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에서 대표적 반미좌파인 우고 차베스(58)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차베스는 지난해 6월 쿠바 수도 아바나의 한 병원에서 골반에 생긴 야구공 크기만한 악성종양을 두 차례 수술로 제거했다. 이후 그는 쿠바를 네 번이나 오가며 방사선치료를 받았고, 지난해 10월 “암에서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차베스는 올 2월 쿠바로 건너가 골반의 같은 부위에 생긴 악성종양을 다시 제거해야 했다. 항암치료를 받는 차베스는 4월 5일 고향 바리나스의 한 성당에서 열린 성목요일(예수의 최후 만찬을 기리는 부활절 주간 목요일) 미사에 참석해 눈물까지 흘리며 살려달라는 절절한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4월 14일부터 26일까지 쿠바에서 치료받다 귀국한 차베스의 얼굴에선 과거와는 달리 자신감이 드러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국영 TV도 차베스의 귀국 장면을 생중계하지 않고 녹화 방송했다. 당초 쿠바에서 다섯 차례 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차베스의 말대로라면 치료는 이미 끝났어야 한다. 4월 30일 방사선치료를 받으려고 다시 쿠바를 방문한 것을 보면 병세가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야권 인사 ‘기껏해야 45일 생존’
차베스가 현재 어떤 종류의 암을 앓는지, 어떤 치료를 받으며 병세가 호전되고 있는지 등 그의 병과 관련한 모든 것이 비밀에 부쳐져 있다. 베네수엘라 군 장성 출신이자 야권 인사인 카를로스 페날로사는 “차베스의 건강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면서 “의료진은 차베스가 기껏해야 45일 정도밖에 살지 못하리라 얘기했다”고 주장한다. 차베스는 4월 14~15일 콜롬비아에서 열린 미주 정상회의에도 의료진의 만류로 참석하지 못했다.
차베스는 최근 몇 주간 자신이 진행해온 국영 TV의 일요일 프로그램 ‘알로 프레지덴테(Alo Presidente)’에도 출연하지 못했다. 그는 1999년부터 매주 이 프로그램에서 몇 시간씩 연설하는 등 언변과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지금까지 13년간 베네수엘라를 통치해온 그는 그동안 철저한 사회주의자이자 포퓰리스트(대중인기영합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그는 1975년부터 특수부대 장교로 근무했으며, 1982년 ‘볼리바르혁명운동(MBR-200)’이라는 군부 지하 정치조직을 만들어 사회주의운동을 시작했다. 1989년 시몬볼리바르대학 정치학과에서 위탁교육을 받으며 현실 정치의 부조리에 본격적으로 눈뜬 그는 중령이던 1992년 2월 쿠데타를 기도했다가 실패해 2년간 감옥살이를 했다.
와신상담한 그는 1994년 제5공화국운동당을 창당하고 사회주의 계열 정당들과 연대해 1998년 12월 대통령선거(이하 대선)에서 역대 최연소(44세) 대통령에 당선됐다. 1999년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리고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개헌을 성공시킨 그는 2000년과 2006년 대선에서 연속 승리했다. 그는 또 종신집권을 위해 2009년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를 내용으로 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켰으며, 오는 10월 7일 열리는 대선에서 4선을 노리고 있다.
차베스의 야심은 볼리바르 혁명을 통해 베네수엘라를 ‘21세기 새로운 사회주의국가’로 환골탈태시키는 것이다. 볼리바르 혁명이란 ‘남미 해방자’라고 부르는 시몬 볼리바르(1783~1830)가 주창한 빈곤으로부터의 해방과 제국주의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남미 통합을 뜻한다.
특히 차베스는 쿠바식 사회주의 모델을 추종해왔다. 실제로 그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해 천연자원을 국유화하는 등 국가자본주의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으며, 대규모 예산을 빈민 구제 프로그램에 투입하는가 하면, 분배를 강화하는 내용의 각종 법률을 제정하는 등 베네수엘라를 남미의 대표적인 사회주의국가로 만들었다. 심지어 자신의 정책을 비판해온 방송사를 폐쇄하는 등 언론탄압도 서슴지 않아 ‘독재자’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또한 그는 이란 핵 문제를 비롯해 각종 국제 현안에서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했으며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쿠바 같은 반미국가들을 지원해왔다.
현재 차베스의 대권 가도에 가장 큰 변수는 건강이다. 사실상 독재체제에 숨죽여왔던 베네수엘라 야권은 그의 건강 이상을 정권 탈환의 좋은 기회로 본다. 야권은 차베스의 독재통치를 종식하기 위해 2월 변호사 출신의 젊은 정치인 엔리케 카프릴레스 라돈스키(40) 미란다 주 주지사를 대선에 출마할 단일후보로 선정했다. 라돈스키 주지사는 베네수엘라 역사상 최연소인 26세에 국회의원에 당선했으며, 2008년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미란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미란다 주는 베네수엘라에서 수도 카라카스를 포함하고 있어 여야가 선거 때마다 치열하게 경쟁해온 지역이다.
중남미 정치 지형도 변화 예상
라돈스키는 나치 독일의 탄압을 피해 베네수엘라에 정착한 폴란드 유대인 망명자의 손자다. 6월 11일 대선후보 등록 마감일에 앞서 일찌감치 후보로 등록한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빈민촌을 누비는 등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섰다. 중도좌파 노선을 내건 그는 브라질의 룰라식 경제모델 도입,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란이나 시리아 같은 반미국가와의 이데올로기적 동맹을 강조하는 외교정책도 폐기한다는 노선이다. 그는 “좌파나 우파가 아닌 베네수엘라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차베스와 집권 여당인 사회주의연합당은 강력한 도전자의 출현에 당황한 모습이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국민은 차베스의 실정에 상당한 반감을 보여왔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차베스의 강력한 추진력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였지만, 2006년부터 서방 기업들의 철수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인플레이션은 연 26%에 이르고, 살인사건 발생률은 남미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차베스의 과도한 포퓰리즘에 국민은 피로감을 느낀다. 여당 일각에선 차베스의 병세가 악화하거나 사망할 경우 자칫 정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여당에선 차베스를 대신해 대선후보로 나설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니콜라 마두로 외무장관, 엘리아스 하우아 부통령, 디오스다도 카벨로 의원이 차베스의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만일 베네수엘라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중남미 전체의 정치 지형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는 중남미에서 급진좌파의 좌장 노릇을 해왔다. 현재 남미에서 우파정권으로 분류되는 국가는 칠레와 콜롬비아이고 급진좌파는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 3개국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모두 중도좌파가 정권을 잡았다. 중미에선 쿠바와 니카라과가 급진좌파다. 차베스의 건강 문제가 중남미 급진좌파 국가의 향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셈이다. 차베스가 과연 병마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차베스는 올 2월 쿠바로 건너가 골반의 같은 부위에 생긴 악성종양을 다시 제거해야 했다. 항암치료를 받는 차베스는 4월 5일 고향 바리나스의 한 성당에서 열린 성목요일(예수의 최후 만찬을 기리는 부활절 주간 목요일) 미사에 참석해 눈물까지 흘리며 살려달라는 절절한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4월 14일부터 26일까지 쿠바에서 치료받다 귀국한 차베스의 얼굴에선 과거와는 달리 자신감이 드러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국영 TV도 차베스의 귀국 장면을 생중계하지 않고 녹화 방송했다. 당초 쿠바에서 다섯 차례 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차베스의 말대로라면 치료는 이미 끝났어야 한다. 4월 30일 방사선치료를 받으려고 다시 쿠바를 방문한 것을 보면 병세가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야권 인사 ‘기껏해야 45일 생존’
차베스가 현재 어떤 종류의 암을 앓는지, 어떤 치료를 받으며 병세가 호전되고 있는지 등 그의 병과 관련한 모든 것이 비밀에 부쳐져 있다. 베네수엘라 군 장성 출신이자 야권 인사인 카를로스 페날로사는 “차베스의 건강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면서 “의료진은 차베스가 기껏해야 45일 정도밖에 살지 못하리라 얘기했다”고 주장한다. 차베스는 4월 14~15일 콜롬비아에서 열린 미주 정상회의에도 의료진의 만류로 참석하지 못했다.
차베스는 최근 몇 주간 자신이 진행해온 국영 TV의 일요일 프로그램 ‘알로 프레지덴테(Alo Presidente)’에도 출연하지 못했다. 그는 1999년부터 매주 이 프로그램에서 몇 시간씩 연설하는 등 언변과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지금까지 13년간 베네수엘라를 통치해온 그는 그동안 철저한 사회주의자이자 포퓰리스트(대중인기영합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그는 1975년부터 특수부대 장교로 근무했으며, 1982년 ‘볼리바르혁명운동(MBR-200)’이라는 군부 지하 정치조직을 만들어 사회주의운동을 시작했다. 1989년 시몬볼리바르대학 정치학과에서 위탁교육을 받으며 현실 정치의 부조리에 본격적으로 눈뜬 그는 중령이던 1992년 2월 쿠데타를 기도했다가 실패해 2년간 감옥살이를 했다.
와신상담한 그는 1994년 제5공화국운동당을 창당하고 사회주의 계열 정당들과 연대해 1998년 12월 대통령선거(이하 대선)에서 역대 최연소(44세) 대통령에 당선됐다. 1999년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리고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개헌을 성공시킨 그는 2000년과 2006년 대선에서 연속 승리했다. 그는 또 종신집권을 위해 2009년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를 내용으로 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켰으며, 오는 10월 7일 열리는 대선에서 4선을 노리고 있다.
차베스의 야심은 볼리바르 혁명을 통해 베네수엘라를 ‘21세기 새로운 사회주의국가’로 환골탈태시키는 것이다. 볼리바르 혁명이란 ‘남미 해방자’라고 부르는 시몬 볼리바르(1783~1830)가 주창한 빈곤으로부터의 해방과 제국주의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남미 통합을 뜻한다.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라돈스키 미란다 주 주지사가 군중에 에워싸였다.
현재 차베스의 대권 가도에 가장 큰 변수는 건강이다. 사실상 독재체제에 숨죽여왔던 베네수엘라 야권은 그의 건강 이상을 정권 탈환의 좋은 기회로 본다. 야권은 차베스의 독재통치를 종식하기 위해 2월 변호사 출신의 젊은 정치인 엔리케 카프릴레스 라돈스키(40) 미란다 주 주지사를 대선에 출마할 단일후보로 선정했다. 라돈스키 주지사는 베네수엘라 역사상 최연소인 26세에 국회의원에 당선했으며, 2008년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미란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미란다 주는 베네수엘라에서 수도 카라카스를 포함하고 있어 여야가 선거 때마다 치열하게 경쟁해온 지역이다.
중남미 정치 지형도 변화 예상
라돈스키는 나치 독일의 탄압을 피해 베네수엘라에 정착한 폴란드 유대인 망명자의 손자다. 6월 11일 대선후보 등록 마감일에 앞서 일찌감치 후보로 등록한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빈민촌을 누비는 등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섰다. 중도좌파 노선을 내건 그는 브라질의 룰라식 경제모델 도입,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란이나 시리아 같은 반미국가와의 이데올로기적 동맹을 강조하는 외교정책도 폐기한다는 노선이다. 그는 “좌파나 우파가 아닌 베네수엘라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차베스와 집권 여당인 사회주의연합당은 강력한 도전자의 출현에 당황한 모습이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국민은 차베스의 실정에 상당한 반감을 보여왔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차베스의 강력한 추진력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였지만, 2006년부터 서방 기업들의 철수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인플레이션은 연 26%에 이르고, 살인사건 발생률은 남미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차베스의 과도한 포퓰리즘에 국민은 피로감을 느낀다. 여당 일각에선 차베스의 병세가 악화하거나 사망할 경우 자칫 정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여당에선 차베스를 대신해 대선후보로 나설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니콜라 마두로 외무장관, 엘리아스 하우아 부통령, 디오스다도 카벨로 의원이 차베스의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만일 베네수엘라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중남미 전체의 정치 지형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는 중남미에서 급진좌파의 좌장 노릇을 해왔다. 현재 남미에서 우파정권으로 분류되는 국가는 칠레와 콜롬비아이고 급진좌파는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 3개국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모두 중도좌파가 정권을 잡았다. 중미에선 쿠바와 니카라과가 급진좌파다. 차베스의 건강 문제가 중남미 급진좌파 국가의 향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셈이다. 차베스가 과연 병마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