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은 영국 국민에게 자랑스러운 역사가 될 것이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밝힌 소감이다. 캐머런 총리의 말대로 런던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무엇보다 런던이 1908년과 48년에 이어 세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최초의 도시라는 점이 영국인에게 큰 자부심을 안겼다. 1908년 제4회 올림픽은 근대올림픽의 시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때부터 각국 출전선수들이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전통이 시작됐다. 마라톤 구간이 42.195km로 확정된 것도 이때부터다. 1948년 제14회 올림픽은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때였음에도 신생 독립국이 대거 참가해 전 세계 스포츠 축제가 됐다. 영국은 두 차례의 런던올림픽을 발판으로 전쟁 참화를 극복하고 재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캐머런 총리와 영국 정부는 이번에 세 번째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침체에 빠진 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캐머런 총리는 이번 런던올림픽을 ‘경제 올림픽’으로 규정했다. 더블딥(경기침체 후 회복했다 다시 침체하는 상황)에 빠진 영국 경제를 살리려면 런던올림픽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흑자 올림픽’ 위한 절약과 전략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1분기 -0.3% 성장률을 기록해, 지난해 4분기 성장률 -0.3%에 이어 3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영국 경제는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뒤 조금씩 회복하는 기미를 보였으나 최근 다시 뒷걸음질친 것이다. 영국이 더블딥에 빠진 것은 1975년 이후 처음이다. 캐머런 총리가 2010년 5월 취임한 점을 감안하면 영국 경제는 보수당 정권 출범 이후 2년 동안 제자리걸음만 한 셈이다. 올해 연간 성장률마저 마이너스를 기록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영국 경제가 100년 만에 최장기 침체를 맞이할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16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올해 영국 GDP가 0.2% 성장하는 데 그치리라고 예측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캐머런 총리 처지에서는 런던올림픽이 경제 회복 계기를 마련하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그 때문에 캐머런 총리와 영국 정부는 그동안 런던올림픽을 흑자 대회로 만들려고 예산과 비용을 최대한 줄였다. 영국 정부가 책정한 런던올림픽 예산은 93억 파운드(약 16조 원)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4년 아테네올림픽 예산에 비해 훨씬 적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런던의 올림픽파크는 서울 난지도처럼 한때 쓰레기 매립장이던 북동부 리밸리(Lea Valley)에 만들어졌다. 올림픽파크에는 개폐회식과 육상 경기가 열리는 8만 석 규모의 올림픽 주경기장(메인 스타디움)을 비롯해 수영장, 사이클, 펜싱, 하키, 농구, 핸드볼 경기장이 있다. 특히 주경기장은 세계 최대 재활용 경기장이다. 관람석 가운데 영구 관람석은 2만5000개밖에 안 되고, 나머지 5만5000석은 폐가스관으로 만들어 올림픽이 끝나면 철거할 예정이다. 농구와 핸드볼 결승전이 열리는 바스켓볼 아레나도 건물 전체를 흰색 천막으로 감싸 해체와 재조립이 가능하다. 올림픽이 끝나면 브라질에 판매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재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영국 축구의 성지인 웸블리구장과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윔블던 테니스장, 다목적 전시장인 런던 엑셀, 주로 콘서트를 개최하던 복합엔터테인먼트 시설 오투 아레나 등을 모두 올림픽 경기장으로 사용한다. 영국 왕실의 기마병이 근무하는 호스가드 광장 뒤편에는 모래 2200t을 뿌려 비치발리볼 경기장을 만들었다. 하이드파크는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장으로 변신했다.
‘온정적 보수주의’ 폐기
캐머런 총리는 런던올림픽 대회 기간에만 경제 효과가 10억 파운드(약 1조7800억 원)에 이르고, 2015년까지 130억 파운드(약 23조1900억 원)가 창출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런던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영국 로이즈뱅킹그룹은 2017년까지 165억 파운드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일자리 6만2000여 개 창출을 예상하기도 했다. 이런 전망이 맞는다면 런던올림픽은 침체에 빠진 영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런던올림픽의 경제 효과를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올림픽을 보러 온 관광객이 얼마나 돈을 쓸지가 미지수다. 런던올림픽 예상 관광객은 1000만 명이고, 그중 외국인 관광객은 120만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만큼 관광객의 씀씀이도 크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역대 올림픽을 보면 수익을 얻은 경우는 많지 않다. 1984년부터 2008년 사이에 열린 7개 올림픽 가운데 19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을 제외하면 모두 적자였다. 또한 올림픽 이후에는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올림픽 후 경제침체(Post-Olympic Economic Depression)’를 겪었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 진원지인 그리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빚더미에 앉으면서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까지 들었다.
현재로선 런던올림픽이 흑자가 될지 적자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영국 BBC 방송이 “런던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육상 100m나 마라톤이 아닌 대회 손익계산서”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캐머런 총리 처지에선 2014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재집권하고 자신이 재선하는 발판을 마련하려면 런던올림픽의 성공이 중요하다. 현재 보수당 지지도는 야당인 노동당에 비해 열세를 보인다. 캐머런 총리의 지지율도 2010년 총선 이후 가장 낮은 30%대를 기록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와 보수당의 지지도가 하락한 이유는 과감한 복지 축소 정책 때문이다. 캐머런 총리는 16∼24세 청년실업자에게 지급해온 주당 90파운드(약 16만 원)의 주택보조금을 삭감했다. 자녀가 많은 실업가정에 대한 보조금도 축소했다. 자녀에게 지급되는 수당에 기대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실업가정의 복지혜택을 줄인 것이다. 실업수당을 받는 장기 실업자도 공공근로에 강제 투입되고 있다.
캐머런 총리의 복지 축소 정책은 그동안 추진해온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를 사실상 폐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1980년대 ‘영국병’을 고치겠다며 복지정책에 칼을 댄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정책과 맥이 닿는다. 캐머런 총리가 ‘대처리즘’을 따르는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 때문이다. 영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각각 GDP의 8.4%와 85.7%로, 구제금융을 신청한 스페인(8.5%, 68.5%)보다 높다.
캐머런 총리는 집권 후 2년간 공무원 연봉 동결, 5년간 49만 명 감원, 국방예산 감축 등 강력한 긴축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 긴축정책과 복지혜택 축소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6월 초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이 참패한 것도 캐머런 총리의 정책에 국민이 불만을 표시한 결과다. 캐머런 총리는 런던올림픽의 성공이 국민의 불만을 무마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스코틀랜드 독립 막아야
캐머런 총리는 런던올림픽을 통해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영국에서는 스코틀랜드 분리 및 독립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5월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에서 자치권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다수당이 됐기 때문이다.
영국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이뤄진 연방국가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1603년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가 세상을 떠난 뒤 후손이 없자 인척인 제임스 6세 스코틀랜드 왕이 잉글랜드 왕(제임스 1세)에 오르면서 통합 과정을 밟았다. 이후 1702년 제임스 2세의 차녀가 여왕으로 즉위하면서 스코틀랜드는 그레이트브리튼(Great Britain)이라는 하나의 의회와 정부 아래 잉글랜드에 합쳐졌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의 앵글로색슨 족과는 달리 켈트 족이 주류를 이룬다.
스코틀랜드는 영국 전체 국토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무엇보다 스코틀랜드는 영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해 떨어져 나간다면 영국 경제는 스페인 수준으로 축소된다. 스코틀랜드국민당은 2014년 가을 영국으로부터 독립 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스코틀랜드국민당이 2014년을 선택한 이유는 스코틀랜드 독립투쟁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배넉번 전투가 벌어진 지 700주년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민족 감정에 호소해 독립을 이끌어내겠다는 속셈이다. 배넉번 전투는 스코틀랜드 왕 로버트 1세가 1314년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2세의 침공을 막아낸 것을 말한다.
캐머런 총리는 내년에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주장한다. 런던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를 경우 영국의 단합된 힘을 국제사회에 과시할 수 있고, 스코틀랜드도 영국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캐머런 총리는 세계 7위 경제대국이자 세계 4위 군사대국인 영국과 함께하는 것이 스코틀랜드와 영국을 더 강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해왔다. 캐머런 총리가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막는다면 정치적 입지도 상당히 단단해질 것이 틀림없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이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종합 3위를 차지하기를 은근히 바란다. 영국은 이번 런던올림픽 참가국 가운데 최대 선수단 규모인 542명(남자 280명, 여자 262명)이 참가한다. 올림픽 성적이 반드시 국력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영국이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국제사회에서 영국 위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런던올림픽을 통해 경제를 회복하고 재집권도 하겠다는 캐머런 총리의 야심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밝힌 소감이다. 캐머런 총리의 말대로 런던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무엇보다 런던이 1908년과 48년에 이어 세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최초의 도시라는 점이 영국인에게 큰 자부심을 안겼다. 1908년 제4회 올림픽은 근대올림픽의 시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때부터 각국 출전선수들이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전통이 시작됐다. 마라톤 구간이 42.195km로 확정된 것도 이때부터다. 1948년 제14회 올림픽은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때였음에도 신생 독립국이 대거 참가해 전 세계 스포츠 축제가 됐다. 영국은 두 차례의 런던올림픽을 발판으로 전쟁 참화를 극복하고 재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캐머런 총리와 영국 정부는 이번에 세 번째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침체에 빠진 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캐머런 총리는 이번 런던올림픽을 ‘경제 올림픽’으로 규정했다. 더블딥(경기침체 후 회복했다 다시 침체하는 상황)에 빠진 영국 경제를 살리려면 런던올림픽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흑자 올림픽’ 위한 절약과 전략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1분기 -0.3% 성장률을 기록해, 지난해 4분기 성장률 -0.3%에 이어 3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영국 경제는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뒤 조금씩 회복하는 기미를 보였으나 최근 다시 뒷걸음질친 것이다. 영국이 더블딥에 빠진 것은 1975년 이후 처음이다. 캐머런 총리가 2010년 5월 취임한 점을 감안하면 영국 경제는 보수당 정권 출범 이후 2년 동안 제자리걸음만 한 셈이다. 올해 연간 성장률마저 마이너스를 기록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영국 경제가 100년 만에 최장기 침체를 맞이할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16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올해 영국 GDP가 0.2% 성장하는 데 그치리라고 예측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캐머런 총리 처지에서는 런던올림픽이 경제 회복 계기를 마련하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그 때문에 캐머런 총리와 영국 정부는 그동안 런던올림픽을 흑자 대회로 만들려고 예산과 비용을 최대한 줄였다. 영국 정부가 책정한 런던올림픽 예산은 93억 파운드(약 16조 원)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4년 아테네올림픽 예산에 비해 훨씬 적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런던의 올림픽파크는 서울 난지도처럼 한때 쓰레기 매립장이던 북동부 리밸리(Lea Valley)에 만들어졌다. 올림픽파크에는 개폐회식과 육상 경기가 열리는 8만 석 규모의 올림픽 주경기장(메인 스타디움)을 비롯해 수영장, 사이클, 펜싱, 하키, 농구, 핸드볼 경기장이 있다. 특히 주경기장은 세계 최대 재활용 경기장이다. 관람석 가운데 영구 관람석은 2만5000개밖에 안 되고, 나머지 5만5000석은 폐가스관으로 만들어 올림픽이 끝나면 철거할 예정이다. 농구와 핸드볼 결승전이 열리는 바스켓볼 아레나도 건물 전체를 흰색 천막으로 감싸 해체와 재조립이 가능하다. 올림픽이 끝나면 브라질에 판매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재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영국 축구의 성지인 웸블리구장과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윔블던 테니스장, 다목적 전시장인 런던 엑셀, 주로 콘서트를 개최하던 복합엔터테인먼트 시설 오투 아레나 등을 모두 올림픽 경기장으로 사용한다. 영국 왕실의 기마병이 근무하는 호스가드 광장 뒤편에는 모래 2200t을 뿌려 비치발리볼 경기장을 만들었다. 하이드파크는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장으로 변신했다.
‘온정적 보수주의’ 폐기
캐머런 총리는 런던올림픽 대회 기간에만 경제 효과가 10억 파운드(약 1조7800억 원)에 이르고, 2015년까지 130억 파운드(약 23조1900억 원)가 창출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런던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영국 로이즈뱅킹그룹은 2017년까지 165억 파운드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일자리 6만2000여 개 창출을 예상하기도 했다. 이런 전망이 맞는다면 런던올림픽은 침체에 빠진 영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런던올림픽의 경제 효과를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올림픽을 보러 온 관광객이 얼마나 돈을 쓸지가 미지수다. 런던올림픽 예상 관광객은 1000만 명이고, 그중 외국인 관광객은 120만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만큼 관광객의 씀씀이도 크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역대 올림픽을 보면 수익을 얻은 경우는 많지 않다. 1984년부터 2008년 사이에 열린 7개 올림픽 가운데 19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을 제외하면 모두 적자였다. 또한 올림픽 이후에는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올림픽 후 경제침체(Post-Olympic Economic Depression)’를 겪었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 진원지인 그리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빚더미에 앉으면서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까지 들었다.
현재로선 런던올림픽이 흑자가 될지 적자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영국 BBC 방송이 “런던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육상 100m나 마라톤이 아닌 대회 손익계산서”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캐머런 총리 처지에선 2014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재집권하고 자신이 재선하는 발판을 마련하려면 런던올림픽의 성공이 중요하다. 현재 보수당 지지도는 야당인 노동당에 비해 열세를 보인다. 캐머런 총리의 지지율도 2010년 총선 이후 가장 낮은 30%대를 기록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와 보수당의 지지도가 하락한 이유는 과감한 복지 축소 정책 때문이다. 캐머런 총리는 16∼24세 청년실업자에게 지급해온 주당 90파운드(약 16만 원)의 주택보조금을 삭감했다. 자녀가 많은 실업가정에 대한 보조금도 축소했다. 자녀에게 지급되는 수당에 기대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실업가정의 복지혜택을 줄인 것이다. 실업수당을 받는 장기 실업자도 공공근로에 강제 투입되고 있다.
캐머런 총리의 복지 축소 정책은 그동안 추진해온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를 사실상 폐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1980년대 ‘영국병’을 고치겠다며 복지정책에 칼을 댄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정책과 맥이 닿는다. 캐머런 총리가 ‘대처리즘’을 따르는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 때문이다. 영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각각 GDP의 8.4%와 85.7%로, 구제금융을 신청한 스페인(8.5%, 68.5%)보다 높다.
캐머런 총리는 집권 후 2년간 공무원 연봉 동결, 5년간 49만 명 감원, 국방예산 감축 등 강력한 긴축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 긴축정책과 복지혜택 축소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6월 초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이 참패한 것도 캐머런 총리의 정책에 국민이 불만을 표시한 결과다. 캐머런 총리는 런던올림픽의 성공이 국민의 불만을 무마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스코틀랜드 독립 막아야
캐머런 총리는 런던올림픽을 통해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영국에서는 스코틀랜드 분리 및 독립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5월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에서 자치권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다수당이 됐기 때문이다.
영국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이뤄진 연방국가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1603년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가 세상을 떠난 뒤 후손이 없자 인척인 제임스 6세 스코틀랜드 왕이 잉글랜드 왕(제임스 1세)에 오르면서 통합 과정을 밟았다. 이후 1702년 제임스 2세의 차녀가 여왕으로 즉위하면서 스코틀랜드는 그레이트브리튼(Great Britain)이라는 하나의 의회와 정부 아래 잉글랜드에 합쳐졌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의 앵글로색슨 족과는 달리 켈트 족이 주류를 이룬다.
스코틀랜드는 영국 전체 국토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무엇보다 스코틀랜드는 영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해 떨어져 나간다면 영국 경제는 스페인 수준으로 축소된다. 스코틀랜드국민당은 2014년 가을 영국으로부터 독립 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스코틀랜드국민당이 2014년을 선택한 이유는 스코틀랜드 독립투쟁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배넉번 전투가 벌어진 지 700주년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민족 감정에 호소해 독립을 이끌어내겠다는 속셈이다. 배넉번 전투는 스코틀랜드 왕 로버트 1세가 1314년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2세의 침공을 막아낸 것을 말한다.
캐머런 총리는 내년에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주장한다. 런던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를 경우 영국의 단합된 힘을 국제사회에 과시할 수 있고, 스코틀랜드도 영국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캐머런 총리는 세계 7위 경제대국이자 세계 4위 군사대국인 영국과 함께하는 것이 스코틀랜드와 영국을 더 강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해왔다. 캐머런 총리가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막는다면 정치적 입지도 상당히 단단해질 것이 틀림없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이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종합 3위를 차지하기를 은근히 바란다. 영국은 이번 런던올림픽 참가국 가운데 최대 선수단 규모인 542명(남자 280명, 여자 262명)이 참가한다. 올림픽 성적이 반드시 국력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영국이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국제사회에서 영국 위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런던올림픽을 통해 경제를 회복하고 재집권도 하겠다는 캐머런 총리의 야심이 성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