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 744쪽/ 2만9000원
현재 인류는 국제 분쟁, 세대 갈등, 성인병 등 갖가지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이 중 상당수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삶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것들이다. 저자가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찾으려고 과거로 눈을 돌린 건 이 때문이다. 그는 1964년부터 30여 년간 적도 근처 뉴기니 섬을 관찰했다. 저자에 따르면 뉴기니는 인간 문화의 다양성을 간직한 공간이다. 세계 전역에 존재하는 7000여 개 언어 가운데 약 1000개가 이 지역에서 발원했고, 현재까지도 특정 국가 정부의 통제하에 있지 않은 사람이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20만 명 규모의 부족사회를 구성해 전통 생활방식을 지키며 살아간다. 이곳을 수십 번에 걸쳐 방문하고 최장 다섯 달씩 머물며 저자는 현대 인간이 배울 점들을 찾아냈다.
연구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전통적인 삶을 사는 뉴기니인에게는 뇌졸중과 당뇨병 및 심장마비가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며 “1) 혼자 음식을 게 눈 감추듯 허겁지겁 먹지 말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천천히 먹는다. 2) 신선한 과일과 채소, 저지방 살코기, 생선, 견과류, 곡류 같은 건강에 좋은 식품을 선택한다. 3) 염분, 트랜스지방, 단당의 함량이 높은 식품을 피한다” 등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하는 식이다.
전통 양육방식도 강조한다. 아이가 원할 때 즉각적으로 젖을 물리고, 직접적인 신체접촉을 계속하며, 아이와 어른이 함께 잠을 자는 것 등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인 육아방식을 ‘전통적인’ 것으로 칭송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서구사회에서는 아기를 데리고 다닐 때 (중략) 대다수의 도구가 아기를 뒤쪽으로 향하게 하는 구조다. 그러나 전통 사회에서는 (중략) 아기를 똑바로 세우고 정면을 바라보게 하는 식으로 업기 때문에 아기가 돌봄이와 같은 방향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중략) 돌봄이와 똑같은 시야를 공유하며, 똑바른 자세로 옮겨지기 때문에 (중략) 신경운동계 발달이 미국 아이들에 비해 빠르다”고 소개한다.
물론 과거를 찬미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저자는 “영아 및 노인 살해, 주기적인 굶주림, 환경훼손과 전염병, 자식이 죽어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다른 부족에게 공격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던 삶” 등을 예로 들며 “전통적인 삶의 특징에 대해 배울 때 우리는 어떤 특징들을 떨쳐낸 것에 안도감을 느끼며 우리 사회를 더 고맙게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우리가 부러워할 만한 특징들을 찾아내면 그 특징들을 상실한 것을 아쉬워하며,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우리에게 맞게 개조하는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이러한 선택적 수용을 통해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변화를 모색하자는 의견은 공감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