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역도(이명박 대통령을 지칭)가 연평도에 나타나 동족 대결과 북침 전쟁을 선동한 것은 북방한계선 문제를 여론화해 보수패당의 재집권을 실현하기 위한 음모책동이다.” - 평양방송
11월 3일. “새누리당이 재집권하면 또 하나의 반역정권 등장을 의미한다.” - 노동신문
대통령선거(대선)가 가까워지면서 북한의 대남 비방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주요 매체는 물론, 국방위원회와 조평통 등을 동원해 박근혜 대선후보와 새누리당을 비방한다. 북한은 아예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로 매도한다.
역대 대선 때도 이른바 북한의 선거 개입 시도는 늘 있었다. 대선뿐 아니라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북한 관련 이슈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러나 막상 선거 결과는 여당이 호재로 여겼던 이슈가 악재로 변모되기도 하고, 야당에 악재로 여겨지던 이슈가 호재로 작용하는 등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
2000년 총선 때는 집권당의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실 발표가 접경지역에서는 호재로, 수도권과 TK 등 영남지역에서는 오히려 보수세력 결집의 빌미로 작용해 여당에 악재로 작용했다. 반대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은 ‘안보’ 이슈가 여당에 유리하다는 통설을 깨고 야당이 승리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북한 이슈가 더는 남한 선거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송봉선 고려대 북한학과 초빙교수는 “북한의 남한 선거 개입 시도는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일부 요인이 될 수 있겠지만, 실제 우리 국민의 표심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부 종북단체가 부화뇌동할 수 있겠지만, 4월 총선 이후 통합진보당에서 부정투표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 정통성 없는 세력임이 알려지면서 국민이 식상해해 2010년 지방선거 때처럼 북한 변수가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변수 과거와 달라
그렇다면 왜 북한은 현 정부와 새누리당, 나아가 박근혜 대선후보에게조차 비판적 논조를 견지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으로 상호주의를 채택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송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과거 정권에 비해 북측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측은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파가 승리해야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선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상대에게 간파당한 의도는 더는 의미가 없다. 이번 대선에서 유행하는 말로 ‘진정성’ 없는 ‘말뻥’으로는 표심을 움직일 수 없는 셈이다. 20여 일 남은 제18대 대선 국면에서 북한의 선거 개입 시도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실제 민심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선후보 측 이정현 공보단장은 “북한은 남한 대선에 관여하는 게 무방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떠한 관여나 개입 시도도 중단해야 한다”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이 편드는 쪽이 민주통합당으로 해석될 여지는 있지만, 설령 북한이 민주통합당을 편든다 해도 실제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에 유리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