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서커스죠.”
영화 ‘미스터 고’에서 중국 서커스단의 어린 단장인 15세 소녀 웨이웨이(쉬자오 분)가 한 말이다. 극중 지린성 대지진에 희생된 소녀의 할아버지(변희봉 분)는 생전 야구광이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야구의 매력이 뭔지 아니? 집에서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경기라는 점이지.”
김용화 감독의 ‘야심’은 이 두 줄 대사 속에 응축돼 있다. ‘미스터 고’의 영상은 전광석화 같은 스윙으로 야구공을 전광판에 꽂고, 지축을 흔들며 그라운드를 도는 ‘야구하는 고릴라’의 기상천외한 3차원(3D) 서커스다. 드라마는 ‘집에서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예상된 수순으로 정해진 길을 가는 가족 오락 판타지다.
디지털 캐릭터 3D로 촬영
‘미스터 고’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함께 올해 한국 영화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실물(모형) 없이 순수하게 스크린상에 컴퓨터그래픽(CG)으로만 구현한 디지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이자, 처음부터 끝까지 3D로 촬영해 상영하는 최초의 한국 영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순수 한국 영화의 인력과 기술,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영상은 기대 이상의 완성도로 이제까지 한국 영화 CG 기술을 한 단계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극중 285kg의 거구, 인간의 20배에 달한 힘을 가진 것으로 설정된 45세 고릴라 ‘링링’에 생명과 감정을 부여한 것은 ‘털(fur) 기술’과 ‘모션 캡처’다.
CG 영상기술에서 최고 난도로 꼽는 것이 바로 물과 털. ‘미스터 고’에선 실내외, 밤과 낮의 빛, 바람, 습도에 따라 고릴라 몸을 뒤덮은 털 80만 개가 제각각 움직이는 장면을 살아 있는 동물을 촬영한 듯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재현해냈다. ‘미스터 고’의 링링과 ‘내셔널그래픽’ 속 아프리카 고릴라가 다르지 않다.
털이 눌리고 뒤엉킨 링링의 몸에 덧입혀진 한국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유니폼은 링링이 스윙하고 달리며, 뒹굴고 엎어지는 동안 접히고 구겨지면서 세밀한 그림자를 만들어냈고, 그라운드 위 잔디는 고릴라의 발걸음과 바람에 따라 누웠다 일어섰다를 거듭했다. ‘괴물’에서의 한강 괴물, ‘해운대’에서의 쓰나미를 뛰어넘는 CG 시각효과다.
웬만한 장편영화 1편 분량인 1000컷 이상 등장하는 링링 제작에 쏟은 돈만 전체 예산 300억 원(마케팅 포함 총제작비)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약 120억 원이다. 3D 효과도 할리우드 영화 버금간다. 투수가 던진 ‘돌직구’가 객석을 향할 때는 관객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릴 정도로 깊이감과 공간감뿐 아니라 돌출효과도 돋보인다.
1985년 발표한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을 원작으로 한 ‘미스터 고’ 이야기는 중국에서 시작한다. 링링은 중국 전통 서커스단에서 묘기를 부리는 고릴라다. 45세로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훨씬 넘은 노인이지만 방망이만 쥐어주면 묘기 만발인, ‘야구하는 고릴라’로 이름이 높다. 링링이 야구를 배우게 된 것은 서커스단 단장이던 웨이웨이의 할아버지 때문. 할아버지는 열광적인 한국 프로야구 팬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 프로야구 중계를 보면서 돈내기를 하는 도박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런데 이 도박 때문에 거액의 빚을 진 할아버지는 지진으로 희생되고, 이후 단장이 된 어린 웨이웨이에게 남은 건 돌봐야 할 서커스단의 오갈 데 없는 소년소녀들과 고릴라 링링, 그리고 걸핏하면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빚쟁이들이다. 야구하는 고릴라와 빚에 몰려 도산위기에 놓인 서커스단의 어린 소녀 단장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국에까지 알려지고, 한국 프로야구 스포츠에이전트 성충수(성동일 분)는 링링과 웨이웨이의 한국행을 주선한다. 웨이웨이는 수억 원이 넘는 빚을 갚고 서커스단을 살리려고 링링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에 입단하기로 결정한다.
대놓고 가족 판타지
야구계를 넘어 국민적 관심사가 된 고릴라의 데뷔전. 링링은 첫 타석에서 투수가 던진 공을 전광판에 꽂으며 일약 최고 스타로 떠오른다. 그러자 류현진, 추신수(이상 카메오 출연) 등 한국 유망 선수들을 족족 해외에 팔아먹는다고 국내 프로야구계로부터 인간사냥꾼이라고 지탄받는 성충수는 웨이웨이 몰래 대박을 터뜨릴 계획을 도모하고, 중국에선 서커스단을 노리던 불법 사채업자들이 어린 단원들을 볼모로 한 협박 동영상을 서울로 보내온다.
중국에 두고 온 단원들에 대한 불안과 걱정 때문에 경기에 가지 못하고 링링만 보내는 웨이웨이. 조련사를 잃은 링링은 그라운드에서 난동을 피우고, 그 결과 징계를 받아 잠실 홈경기에만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웨이웨이는 계약금마저 날릴 위기에 처하지만 나오는 게임마다, 대타로 등장하는 타석마다 홈런을 치며 팀의 승승장구를 이끄는 링링에게 일본 프로야구까지 관심을 보인다.
성동일의 연기가 좋다. 촬영 현장에는 없는 디지털 캐릭터와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중국 배우 쉬자오 사이에서 극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나간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보다 냉정하고 날렵한 성격의 인물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유머와 따뜻함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다. 특히 링링과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대작하는 장면이 재미있다.
고릴라가 타석에 들어서는 족족 홈런을 치며 활약한다는 내용이나 괴력의 또 다른 고릴라가 나타나 투타 대결을 펼치는 등 영화는 드러내놓고 12세 관람가 가족 판타지를 지향한다. 데뷔작 ‘오! 브라더스’부터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까지 김 감독 특유의 ‘착한 판타지’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가족 영화로선 오히려 큰 미덕이 될 수 있다. 중국 영화사 화이브라더스가 5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한국보다 하루 늦게 중국 전역에서 개봉했다.
영화 ‘미스터 고’에서 중국 서커스단의 어린 단장인 15세 소녀 웨이웨이(쉬자오 분)가 한 말이다. 극중 지린성 대지진에 희생된 소녀의 할아버지(변희봉 분)는 생전 야구광이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야구의 매력이 뭔지 아니? 집에서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경기라는 점이지.”
김용화 감독의 ‘야심’은 이 두 줄 대사 속에 응축돼 있다. ‘미스터 고’의 영상은 전광석화 같은 스윙으로 야구공을 전광판에 꽂고, 지축을 흔들며 그라운드를 도는 ‘야구하는 고릴라’의 기상천외한 3차원(3D) 서커스다. 드라마는 ‘집에서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예상된 수순으로 정해진 길을 가는 가족 오락 판타지다.
디지털 캐릭터 3D로 촬영
‘미스터 고’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함께 올해 한국 영화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실물(모형) 없이 순수하게 스크린상에 컴퓨터그래픽(CG)으로만 구현한 디지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이자, 처음부터 끝까지 3D로 촬영해 상영하는 최초의 한국 영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순수 한국 영화의 인력과 기술,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영상은 기대 이상의 완성도로 이제까지 한국 영화 CG 기술을 한 단계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극중 285kg의 거구, 인간의 20배에 달한 힘을 가진 것으로 설정된 45세 고릴라 ‘링링’에 생명과 감정을 부여한 것은 ‘털(fur) 기술’과 ‘모션 캡처’다.
CG 영상기술에서 최고 난도로 꼽는 것이 바로 물과 털. ‘미스터 고’에선 실내외, 밤과 낮의 빛, 바람, 습도에 따라 고릴라 몸을 뒤덮은 털 80만 개가 제각각 움직이는 장면을 살아 있는 동물을 촬영한 듯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재현해냈다. ‘미스터 고’의 링링과 ‘내셔널그래픽’ 속 아프리카 고릴라가 다르지 않다.
털이 눌리고 뒤엉킨 링링의 몸에 덧입혀진 한국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유니폼은 링링이 스윙하고 달리며, 뒹굴고 엎어지는 동안 접히고 구겨지면서 세밀한 그림자를 만들어냈고, 그라운드 위 잔디는 고릴라의 발걸음과 바람에 따라 누웠다 일어섰다를 거듭했다. ‘괴물’에서의 한강 괴물, ‘해운대’에서의 쓰나미를 뛰어넘는 CG 시각효과다.
웬만한 장편영화 1편 분량인 1000컷 이상 등장하는 링링 제작에 쏟은 돈만 전체 예산 300억 원(마케팅 포함 총제작비)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약 120억 원이다. 3D 효과도 할리우드 영화 버금간다. 투수가 던진 ‘돌직구’가 객석을 향할 때는 관객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릴 정도로 깊이감과 공간감뿐 아니라 돌출효과도 돋보인다.
1985년 발표한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을 원작으로 한 ‘미스터 고’ 이야기는 중국에서 시작한다. 링링은 중국 전통 서커스단에서 묘기를 부리는 고릴라다. 45세로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훨씬 넘은 노인이지만 방망이만 쥐어주면 묘기 만발인, ‘야구하는 고릴라’로 이름이 높다. 링링이 야구를 배우게 된 것은 서커스단 단장이던 웨이웨이의 할아버지 때문. 할아버지는 열광적인 한국 프로야구 팬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 프로야구 중계를 보면서 돈내기를 하는 도박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런데 이 도박 때문에 거액의 빚을 진 할아버지는 지진으로 희생되고, 이후 단장이 된 어린 웨이웨이에게 남은 건 돌봐야 할 서커스단의 오갈 데 없는 소년소녀들과 고릴라 링링, 그리고 걸핏하면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빚쟁이들이다. 야구하는 고릴라와 빚에 몰려 도산위기에 놓인 서커스단의 어린 소녀 단장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국에까지 알려지고, 한국 프로야구 스포츠에이전트 성충수(성동일 분)는 링링과 웨이웨이의 한국행을 주선한다. 웨이웨이는 수억 원이 넘는 빚을 갚고 서커스단을 살리려고 링링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에 입단하기로 결정한다.
대놓고 가족 판타지
야구계를 넘어 국민적 관심사가 된 고릴라의 데뷔전. 링링은 첫 타석에서 투수가 던진 공을 전광판에 꽂으며 일약 최고 스타로 떠오른다. 그러자 류현진, 추신수(이상 카메오 출연) 등 한국 유망 선수들을 족족 해외에 팔아먹는다고 국내 프로야구계로부터 인간사냥꾼이라고 지탄받는 성충수는 웨이웨이 몰래 대박을 터뜨릴 계획을 도모하고, 중국에선 서커스단을 노리던 불법 사채업자들이 어린 단원들을 볼모로 한 협박 동영상을 서울로 보내온다.
중국에 두고 온 단원들에 대한 불안과 걱정 때문에 경기에 가지 못하고 링링만 보내는 웨이웨이. 조련사를 잃은 링링은 그라운드에서 난동을 피우고, 그 결과 징계를 받아 잠실 홈경기에만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웨이웨이는 계약금마저 날릴 위기에 처하지만 나오는 게임마다, 대타로 등장하는 타석마다 홈런을 치며 팀의 승승장구를 이끄는 링링에게 일본 프로야구까지 관심을 보인다.
성동일의 연기가 좋다. 촬영 현장에는 없는 디지털 캐릭터와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 중국 배우 쉬자오 사이에서 극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나간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보다 냉정하고 날렵한 성격의 인물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유머와 따뜻함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다. 특히 링링과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대작하는 장면이 재미있다.
고릴라가 타석에 들어서는 족족 홈런을 치며 활약한다는 내용이나 괴력의 또 다른 고릴라가 나타나 투타 대결을 펼치는 등 영화는 드러내놓고 12세 관람가 가족 판타지를 지향한다. 데뷔작 ‘오! 브라더스’부터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까지 김 감독 특유의 ‘착한 판타지’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가족 영화로선 오히려 큰 미덕이 될 수 있다. 중국 영화사 화이브라더스가 5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한국보다 하루 늦게 중국 전역에서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