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참된 숨결 나려나려
이제 여기 고웁게 나려
두북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픈 것
아름답도다
두 눈 맑게 뜨고 가슴 환히 헤치다
화가가 가난한 서귀포 생활 중 썼다는 시 한 편이다. 차마 화폭에 담을 수 없는 말이 그림처럼 남았다. 그의 그림인 소를 보면서 이 시를 생각하면, 금방 튀어나올 것 같은 소의 퉁방울눈이 떠오른다. 크고 순한 그 눈은…. 봄날 초가집 앞마당이 한가하다. 그 눈이 말한다. 삶이 외롭고 서글프다고. 봄바람이 불면 제주에 가고 싶다. 가난한 시인 이중섭의 좁은 골방에 누워보고 싶다. ─ 원재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