리 통계를 내기 시작한 후 가장 낮은 2.6%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2%가 갓 넘은 수준이다.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꾸준히 유입되던 정기예금 가입자 수도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몇 년 전까지 ‘4%대 예금의 종말’이란 표현이 신문 금융면에 등장했는데, 이젠 3% 예금마저 보기 어려워졌다. 이 정도 금리 수준이면 은행 예금의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실질가치는 마이너스나 다름없다. 단순히 예금이란 형식을 빌려 현금을 들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당연한 얘기지만 대출 금리도 낮아진다. 5년 고정 금리 대출 이율(부동산 담보대출 기준)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택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꿈틀거리는 것 같더니 제 풀에 쓰러지듯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임대 소득 목적으로 2000년대 들어 인기를 끌었던 오피스텔도 갈수록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4년 4월 서울의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5.6%로 이 은행이 2010년 7월 오피스텔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2∼3년 동안 오피스텔 공급 증가와 전세의 월세 전환 등으로 월 임대료가 하락한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주식시장이라고 뾰족한 흐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를 빗댄 ‘박스피’란 말에서 볼 수 있듯 2011년 이후 3여 년간 1800~2000포인트에서 움직이고 있다. 대다수 증시 전문가는 당분간 2000포인트대를 뚫고 한 단계 레벨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약하려면 새로운 재료나 주도주가 등장하거나 기업들의 이익이 좋아져야 하는데, 이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사상 최저치의 금리 수준, 부동산시장의 지지부진한 가격 흐름과 하락세인 임대수익률, 박스권에 갇힌 주식시장이 현재 우리가 목격하는 국내 자산시장 풍경이다. 혹자는 이런 자산시장의 모습을 두고 ‘재테크 암흑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지금처럼 자산시장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운 시대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비용 줄이면 실질 수익은 늘어
먼저 손에 확실히 잡히는 것을 공략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비용’이다. 투자 수익은 모든 비용을 제외하고 내 손에 남는 것이다. 비용을 줄이면 실질 수익은 늘어난다. 여기서 말하는 비용은 자산을 매입하고 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와 세금 등 모든 거래 비용을 뜻한다. 동일한 조건이라면 더 낮은 수수료의 상품과 절세형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다.
또 하나는 벌어놓은 돈이 많은 곳을 찾는 것이다. 주식으로 얘기하면 자산주나 배당주 같은 것을 말한다. 최근 몇 년간 저성장 기조가 정착하면서 성장보다 가치에 대한 시장 선호도가 높아졌다. 부동산이나 현금을 많이 들고 있는 기업의 주가가 많이 오르고, 꾸준히 배당을 주는 주식이나 배당주 펀드의 성과가 좋다. 이들 기업의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주식시장에 성장주가 주역으로 등장하지 않는 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우리나라 대표기업의 시가배당률은 1%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국민연금 등 자산의 연금화가 진척되면 배당 수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현재 연기금뿐 아니라 연금 관련 상품은 그 규모가 매년 늘고 있다). 주가가 오르지 않는데 투자도 많이 하지 않고 회사에 현금을 쌓아두는 것은 주주 처지에선 용납하기 쉽지 않다. 고령화로 자산이 연금화되고, 시장이 게걸음하며,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정착하면 배당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배당을 적게 주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회적 압력이 가해질 개연성도 높다.
투자 대상을 결정할 때는 가격에 초점을 맞추는 자세가 더더욱 요구된다. 오를 것 같지 않으면 싸게 사면 된다. 싸게 사면 최악의 경우가 닥쳐도 덜 까먹는다. 과거에는 경매시장에 온기가 돌면 부동산시장도 좋아졌다. 그래서 경매시장을 부동산시장의 선행지표로 바라봤다. 하지만 지금은 따로 논다. 싸게 사는 시장 구실만 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가치주 펀드 같은 스타일의 펀드가 몇 년째 약진하고 있다. 물론 계속 좋아지리라는 장담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중요한 현실은 적당한 가격에 사서 비싸게 파는 시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선구안이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했다. 하지만 투자 세계에서 용감한 자는 장렬하게 최후를 맞기 일쑤다. 특히 지금처럼 성장 흐름이 보이지 않을 때는 차라리 소심한 겁쟁이가 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주식, 부동산, 예금 등 자산은 길게 보면 모두 경쟁관계에 있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다른 자산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부동산은 조달 금리(대출 금리)가 높아져 수익성이 떨어지고, 기업도 대출 비용 증가로 경영 환경이 악화한다(물론 부채 비율이 낮고 현금이 많은 회사는 주가가 오른다). 투자자도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고금리를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자산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이 금리를 둘러싼 자산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논리 구조다.
주식·부동산시장도 제자리걸음
실제 이런 논리가 작동했던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주식과 부동산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거뒀다. 부동산, 그중에서도 주택시장은 금리 민감도가 높은 재건축 아파트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해 상승세가 일반 아파트로 확산하는 전형적인 패턴을 보였다. 주식시장도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급속히 떨어지면서 2000년 초부터 10년 가까이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자산시장을 이런 기본 논리로만 설명하는 데는 무리가 있는 듯하다. 오히려 전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4월 29일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1996년 한국은행이 금리 통계를 내기 시작한 후 가장 낮은 2.6%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2%가 갓 넘은 수준이다.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꾸준히 유입되던 정기예금 가입자 수도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몇 년 전까지 ‘4%대 예금의 종말’이란 표현이 신문 금융면에 등장했는데, 이젠 3% 예금마저 보기 어려워졌다. 이 정도 금리 수준이면 은행 예금의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실질가치는 마이너스나 다름없다. 단순히 예금이란 형식을 빌려 현금을 들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당연한 얘기지만 대출 금리도 낮아진다. 5년 고정 금리 대출 이율(부동산 담보대출 기준)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주택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꿈틀거리는 것 같더니 제 풀에 쓰러지듯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임대 소득 목적으로 2000년대 들어 인기를 끌었던 오피스텔도 갈수록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4년 4월 서울의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5.6%로 이 은행이 2010년 7월 오피스텔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2∼3년 동안 오피스텔 공급 증가와 전세의 월세 전환 등으로 월 임대료가 하락한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주식시장이라고 뾰족한 흐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를 빗댄 ‘박스피’란 말에서 볼 수 있듯 2011년 이후 3여 년간 1800~2000포인트에서 움직이고 있다. 대다수 증시 전문가는 당분간 2000포인트대를 뚫고 한 단계 레벨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약하려면 새로운 재료나 주도주가 등장하거나 기업들의 이익이 좋아져야 하는데, 이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사상 최저치의 금리 수준, 부동산시장의 지지부진한 가격 흐름과 하락세인 임대수익률, 박스권에 갇힌 주식시장이 현재 우리가 목격하는 국내 자산시장 풍경이다. 혹자는 이런 자산시장의 모습을 두고 ‘재테크 암흑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지금처럼 자산시장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운 시대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비용 줄이면 실질 수익은 늘어
먼저 손에 확실히 잡히는 것을 공략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비용’이다. 투자 수익은 모든 비용을 제외하고 내 손에 남는 것이다. 비용을 줄이면 실질 수익은 늘어난다. 여기서 말하는 비용은 자산을 매입하고 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와 세금 등 모든 거래 비용을 뜻한다. 동일한 조건이라면 더 낮은 수수료의 상품과 절세형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다.
또 하나는 벌어놓은 돈이 많은 곳을 찾는 것이다. 주식으로 얘기하면 자산주나 배당주 같은 것을 말한다. 최근 몇 년간 저성장 기조가 정착하면서 성장보다 가치에 대한 시장 선호도가 높아졌다. 부동산이나 현금을 많이 들고 있는 기업의 주가가 많이 오르고, 꾸준히 배당을 주는 주식이나 배당주 펀드의 성과가 좋다. 이들 기업의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주식시장에 성장주가 주역으로 등장하지 않는 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우리나라 대표기업의 시가배당률은 1%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국민연금 등 자산의 연금화가 진척되면 배당 수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현재 연기금뿐 아니라 연금 관련 상품은 그 규모가 매년 늘고 있다). 주가가 오르지 않는데 투자도 많이 하지 않고 회사에 현금을 쌓아두는 것은 주주 처지에선 용납하기 쉽지 않다. 고령화로 자산이 연금화되고, 시장이 게걸음하며,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정착하면 배당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배당을 적게 주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회적 압력이 가해질 개연성도 높다.
투자 대상을 결정할 때는 가격에 초점을 맞추는 자세가 더더욱 요구된다. 오를 것 같지 않으면 싸게 사면 된다. 싸게 사면 최악의 경우가 닥쳐도 덜 까먹는다. 과거에는 경매시장에 온기가 돌면 부동산시장도 좋아졌다. 그래서 경매시장을 부동산시장의 선행지표로 바라봤다. 하지만 지금은 따로 논다. 싸게 사는 시장 구실만 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가치주 펀드 같은 스타일의 펀드가 몇 년째 약진하고 있다. 물론 계속 좋아지리라는 장담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중요한 현실은 적당한 가격에 사서 비싸게 파는 시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선구안이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했다. 하지만 투자 세계에서 용감한 자는 장렬하게 최후를 맞기 일쑤다. 특히 지금처럼 성장 흐름이 보이지 않을 때는 차라리 소심한 겁쟁이가 되는 게 나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