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 700만 관중 시대를 여는 등 최근 수년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던 한국 프로야구 인기가 올해 들어 다소 주춤한 느낌이다. 쌀쌀한 날씨와 9구단 홀수 체제의 후유증 등으로 지난해보다 관중이 20%가량 줄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 류현진과 신시내티 추신수,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의 이대호 등 해외파의 맹활약도 국내 프로야구 흥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날씨와 함께 전반적인 경기 질 하락을 관중이 감소한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9구단 NC의 첫 1군 가세로 게임의 질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게 사실. 전문가들이 NC보다 더 주목하는 구단이 있다. 바로 한화다.
비슷하지만 다른 NC와 한화
1년간 2군 적응기를 거쳐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은 NC의 고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시행착오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NC는 패기를 앞세워 시간이 갈수록 짜임새가 좋아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3번이나 꼴찌를 한 한화는 ‘형님 구단’임에도 NC와 별반 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오히려 전력이 더 떨어졌다는 혹평까지 나올 정도다. 개막 후 13연패를 당했던 한화는 NC와의 3연전을 쓸어담으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그 뒤 다시 연패를 거듭하고 있다.
NC와 한화는 5월 초까지 2할 승률 언저리에 머물며 상대 팀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 탓에 올 시즌 유난히 ‘승수 인플레 현상’이 두드러진다. 예전에 4강 보증수표로 여기던 5할 승률을 한다고 해도 가을잔치에 나갈 수 없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5할5푼을 해도 4강 티켓을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NC와 더불어 한화의 부진이 낳은 기현상이다.
지난 시즌 한화는 페넌트레이스 개막일부터 종료일까지 단 하루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와이어 투 와이어’ 꼴찌였다. 일부에선 한화의 부진이 충격이라고 말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면 어느 정도 ‘예견된 참사’라고 볼 수 있다.
한화는 지난해 꼴찌 전력에서 ‘절대 에이스’ 류현진을 비롯해 박찬호(은퇴), 양훈(군입대·경찰청) 등 주축투수가 빠져나갔다. 그나마 있던 전력이 더 약해졌지만 전력보강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얻은 280억 원은 금고에서 잠잘 뿐 대체선수 영입에 쓰이지 않았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정현욱(LG), 김주찬(KIA) 등이 나왔지만 한화는 한 명도 잡지 못했다. 이유를 떠나 변명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남은 선수에 대한 복지가 크게 나아진 것도 아니다.
이뿐만 아니다. 전력보강을 위한 유일한 돌파구였던 트레이드도 즉시 전력감 대신 미래(장성호↔송창현/ 이상훈↔길태곤)를 보고 감행하는 무모함을 보였다. 롯데에 중심타자 장성호를 내준 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지난 시즌 중반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한대화 감독을 해고한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한국시리즈 통산 10회 우승에 빛나는 명장 김응용 감독을 영입했다. ‘타이거즈 정신’으로 한화를 바꾸겠다는 노(老)감독은 해태 시절 자신의 제자들로 코칭스태프를 채웠지만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나온 결과는 신통치 않다.
시즌 개막부터 연패를 거듭하자 김 감독은 결국 선발 로테이션과 마운드 분업 파괴를 승부수로 띄웠다. 투수 자원이 워낙 한정됐다는 한계 탓이다. 용병 바티스타와 이블랜드 외에는 정해진 선발 로테이션이 없다. 선발은 물론 불펜, 마무리까지 임무를 세분화한 현대 야구에선 파격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극단적 선택이다. 김 감독이 처음 프로야구 사령탑에 올랐던 30년 전 1980년대로 돌아간 듯한 마운드 운용이다. ‘내일이 없는 몰빵 야구’ ‘30년 전으로 되돌아간 구태 야구’란 비아냥거림을 듣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선택은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까. 올 시즌 한화의 목표가 포스트시즌 진출, 5할 이상 승률이라면 백전노장인 김 감독만이 선택할 수 있는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장래를 염두에 두고 팀을 재건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면, 현재 한화의 돌아가는 모양새는 미래를 담보로 과거로 회귀하는 ‘구제불능’ 야구로밖에 볼 수 없다.
당장 1승이 급한, 그러나 정작 그 1승 거두기가 힘겨운 김 감독의 무리수는 한국 프로야구 전체의 뒷걸음질을 유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한화가 이처럼 한국 야구계의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것은 누구 탓일까.
1차 책임은 무능한 프런트에 있다. 엔트리 결정권은 감독에게 있지만, 감독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구단 몫이다. 현장 수장으로 감독이 있다면 프런트 수장으로 단장, 사장이 있다. 단장과 사장은 장기적 안목에서 선수단을 운용하는 눈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프런트는 어떤 상황에서든 각 포지션의 주전을 대신할 후보를 준비해둬야 하고, 2군 이하까지 포함한 선수 100여 명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1차 책임은 무능한 프런트
프런트는 또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선수 로테이션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 주전선수의 군입대와 주력선수 노후화에 대비한 세대교체, 부상자가 생겼을 경우의 대비책, 신인 보강과 베테랑 은퇴 등을 통한 적정 인원 구성 등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한화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떠나는 해에 양훈마저 군대에 보냈다. 에이스가 빠지면서 마운드가 더 약해졌다. 2010시즌 도중 주전 3루수 송광민을 군에 보낼 때도 군미필자 관리에 허점을 보였지만,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3~4년째 주전경쟁 없이 정체된 분위기도 문제다. 2군에서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없으니 내부경쟁이 될 리 만무하다. 류현진은 몇 년 전부터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 한화는 일찌감치 그가 떠났을 때를 가정해 선발진을 정비했어야 한다. 이는 ‘파리 목숨’인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두산은 선수 출신 김태룡 단장과 프런트 말단직에서 대표까지 오른 김승영 사장의‘투톱 체제’로 향후 10년을 내다보며 선수 육성 방향을 정한다. 허경민이 대표적 사례다. 허경민은 2008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팀에서 김상수(삼성)를 제치고 주전 유격수를 꿰찰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 그러나 두산은 입단 이듬해 그를 군대(경찰청)에 보냈다. 같은 포지션에 손시헌과 김재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단은 그 대신 허경민을 5년 뒤 팀 내야를 책임질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내정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프런트는 그를 “2군에 대기 중인 제2의 손시헌”이라고 표현했다. 부상, 이적 등으로 주전선수가 빠졌을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선수를 포지션별로 마련해둔 것이 두산 ‘화수분 야구’의 원천이다. 2000년대 들어 사장과 단장이 수없이 거쳐 간 한화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프런트 파워다.
비슷하지만 다른 NC와 한화
1년간 2군 적응기를 거쳐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은 NC의 고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시행착오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NC는 패기를 앞세워 시간이 갈수록 짜임새가 좋아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3번이나 꼴찌를 한 한화는 ‘형님 구단’임에도 NC와 별반 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오히려 전력이 더 떨어졌다는 혹평까지 나올 정도다. 개막 후 13연패를 당했던 한화는 NC와의 3연전을 쓸어담으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그 뒤 다시 연패를 거듭하고 있다.
NC와 한화는 5월 초까지 2할 승률 언저리에 머물며 상대 팀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 탓에 올 시즌 유난히 ‘승수 인플레 현상’이 두드러진다. 예전에 4강 보증수표로 여기던 5할 승률을 한다고 해도 가을잔치에 나갈 수 없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5할5푼을 해도 4강 티켓을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NC와 더불어 한화의 부진이 낳은 기현상이다.
지난 시즌 한화는 페넌트레이스 개막일부터 종료일까지 단 하루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와이어 투 와이어’ 꼴찌였다. 일부에선 한화의 부진이 충격이라고 말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면 어느 정도 ‘예견된 참사’라고 볼 수 있다.
한화는 지난해 꼴찌 전력에서 ‘절대 에이스’ 류현진을 비롯해 박찬호(은퇴), 양훈(군입대·경찰청) 등 주축투수가 빠져나갔다. 그나마 있던 전력이 더 약해졌지만 전력보강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얻은 280억 원은 금고에서 잠잘 뿐 대체선수 영입에 쓰이지 않았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정현욱(LG), 김주찬(KIA) 등이 나왔지만 한화는 한 명도 잡지 못했다. 이유를 떠나 변명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남은 선수에 대한 복지가 크게 나아진 것도 아니다.
이뿐만 아니다. 전력보강을 위한 유일한 돌파구였던 트레이드도 즉시 전력감 대신 미래(장성호↔송창현/ 이상훈↔길태곤)를 보고 감행하는 무모함을 보였다. 롯데에 중심타자 장성호를 내준 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지난 시즌 중반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한대화 감독을 해고한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한국시리즈 통산 10회 우승에 빛나는 명장 김응용 감독을 영입했다. ‘타이거즈 정신’으로 한화를 바꾸겠다는 노(老)감독은 해태 시절 자신의 제자들로 코칭스태프를 채웠지만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나온 결과는 신통치 않다.
시즌 개막부터 연패를 거듭하자 김 감독은 결국 선발 로테이션과 마운드 분업 파괴를 승부수로 띄웠다. 투수 자원이 워낙 한정됐다는 한계 탓이다. 용병 바티스타와 이블랜드 외에는 정해진 선발 로테이션이 없다. 선발은 물론 불펜, 마무리까지 임무를 세분화한 현대 야구에선 파격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극단적 선택이다. 김 감독이 처음 프로야구 사령탑에 올랐던 30년 전 1980년대로 돌아간 듯한 마운드 운용이다. ‘내일이 없는 몰빵 야구’ ‘30년 전으로 되돌아간 구태 야구’란 비아냥거림을 듣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선택은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까. 올 시즌 한화의 목표가 포스트시즌 진출, 5할 이상 승률이라면 백전노장인 김 감독만이 선택할 수 있는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장래를 염두에 두고 팀을 재건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면, 현재 한화의 돌아가는 모양새는 미래를 담보로 과거로 회귀하는 ‘구제불능’ 야구로밖에 볼 수 없다.
한화 김응용 감독(왼쪽)과 김성한 코치.
1차 책임은 무능한 프런트에 있다. 엔트리 결정권은 감독에게 있지만, 감독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구단 몫이다. 현장 수장으로 감독이 있다면 프런트 수장으로 단장, 사장이 있다. 단장과 사장은 장기적 안목에서 선수단을 운용하는 눈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프런트는 어떤 상황에서든 각 포지션의 주전을 대신할 후보를 준비해둬야 하고, 2군 이하까지 포함한 선수 100여 명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1차 책임은 무능한 프런트
프런트는 또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선수 로테이션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 주전선수의 군입대와 주력선수 노후화에 대비한 세대교체, 부상자가 생겼을 경우의 대비책, 신인 보강과 베테랑 은퇴 등을 통한 적정 인원 구성 등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한화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떠나는 해에 양훈마저 군대에 보냈다. 에이스가 빠지면서 마운드가 더 약해졌다. 2010시즌 도중 주전 3루수 송광민을 군에 보낼 때도 군미필자 관리에 허점을 보였지만,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3~4년째 주전경쟁 없이 정체된 분위기도 문제다. 2군에서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없으니 내부경쟁이 될 리 만무하다. 류현진은 몇 년 전부터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 한화는 일찌감치 그가 떠났을 때를 가정해 선발진을 정비했어야 한다. 이는 ‘파리 목숨’인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두산은 선수 출신 김태룡 단장과 프런트 말단직에서 대표까지 오른 김승영 사장의‘투톱 체제’로 향후 10년을 내다보며 선수 육성 방향을 정한다. 허경민이 대표적 사례다. 허경민은 2008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팀에서 김상수(삼성)를 제치고 주전 유격수를 꿰찰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 그러나 두산은 입단 이듬해 그를 군대(경찰청)에 보냈다. 같은 포지션에 손시헌과 김재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단은 그 대신 허경민을 5년 뒤 팀 내야를 책임질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내정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프런트는 그를 “2군에 대기 중인 제2의 손시헌”이라고 표현했다. 부상, 이적 등으로 주전선수가 빠졌을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선수를 포지션별로 마련해둔 것이 두산 ‘화수분 야구’의 원천이다. 2000년대 들어 사장과 단장이 수없이 거쳐 간 한화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프런트 파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