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옷깃 한 번 스치고 말았을 사람들이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인생을 섞게 되는 과정을 단지 운명이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시간이 흘러, 두 남녀 사이에 사랑이 사라지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결국 타인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충동적인 결정이 남긴 처절한 대가인가.
내털리 포트먼, 주드 로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 잘 알려진 연극 ‘클로저’는 외면하고 싶었던 사랑의 본질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랑에 빠질 때 느끼는 설렘은 아주 잠시뿐, 그 후 밀려오는 집착과 고통, 후회와 체념 속에서 한없이 이기적으로 변하는 인간의 추한 잔상을 매우 솔직하게 담았다. 관객은 마치 자기 이야기를 보는 듯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부끄럽지만, 묘하게 작품에 파고들게 된다.
신문사에서 부고 기사를 쓰지만 늘 소설가를 꿈꾸는 댄은 출근길 인파 속에서 앨리스를 발견하고 강하게 끌린다. 댄은 우연히, 횡단보도에서 쓰러진 앨리스의 보호자가 되고,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댄은 스트립댄서인 앨리스의 인생을 소재로 해 소설가로 데뷔한다. 댄은 책 표지 사진을 찍으려고 사진작가 애나를 만나고, ‘다시는 느끼지 못할 순간적인 감정’을 느낀다. 애나에게 접근하던 댄의 장난으로 외로운 남자 래리와 애나가 만나게 되고, 래리는 ‘나에게 벅찬 여자’ 애나에게 점점 집착한다.
댄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이다. 충동적인 앨리스를 ‘뮤즈’ 삼아 소설을 써 꿈을 이루면서도, 평탄했던 애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당하다. 심지어 두 여자에게 끊임없이 ‘진실’을 요구한다. “남자들은 여자로부터 느끼는 감정을 사랑하지, 여자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애나의 대사, 그 자체다. 하지만 애나와 앨리스는 그런 댄에게 끌린다. 사랑이란 얼마나 비논리적인 감정인가.
낯선 이들이 연인이 되면 서로를 소유했다고 생각하지만, 점차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그 반짝이는 매력은 사라지고 만다. 나의 연인 ‘클로저’는 내가 사랑하는 데 필요한 ‘도구화된 대상’으로만 남는다. ‘남자들의 이상형은 처음 만난 여자’라는 말이 단순한 우스갯소리는 아닌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인 연인 사이에도 거짓과 갈등이 난무하는 것을 보노라면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허무한 가운데 결국 순간의 온기를 찾아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우리는 참 한없이 작은 존재다.
앨리스의 극중 직업이 스트립댄서이고 러브신이나 연인 간 ‘노골적인 대화’가 많아 연극으로는 이례적으로 ‘19금’이다. 무대와 객석 사이가 무척 가까워 몇몇 장면에서는 관객이 면구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관객 몰입을 위해서는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가 필수다. 앨리스 역을 맡은 진세연과 이윤지는 다양한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많이 알린 배우인데, 충동적이면서도 사랑에 솔직한 앨리스 역을 얼마나 잘 소화할지 기대를 모은다. 배우 신성록은 이기적이고 구차하기 그지없는 나쁜 남자 댄을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살려냈다. 12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내털리 포트먼, 주드 로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 잘 알려진 연극 ‘클로저’는 외면하고 싶었던 사랑의 본질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랑에 빠질 때 느끼는 설렘은 아주 잠시뿐, 그 후 밀려오는 집착과 고통, 후회와 체념 속에서 한없이 이기적으로 변하는 인간의 추한 잔상을 매우 솔직하게 담았다. 관객은 마치 자기 이야기를 보는 듯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부끄럽지만, 묘하게 작품에 파고들게 된다.
신문사에서 부고 기사를 쓰지만 늘 소설가를 꿈꾸는 댄은 출근길 인파 속에서 앨리스를 발견하고 강하게 끌린다. 댄은 우연히, 횡단보도에서 쓰러진 앨리스의 보호자가 되고,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댄은 스트립댄서인 앨리스의 인생을 소재로 해 소설가로 데뷔한다. 댄은 책 표지 사진을 찍으려고 사진작가 애나를 만나고, ‘다시는 느끼지 못할 순간적인 감정’을 느낀다. 애나에게 접근하던 댄의 장난으로 외로운 남자 래리와 애나가 만나게 되고, 래리는 ‘나에게 벅찬 여자’ 애나에게 점점 집착한다.
댄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이다. 충동적인 앨리스를 ‘뮤즈’ 삼아 소설을 써 꿈을 이루면서도, 평탄했던 애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당하다. 심지어 두 여자에게 끊임없이 ‘진실’을 요구한다. “남자들은 여자로부터 느끼는 감정을 사랑하지, 여자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애나의 대사, 그 자체다. 하지만 애나와 앨리스는 그런 댄에게 끌린다. 사랑이란 얼마나 비논리적인 감정인가.
낯선 이들이 연인이 되면 서로를 소유했다고 생각하지만, 점차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그 반짝이는 매력은 사라지고 만다. 나의 연인 ‘클로저’는 내가 사랑하는 데 필요한 ‘도구화된 대상’으로만 남는다. ‘남자들의 이상형은 처음 만난 여자’라는 말이 단순한 우스갯소리는 아닌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인 연인 사이에도 거짓과 갈등이 난무하는 것을 보노라면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허무한 가운데 결국 순간의 온기를 찾아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우리는 참 한없이 작은 존재다.
앨리스의 극중 직업이 스트립댄서이고 러브신이나 연인 간 ‘노골적인 대화’가 많아 연극으로는 이례적으로 ‘19금’이다. 무대와 객석 사이가 무척 가까워 몇몇 장면에서는 관객이 면구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관객 몰입을 위해서는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가 필수다. 앨리스 역을 맡은 진세연과 이윤지는 다양한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많이 알린 배우인데, 충동적이면서도 사랑에 솔직한 앨리스 역을 얼마나 잘 소화할지 기대를 모은다. 배우 신성록은 이기적이고 구차하기 그지없는 나쁜 남자 댄을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살려냈다. 12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