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2013 중장년과 함께하는 부산광역권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50대는 사회·경제적으로 변화가 큰 시기이자 일자리가 불안한 시기다. 이와 같은 50대의 불안은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에서 82%라는 기록적인 투표율로 연결된 바 있다. ‘60세 이상 고령층만 선거권이 있는 게 아니다. 700만이 넘는 50대 베이버부머 목소리도 좀 들어달라’는 것이었다.
50대가 불안하다면 60대는 불쌍하다. 태어나자마자 6·25전쟁을 겪었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지나 급속한 공업화와 1980년대 후반 민주화 등 파란만장한 시절을 보냈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금은 노후 준비 부족으로 고생한다. 대한민국 건국과 중진국 도약에 기여한 공로로 국가 최고 훈장을 받아야 할 어른들이 빈곤과 자살 경계선에 서 있다.
사회·경제적 변화가 큰 시기
2010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80.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4배에 달했다. 선진국의 평균 12.8명에 비해 2.5배 이상 높은 우리 국민 전체 자살률 33.5명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60대, 힘은 빠지고 몸은 아프고 혼자 살면 외롭기까지 하다. 노후생활을 책임져줄 연금은 쥐꼬리만하다. 더는 희망이 없을 때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50대와 60대의 어려운 처지는 행복지수 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07년부터 6년째 계속되는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제적 행복지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에서 행복감이 가장 높고, 50대와 60세 이상 고령층의 행복감은 가장 낮다. 지난해 말 조사 결과는 100점 만점에 40점에 불과했다.
그런데 소득수준은 50대가 가장 높다. 돈을 가장 많이 버는데도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이 가장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선진국에서는 60세 이상 노인이 은퇴 이후 가장 행복하다고 답변하는데, 우리나라 노인은 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할까. 이들의 행복인프라, 즉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요인을 소득수준, 소득 분배 상태, 소비수준, 고용 안정성, 노후 준비 상태 등 5가지 지표를 중심으로 다른 젊은 세대와 비교, 분석해봤다.
먼저 소득수준을 보면 50대가 가장 높고, 60세 이상이 가장 낮았다. 2011년 현재 전체 가구의 평균소득을 100이라고 했을 때 50대 가구주는 117로 가장 높고, 60세 이상 가구주는 65에 지나지 않는다. 60대는 전체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가계수지가 적자인 가구도 가장 많다.
두 번째로 소득 분배 상태를 살펴보자.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참기 어렵다고 했다. 소득 분배 상태를 보여주는 중산층 비율은 가구주 나이가 많을수록 낮아졌다. 20대 가구주의 중산층 비중은 75.3%로 가장 높고, 60세 이상 가구주의 중산층 비중은 46.9%로 가장 낮았다. 60대는 빈곤하면서 소득 분배 상태도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0대가 빈곤 세대라면, 50대는 소득 양극화가 심한 세대다. 50대는 고소득층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중산층 비율은 두 번째로 낮았다.
세 번째로 소비와 그에 따른 생활수준을 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엥겔지수가 높았다. 전체 소비 가운데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지수가 높을수록 소비여력이 부족하고 생활수준은 열악하다는 뜻이다. 전체 가구 평균 엥겔지수는 14.3인데, 60세 이상은 21.2에 달한다. 문제는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50대의 생활수준도 높지 않다는 점이다. 50대는 엥겔지수가 두 번째로 높았고, 오락이나 문화, 외식에 쓰는 돈의 비중은 낮았다. 50대는 버는 돈은 가장 많지만, 아이 교육과 결혼 준비 등으로 문화생활을 할 정도의 여유가 없는 팍팍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네 번째 행복인프라는 일자리다. 사실 고용 안정성은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용률은 40대가 가장 높아 정점을 찍은 후 50대, 60대로 갈수록 낮아졌다. 50대부터 점차 직장에서 밀려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정규직 비율은 감소하고 비정규직 비율은 증가한다. 나이가 들수록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50대는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점차 불안한 일자리로 밀려나기 시작하는 세대라 할 수 있다. 60대는 더 심각하다. 60세 이상 고용률은 37.5%로 가장 낮다. 60대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는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마지막으로 노후 준비를 보면 60세 이상이 가장 심각하다. 50대는 60대보다 나은 편이지만, 노후 준비가 두 번째로 취약한 세대다. 60세 이상의 공적연금 가입률은 14.6%로 80% 안팎인 다른 연령대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60세 이상 나이에 군인, 공무원, 교사로 일하다 퇴직한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 연금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50대 경우에는 그래도 공무원연금이나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이 80%에 육박한다. 하지만 30대나 40대 젊은 층과 비교하면 50대는 퇴직연금 가입률이 떨어지는 등 노후 준비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이다.
노후 소득 높여줄 대책 필요
이처럼 5가지 경제 지표를 중심으로 세대별 행복인프라를 비교해본 결과, 50대와 60세 이상 고령층일수록 일자리와 노후 준비가 취약했다. 60세 이상 가구는 5가지 지표에서 모두 최악의 상태를 보였으며, 특히 노후 준비가 취약했다. 따라서 60세 이상 고령층을 위해선 기초노령연금을 좀 더 늘려야 하며, 고령친화적 일자리도 더 만들어야 한다. 향토문화자원 해설사, 숲 해설사,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하교 도우미 같은 일자리를 통해 노후 소득을 좀 더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50대는 소득수준을 제외한 4가지 경제 지표에서 60대 다음으로 취약했다. 50대는 좋은 일자리에서 밀려나기 시작하는 세대다. 따라서 취약한 고용 안정성을 보완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확산과 정년 연장을 검토해야 한다. 2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다른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며, 새로운 자격을 갖춰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직업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50대는 계속 일할 수 있는 젊은 나이다. 창업 후 3년이면 50%가 문을 닫는 자영업으로 내몰리거나 은퇴 후 등산만 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