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발간한 ‘2013 사법연감’에 따르면 결혼 20년 이상 된 부부가 갈라서는 ‘황혼이혼’이 꾸준히 늘면서 2012년 사상 처음으로 4년 차 미만 부부의 ‘신혼이혼’ 건을 넘어섰다.
법률적으로 보면 이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녀 양육이고 그다음은 재산 분할이다. 황혼이혼의 경우 자녀가 이미 장성해 양육권이나 양육비 문제가 별로 없다. 어린아이를 생각해 참을 필요도 없다. 또 재산 분할 문제를 보면, 가사노동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면서 재산 중 거의 절반을 배우자에게 분할해줘야 한다. 경제가 발전하고 재산 보유 실명화가 계속 진행됨에 따라 이혼 시 받는 분할 재산은 소위 ‘실속’ 있는 것이 됐다. 나누려 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나눌 수 있고, 적지 않게 받아 생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황혼은 이제 곧 종착역이 온다는 의미다. 30세에 결혼해 30년간 부부로 살았다면 60세가 된다. 예전 같으면 당연히 인생 황혼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평균수명이 대략 80세라고 보면 20년이라는 세월이 더 남았다. 노인이 환갑을 맞으면 마을 경사라며 같이 기뻐해주던 시절은 이미 갔다. 이제는 환갑잔치 자체가 거의 없어졌다. 인생 60세는 더는 황혼이 아니다. 오히려 가족을 위해 희생하면서 살았으니 이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싶은 때다. 따라서 인생의 종착역을 앞두고 헤어진다는 의미인 황혼이혼이라는 말은 더는 타당하지 않다.
남편은 30년간 돈을 벌어 대부분 집에 가져다주고 아내는 그 돈으로 살림을 꾸렸을 것이다. 남편은 30년간 가져다준 돈과 그 돈을 벌려고 들인 어마어마한 인내 및 노동을 강조하고 싶겠지만, 아내는 지금 남은 것이라곤 집 한 채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부터는 그 집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아내와 친구가 되는 것이 최선이다. 최소한 ‘주적’ 관계는 피해야 한다. 남편도 이제 노쇠해 활동력이 많이 감퇴한 만큼 아내와 잘 지내는 것이 힘든 일은 아니지만, 늙었다고 해도 기질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서 쉽게 되는 일도 아니다. 심리적으로는 고통의 기억이 더 오래 남는 법이라 감정 처리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노부부는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야 한다. 남편 처지에서는 지금까지 영역을 확대해왔는데 자꾸 빼앗기는 형세가 되니 더 서러울 수 있다. 그런데 황혼이혼 주동자는 거의 아내 쪽이다. 그러니 과거 영광은 상상 속에서나 즐기고 현실에서는 조금씩 빼앗기면서 같이 쓰는 것이 슬프지만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