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3일 부영그룹과 전북도 관계자들이 10구단 창단 선포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송하진 전주시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김완주 전북도지사, 이연택 10구단 창단 추진위원장.
‘구단 이기주의’ 극복한 구본능 총재
새 구단 창단에 대해 롯데를 비롯해 삼성, KIA, 한화 등 적잖은 구단이 반대 의견을 고수하면서 10구단 창단 의결까지 많은 고충이 따랐다. 당초 계획했던 일정이 차질을 빚었고, 급기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의 골든글러브 시상식 보이콧 선언이 불거지는 등 난항도 겪었다.
구단 이기주의가 한국 야구 발전의 발목을 잡는 분위기였지만, 팬들의 절대적 지지 여론을 등에 업은 KBO 구 총재의 적극적 움직임에 따라 삼성 등 반대편에 섰던 구단들은 뜻을 접고 대승적 차원에서 10구단 창단에 힘을 보탰다. 구 총재는 이사회를 앞두고 반대 구단의 그룹 오너를 만나 설득작업을 펴는 등 커미셔너로서 적극적으로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수협의 압박과 야구팬의 절대적 지지, 그리고 구 총재의 리더십 덕분에 10구단 창단은 결국 닻을 올렸다. 10구단 주인공은 누가 될까. 현재로선 경기 수원에 기반을 둔 KT(KT-수원)와 전주를 중심으로 전라북도에 근거지를 둔 부영그룹(부영-전북)의 2파전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11월 6일 일찌감치 창단을 선언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한 KT-수원은 모기업 안정성을 바탕으로 관중 동원 등에서 유리하다는 현실론을 앞세워 10구단 유치를 자신하고 있다. 재계 순위 15위인 KT가 KBO 이사회 결정에 앞서 창단을 선언하면서 10구단 창단 여론을 거세게 불러일으킨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전주에 비해 흥행 여건을 갖췄다는 것이 강점이다. 110만 인구를 자랑하는 ‘광역시급 규모’인 수원은 인근에 안산, 용인, 성남, 안양 등 주변 인구가 총 500만 명이 넘는다. 중심 도시인 전주가 65만여 명으로 군산, 익산, 완주군을 합쳐야 수원시 인구 정도인 전북보다 시장성에서 우월하다. 모기업 규모도 KT가 부영보다 훨씬 위다. 야구단 운영에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근거다. KT는 계열사 50개에 자산총액 32조 원, 매출액 6조 원이 넘는 재계 순위 15위인 대기업이다. 반면 부영은 계열사 17개에 자산총액 12조 원, 매출액 2조 원으로 재계 순위 30위권이다. KT는 프로농구를 비롯해 골프, 사격, 하키, e-스포츠 등 스포츠단 운영 경험도 강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부영-전북이 강조하는 비교 우위는 KT-수원에 비해 앞선 야구 저변이다. 한때 쌍방울 레이더스의 연고지였던 전주를 중심으로 하는 전북은 스타급 프로야구선수들을 유독 많이 배출한 지역. 해태(KIA 전신)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봉연, 김성한, 조계현, 백인호 등이 전북 출신이다. 현역 선수 중에는 최형우(삼성), 김상현(KIA), 정대현(롯데), 박정권(SK), 이진영(LG) 등이 있다. 전주를 포함한 전북이 전통 있는 야구도시라는 점을 강조한다.
야구 인프라에서도 경쟁 우위에 있다는 점을 앞세운다. 수원은 기존 구장 리모델링을 준비 중이지만, 부영-전북은 전주에 새 구장을 짓는다. 이미 설계를 마치고 조감도를 공개했다. 시공업체도 선정한 상태다. 2015년 5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만5000석 규모로 25년간 부영이 무상 임대 자격을 얻는다.
무엇보다 지역 안배 차원에서 프로구단이 없는 전북에 10구단이 유치되는 게 상식에 맞는다고 주장한다. 10구단이 수원으로 간다면 수도권에만 프로야구단 5개가 몰리게 돼 대한민국 야구가 수도권 야구로 전략하게 된다는 요지다. 수도권과 대도시에 편중된 야구가 아니라, 소외된 지역 아이들이 야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얻고 그 저변을 넓혀가는 게 중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부영-전북 쪽에서는 1980년대 홈런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김봉연 극동대 교수와 김준환 원광대 교수가 적극적으로 10구단을 유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역시 군산상고를 졸업한 김성한 한화 수석코치도 한화 코칭스태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전북 유치활동을 펼쳤다. 전주에 있는 우석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박노준 교수도 전북을 위해 뛰어왔다. 박 교수는 전주를 연고지로 했던 프로야구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선수로 뛰다가 은퇴한 인연을 갖고 있다.
양쪽으로 의견 갈리는 야구계
반면 이용철 KBS N 해설위원은 수원시 유치위원이다. 이 위원은 수원과 인연이 있다. 2004년부터 수원에서 살고 있는 수원시민이고, 수원에서 ‘이용철 해설위원과 함께하는 야구교실’을 운영 중이다. 수원 지역 아마야구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이 위원은 수원시 요청으로 10구단 유치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위원을 비롯해 모 방송해설위원 등 야구계 여러 인사도 KT-수원을 위해 뛰고 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10구단 창단을 이끌어낸 KBO가 앞으로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야구 발전을 위한 중추적 계기가 돼야 할 10구단 창단이 자칫 잘못하면 야구계 분열 같은 예상치 못할 파장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곧 공식적으로 유치 신청을 받을 KBO는 최대한 공정한 과정과 검증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 한 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10구단 유치를 선언한 지방자치단체 단체장이 정당 정치인이라 각종 압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이에 대한 예방 작업도 하고 있다. “외부 청탁이 있으면 오히려 감점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그래서다.
KBO는 10구단을 선정할 평가위원회를 대부분 외부 인사로 구성하고, 평가위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최대한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검증 항목은 이미 외부에서 컨설팅을 받아 마련했다. 연고도시에 대한 평가, 가입을 원하는 기업의 평가, 해당 도시의 조건, 프로야구에 대한 지원 계획 등 정확한 잣대를 적용하고, 탈락한 곳도 수긍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