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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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뛰는 삶을 만드는 법

‘길을 잃은 순간 여행은 시작된다’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3-05-27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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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뛰는 삶을 만드는 법

    민동용 외 지음/ 블루엘리펀트/ 288쪽/ 1만3000원

    “당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순간은 무엇입니까?”

    누구나 일생을 통틀어 삶을 바꿔놓은 전환점이 있는데, 그 전환점의 모습은 다양하다. 어떤 사물이나 공간일 수 있고, 어떤 이와의 만남일 수도 있으며, 뒤통수를 탁 치는 찰나의 순간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전환점의 순간이 매우 빠르게 스쳐 지난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것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깨닫는다. 마치 버스가 지나간 뒤 손을 흔드는 것처럼.

    저자들은 삶의 전환점을 포착해 성공 신화를 쓴 우리 시대 40인을 만났다. 그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는 누군가에겐 희망이고, 또 누군가에겐 나침반이다.

    운명을 바꾸려면 누구보다 간절히 꿈꿔야 한다. 그래야 자신에게 닥친 고난을 이겨낼 수 있다. 희망을 전하는 차동엽 신부는 사람을 살리는 게 자기 소명이라고 믿는다. ‘무지개 원리’라는 책을 썼지만 어린 시절 차 신부는 무지개와 거리가 멀었다. 가족 생계를 위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성장기 소년은 무거운 연탄을 짊어졌다. 당장이라도 팽개치고 싶은 시커먼 십자가를 지고 산동네를 오르내리며 절대자에게 앞날을 갈구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대한민국 1세대 만화가 허영만은 가정형편 탓에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친구들이 입시공부를 할 때 그는 죽기 살기로 만화를 그렸다. 아무리 봐도 자신에게 남은 길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캠퍼스 낭만을 즐기며 시간을 보낼 때 그는 8~12년간 하루 10시간 이상을 만화에 정성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만화 장인의 손에는 여전히 펜이 들렸다.



    남이 가라고 해 가는 길에선 조그만 어려움이 닥쳐도 좌절하기 쉽다. 그러나 스스로 방향을 찾은 이에게 험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교수(이화여대 에코과학부)는 1년간 재수생활과 3년간 대학생활 동안 지독하게 방황했다. 하루살이 유충 채집여행을 하던 평생 은인인 미국의 조지 에드먼드 박사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갈팡질팡 방황하던 인생에서 마침내 길을 찾은 것이다. 이후 그는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렸다. 요즘도 최 교수는 전국 고등학교를 다니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탕이 아닌 ‘아름다운 방황’을 설파한다.

    시대의 소리꾼 장사익은 마흔이 넘도록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했다. 생활은 어렵지만 ‘그래도 세상에 왔으니 뭔가 하나 이뤄야겠다’는 마음으로 3년 계획을 세워 태평소를 불었다. 각종 행사 뒤풀이 무대의 주인공이던 그는 박자를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노래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우연히 가수로 데뷔해 앨범 7장을 내면서 서민의 애환을 가장 잘 표현하는 가수가 됐다. 밤이슬을 맞으며 간절히 불어대던 태평소가 숨은 길을 찾아준 셈이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에게나 굴곡은 있게 마련이다. 그 굴곡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길은 달라진다. 히말라야 촐라체 북벽을 세계 최초로 겨울 시즌에 등반한 사나이 박정헌. 그는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다 입은 동상으로 손가락 8개를 잘라냈다. 절망의 크레바스에 갇혔지만 그를 구원한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는 카누와 자전거로 히말라야 2400km를 횡단하며 그 끝에서 오는 무한한 행복을 새로운 방식으로 맛보고 있다.

    한국 실험연극의 기수이자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인 이윤택은 신문기자직을 과감히 버리고 세상 유목민으로서 유랑 길을 나섰다. 그는 연극판에 뛰어들어 ‘삐딱한 자유인’으로 살면서 세상 중심이라고 자처하며 자신만 아는 철모르는(?) 사람들을 흔들어 깨운다.

    살아온 모습과 살아가는 방법은 다르지만 명사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한없이 막막한 순간에도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어두운 것은 더욱 반짝이기 위해서다. 힘들어도 자신을 믿고 뚜벅뚜벅 밀고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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