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에르달 지음/ 안진환 옮김/ 레인메이커/ 384쪽/ 1만5000원
‘차일드베이스’는 영국 남부와 동부의 36개 유아원을 운영하는 그룹이다. 영국 유아원은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보육과 교육내용 품질에 대해 정부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전국에 있는 유아원 가운데 2%만 ‘탁월 등급’을 획득하는데, 차일드베이스는 이 비율이 10배에 달한다. 즉, 그룹 유아원 가운데 탁월 등급을 획득한 비율은 20%가 넘으며,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다. 물론 해당 분야에서 최고 수익도 올리고 있다.
전혀 관련 없는 이 두 기업의 공통점은 ‘사원주주제’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직원이 회사를 소유하기에 직원은 회사에 더 큰 관심을 쏟고, 더 나은 것을 만들며, 최상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결과, 고객이 그들 기업을 다시 찾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계속 이어진 경제위기로 많은 기업이 사원 수를 감축하고 투자를 축소하는 등 생존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하지만 해마다 사원 수를 늘리면서 과감한 혁신을 통해 뛰어난 성과를 자랑하는 기업도 있다. 저자는 이런 기업이 ‘윈윈(win-win)’하는 비결이 사원주주제에 있다고 말한다.
알고 보면 저자도 200년 역사를 가진 영국 제지회사 툴리스 러셀의 최고경영자였다.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 회사를 살리려고 저자는 과감하게 사원주주제, 즉 직원 공동 소유를 감행했다. 툴리스 러셀은 현재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을 뿐 아니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대대로 물려받은 제지회사를 사원에게 매각한 저자는 전 세계 기업 소유주에게 “사원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행복한 은퇴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반적으로 노동세계는 회사 소유주와 그곳에서 일하는 사원으로 나뉘며, 소유주는 회사를 지배하고 사원은 소유주가 시키는 일을 한다. 사원은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받고, 소유주는 수익 전부를 차지한다. 회사에 손실이 생길 경우, 소유주가 영향을 받긴 하지만 자신이 투자한 금액의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질 뿐이다. 손실금액이 투자금액보다 더 큰 경우 회사는 파산하고, 채권자가 나머지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그러니 전통적 경영 체제하에서는 일자리를 보전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일하면 충분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기업의 부가 내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면, 기업의 부가 내 것이 되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는 뜻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주요 추진력이 사원주주제 형태로 발현됐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곳 기업들은 훌륭한 인재들을 영입하는 데 스톡옵션을 이용했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영자들뿐 아니라 그야말로 모든 사원이 회사가 성공하기만 하면 이익 배당을 통해 한몫 챙길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이는 창의적 비즈니스 혁신과 가장 강력한 동기 부여 요소인 것으로 판명됐다.”
‘승자독식’ 무한 경쟁으로 상징되는 신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기업은 성장과 실적에 목마르다. 생존을 위해 수많은 경영기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저자는 신자본주의 위기 극복과 창조경제를 위한 대안으로 ‘공유문화’를 강력히 주장한다. 주주나 경영자가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해 함께 일하는 회사,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회사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