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6일 중국 정부는 2012년판 ‘국방백서’를 발간했다. 1998년 이후 2년 주기로 발간을 시작해 벌써 8번째 국방백서다.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1964년 첫 번째 핵실험 이후 일관되게 고수해오던 ‘핵 선제 불사용(No-First-Use·NFU)’ 원칙을 이번 국방백서에선 뺐다는 사실이다. 자국이나 동맹국이 핵으로 공격받는 경우에만 핵으로 반격한다는 원칙이 삭제된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방백서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을 비판하면서 다른 나라가 자신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억제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유사시 핵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인민해방군 제2포병군의 구실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언급은 중국의 핵능력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대륙간탄도탄, 잠수함탑재유도탄, 전략폭격기로 구성되는 이른바 ‘삼원체제(triad system)’를 구축해 상대의 제1격(first strike)을 받은 후에도 보복 핵공격을 통해 적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이른바 제2격(second strike) 능력을 완비했는지 여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최소한 이전에 비해 핵능력이 향상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의 핵전력 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유사시 이에 맞서야 할 미국이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워싱턴 분위기 때문에 핵전력과 관련해서도 최근 수년간 다양한 논의가 쏟아진다. 특히 주목할 것은 평가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상당한 견해차가 존재한다는 점이고, 이러한 차이는 곧 중국의 부상에 대해 미국이 어떤 정책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차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세계전쟁과 지역분쟁에 모두 대비
먼저 중국이 가진 핵탄두 수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당국과 전문가 단체인 전미과학자연합(FAS)의 평가가 거의 같다. 지상발사용 140기, 공중발사용 40기, 해체된 탄두와 잠수함 발사용을 포함해 60기 등 총 240기의 핵탄두를 가졌다는 것이다. 러시아,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다. 그러나 러시아나 미국의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1500~3000기를 보유했다는 극단적 평가도 있다.
예컨대 2011년 9월 조지타운대 군축연구소의 필립 카버 박사는 중국이 핵탄두나 미사일 발사대 같은 주요 무기를 은닉할 수 있는 지하터널을 총 5000km 가까이 건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2000년 이후 매년 핵탄두 200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미 30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얘기다. 이렇듯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평가들은 중국 핵능력의 실체를 가늠하는 데 의구심과 논란을 증폭하기에 충분하다.
관심의 초점은 중국이 과연 삼원체제를 이용해 제2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핵능력을 신장했는지 여부다. 미 국방부가 국방수권법에 따라 의회보고용으로 매년 작성하는 ‘중국의 군사안보태세 보고서’는 주로 2009년 작성된 국립항공우주정보센터(NASIC)와 해군정보국(ONI) 자료를 토대로 중국의 삼원체제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5월 7일 공개한 최신판 보고서는 중국 탄도미사일 현황을 삭제했지만 내용면에서는 이전 보고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미 정부당국 보고서가 밝힌 중국의 핵능력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지상기반 핵전력의 경우, 중국은 사거리 5500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5A, DF-31A, DF-31, DF-4를 50~75기 보유하며 그중 DF-5A와 DF-31A는 미국 본토까지 직접 날아들 수 있다. 추가적으로 향후 2~3년 안에 DF-31 수 기도 실전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를 무력화할 수 있는 신형 이동식 다탄두(MIRV) ICBM 개발도 진행 중이다.
만일 중국이 이러한 프로젝트를 완료한다면 미사일 전력의 생존성은 급격히 향상될 것이다. 실제로 일부 외신에서 지난해 탄두 10기를 장착한 DF-41 미사일의 발사실험 사실을 보도하는 등 다탄두미사일을 개발 중인 것은 분명한 듯하다. 사안의 중요성에도 미 국방부의 최신판 보고서가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 본토를 최종 목표로 삼는 ICBM 못지않게 동아시아 안에서 분쟁이 벌어질 경우 활용될 중거리탄도미사일(MRBM·IRBM) 전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타이완 문제를 포함해 중국 영토 인근에서 분쟁이 벌어질 경우 외국군대가 함부로 해당 지역에 접근할 수 없게 막고, 그 대신 자국군을 신속히 투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전력이다. NASIC는 이러한 지역 차원 핵전력의 대표적인 무기체계로 이미 실전에 배치한 DF-3 IRBM과 DF-21 MRBM을 지목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미국 항공모함이 서태평양 지역에 들어올 때 이를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1500km 이상의 대형함정 공격용 미사일 DF-21D 지대함탄도미사일(ASBM)도 개발이 한창이다.
미사일 개발과 함께 중국은 지휘통제체계의 최신화 작업도 병행한다. 이제까지는 지휘통제체계를 일원화하지 못해 상당수 탄도미사일 전력이 전장 정보를 쉽게 접하지 못하거나 명령을 하달받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이를 통합함으로써 작전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전략폭격기 임무는 제한적 수준
다음으로 해상기반 핵전력의 경우를 보자. 2012년까지 미 국방부나 ONI는 핵전력을 운용할 수 있는 중국의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은 샤(Xia)급 한 척에 불과하며 진(Jin)급 잠수함(Type 094) 3척을 건조 중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2013년 국방부 보고서는 진급 잠수함 3척이 실전에 배치됐으며 향후 10년 안에 최대 5척의 진급 잠수함이 추가 배치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차세대 SSBN(Type 096)이 곧 개발되리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이들 진급 잠수함에는 발사관 12개를 지닌 사거리 7200km 이상의 JL-2 탄도미사일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미사일은 아직 실전에 배치된 상태는 아니지만, 2012년 일련의 발사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만큼 올해 안에 초기 작전능력을 갖추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진급 잠수함과 JL-2가 작전 가능 상태에 완전히 진입하면 이미 상당히 노후화된 샤급 잠수함은 대부분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 주로 하이난 섬에 주둔 중인 새 잠수함들이 중국 핵 억제력의 주요 축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중국은 미사일을 장착하지 못하지만 핵추진 엔진을 탑재해 은밀성이 높은 공격잠수함(SSN)을 확충하는 데도 매진하고 있다. 샹(Shang)급 SSN(Type 093) 2척이 이미 실전 배치된 상태고, 노후화된 한(Han)급 SSN(Type 091)을 대체하려고 샹(Shang)급 SSN 4척을 개량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향후 10년 안에는 어뢰와 순항미사일 운용이 가능한 공격잠수함(SSGN)을 건조해 대함 공격 임무를 부여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 ONI 보고서는 중국의 핵추진엔진 잠수함이 결정적 약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 잠수함에 비해 소음이 워낙 커서 상대에게 쉽게 발각되고, 따라서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 중국의 핵 억제력 역시 완전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일단 바다 밑으로 가라앉으면 추적이 어렵다는 은밀성이야말로 핵잠수함의 가장 큰 강점이고, 유사시 상대가 쉽게 파괴할 수 없어 핵 억제력으로서의 가치가 큰 까닭이다. 쉽게 말해 은밀성이 떨어지는 핵잠수함으로는 핵 보복능력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공중기반 핵전력은 중국의 삼원체제 가운데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미 국방부 보고서는 중국이 1970~80년대 H-6 중거리 폭격기를 이용해 수십 차례 핵폭탄 투하실험을 했음에도 여전히 중국 공군의 핵능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유사시 이들의 임무는 부차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민해방군은 H-6의 작전반경과 장거리 순항미사일 장착 능력 확대를 추진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공중기반 핵전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중국이 재래식 탄두는 물론 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는 사거리 1500km 이상의 지상공격 순항미사일(LACM)을 200~500기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는 일부 미국 측 보고서 내용은 특기할 만하다.
정확한 평가가 중요한 이유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볼 때 중국의 삼원체제 가운데 가장 급격히 향상되는 부분은 단연 지상기반의 탄도미사일 핵전력이다. 해상기반 핵전력은 핵추진 잠수함의 음파기술력 한계 탓에 발달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고, 공중기반 핵전력의 경우는 매우 제한적인 구실만 수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탄도미사일을 제외한 나머지 전력에서는 위협이 될 만한 수준의 전력 증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유사시 제2격 능력을 보장하는 핵 삼원체제가 구축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미 정부당국의 대체적인 평가인 셈이다.
물론 이러한 평가 대부분은 2010년 이전에 이뤄졌고, 앞에서도 살펴봤듯 이후 진척 상황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정부와 민간 전문가 사이에서 상당한 견해차가 있다. 중국의 핵능력을 정확히 가늠하는 작업 자체의 신뢰성에 대해 미국 내에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를 의식해 최근 FAS의 한스 크리스텐슨 박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국민이 중국 핵전력의 현대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미 정부당국의 권위 있는 평가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 국익보다 국방비 증대 같은 사적 이익을 정당화하려고 중국의 위협을 과장하거나 안보 불안을 조장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고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방백서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을 비판하면서 다른 나라가 자신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억제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유사시 핵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인민해방군 제2포병군의 구실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언급은 중국의 핵능력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대륙간탄도탄, 잠수함탑재유도탄, 전략폭격기로 구성되는 이른바 ‘삼원체제(triad system)’를 구축해 상대의 제1격(first strike)을 받은 후에도 보복 핵공격을 통해 적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이른바 제2격(second strike) 능력을 완비했는지 여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최소한 이전에 비해 핵능력이 향상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의 핵전력 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유사시 이에 맞서야 할 미국이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워싱턴 분위기 때문에 핵전력과 관련해서도 최근 수년간 다양한 논의가 쏟아진다. 특히 주목할 것은 평가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상당한 견해차가 존재한다는 점이고, 이러한 차이는 곧 중국의 부상에 대해 미국이 어떤 정책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차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세계전쟁과 지역분쟁에 모두 대비
먼저 중국이 가진 핵탄두 수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당국과 전문가 단체인 전미과학자연합(FAS)의 평가가 거의 같다. 지상발사용 140기, 공중발사용 40기, 해체된 탄두와 잠수함 발사용을 포함해 60기 등 총 240기의 핵탄두를 가졌다는 것이다. 러시아,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다. 그러나 러시아나 미국의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1500~3000기를 보유했다는 극단적 평가도 있다.
예컨대 2011년 9월 조지타운대 군축연구소의 필립 카버 박사는 중국이 핵탄두나 미사일 발사대 같은 주요 무기를 은닉할 수 있는 지하터널을 총 5000km 가까이 건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2000년 이후 매년 핵탄두 200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미 30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얘기다. 이렇듯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평가들은 중국 핵능력의 실체를 가늠하는 데 의구심과 논란을 증폭하기에 충분하다.
관심의 초점은 중국이 과연 삼원체제를 이용해 제2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핵능력을 신장했는지 여부다. 미 국방부가 국방수권법에 따라 의회보고용으로 매년 작성하는 ‘중국의 군사안보태세 보고서’는 주로 2009년 작성된 국립항공우주정보센터(NASIC)와 해군정보국(ONI) 자료를 토대로 중국의 삼원체제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5월 7일 공개한 최신판 보고서는 중국 탄도미사일 현황을 삭제했지만 내용면에서는 이전 보고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미 정부당국 보고서가 밝힌 중국의 핵능력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지상기반 핵전력의 경우, 중국은 사거리 5500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5A, DF-31A, DF-31, DF-4를 50~75기 보유하며 그중 DF-5A와 DF-31A는 미국 본토까지 직접 날아들 수 있다. 추가적으로 향후 2~3년 안에 DF-31 수 기도 실전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를 무력화할 수 있는 신형 이동식 다탄두(MIRV) ICBM 개발도 진행 중이다.
만일 중국이 이러한 프로젝트를 완료한다면 미사일 전력의 생존성은 급격히 향상될 것이다. 실제로 일부 외신에서 지난해 탄두 10기를 장착한 DF-41 미사일의 발사실험 사실을 보도하는 등 다탄두미사일을 개발 중인 것은 분명한 듯하다. 사안의 중요성에도 미 국방부의 최신판 보고서가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 본토를 최종 목표로 삼는 ICBM 못지않게 동아시아 안에서 분쟁이 벌어질 경우 활용될 중거리탄도미사일(MRBM·IRBM) 전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타이완 문제를 포함해 중국 영토 인근에서 분쟁이 벌어질 경우 외국군대가 함부로 해당 지역에 접근할 수 없게 막고, 그 대신 자국군을 신속히 투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전력이다. NASIC는 이러한 지역 차원 핵전력의 대표적인 무기체계로 이미 실전에 배치한 DF-3 IRBM과 DF-21 MRBM을 지목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미국 항공모함이 서태평양 지역에 들어올 때 이를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1500km 이상의 대형함정 공격용 미사일 DF-21D 지대함탄도미사일(ASBM)도 개발이 한창이다.
미사일 개발과 함께 중국은 지휘통제체계의 최신화 작업도 병행한다. 이제까지는 지휘통제체계를 일원화하지 못해 상당수 탄도미사일 전력이 전장 정보를 쉽게 접하지 못하거나 명령을 하달받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이를 통합함으로써 작전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전략폭격기 임무는 제한적 수준
다음으로 해상기반 핵전력의 경우를 보자. 2012년까지 미 국방부나 ONI는 핵전력을 운용할 수 있는 중국의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은 샤(Xia)급 한 척에 불과하며 진(Jin)급 잠수함(Type 094) 3척을 건조 중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2013년 국방부 보고서는 진급 잠수함 3척이 실전에 배치됐으며 향후 10년 안에 최대 5척의 진급 잠수함이 추가 배치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차세대 SSBN(Type 096)이 곧 개발되리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이들 진급 잠수함에는 발사관 12개를 지닌 사거리 7200km 이상의 JL-2 탄도미사일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미사일은 아직 실전에 배치된 상태는 아니지만, 2012년 일련의 발사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만큼 올해 안에 초기 작전능력을 갖추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진급 잠수함과 JL-2가 작전 가능 상태에 완전히 진입하면 이미 상당히 노후화된 샤급 잠수함은 대부분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 주로 하이난 섬에 주둔 중인 새 잠수함들이 중국 핵 억제력의 주요 축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중국은 미사일을 장착하지 못하지만 핵추진 엔진을 탑재해 은밀성이 높은 공격잠수함(SSN)을 확충하는 데도 매진하고 있다. 샹(Shang)급 SSN(Type 093) 2척이 이미 실전 배치된 상태고, 노후화된 한(Han)급 SSN(Type 091)을 대체하려고 샹(Shang)급 SSN 4척을 개량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향후 10년 안에는 어뢰와 순항미사일 운용이 가능한 공격잠수함(SSGN)을 건조해 대함 공격 임무를 부여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 ONI 보고서는 중국의 핵추진엔진 잠수함이 결정적 약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 잠수함에 비해 소음이 워낙 커서 상대에게 쉽게 발각되고, 따라서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 중국의 핵 억제력 역시 완전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일단 바다 밑으로 가라앉으면 추적이 어렵다는 은밀성이야말로 핵잠수함의 가장 큰 강점이고, 유사시 상대가 쉽게 파괴할 수 없어 핵 억제력으로서의 가치가 큰 까닭이다. 쉽게 말해 은밀성이 떨어지는 핵잠수함으로는 핵 보복능력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공중기반 핵전력은 중국의 삼원체제 가운데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미 국방부 보고서는 중국이 1970~80년대 H-6 중거리 폭격기를 이용해 수십 차례 핵폭탄 투하실험을 했음에도 여전히 중국 공군의 핵능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유사시 이들의 임무는 부차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민해방군은 H-6의 작전반경과 장거리 순항미사일 장착 능력 확대를 추진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공중기반 핵전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중국이 재래식 탄두는 물론 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는 사거리 1500km 이상의 지상공격 순항미사일(LACM)을 200~500기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는 일부 미국 측 보고서 내용은 특기할 만하다.
정확한 평가가 중요한 이유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볼 때 중국의 삼원체제 가운데 가장 급격히 향상되는 부분은 단연 지상기반의 탄도미사일 핵전력이다. 해상기반 핵전력은 핵추진 잠수함의 음파기술력 한계 탓에 발달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고, 공중기반 핵전력의 경우는 매우 제한적인 구실만 수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탄도미사일을 제외한 나머지 전력에서는 위협이 될 만한 수준의 전력 증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유사시 제2격 능력을 보장하는 핵 삼원체제가 구축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미 정부당국의 대체적인 평가인 셈이다.
물론 이러한 평가 대부분은 2010년 이전에 이뤄졌고, 앞에서도 살펴봤듯 이후 진척 상황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정부와 민간 전문가 사이에서 상당한 견해차가 있다. 중국의 핵능력을 정확히 가늠하는 작업 자체의 신뢰성에 대해 미국 내에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를 의식해 최근 FAS의 한스 크리스텐슨 박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국민이 중국 핵전력의 현대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미 정부당국의 권위 있는 평가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 국익보다 국방비 증대 같은 사적 이익을 정당화하려고 중국의 위협을 과장하거나 안보 불안을 조장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