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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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발로 뛰어야 할 뿐 폼 나는 PR는 없어요”

홍보대행사 프레인 여준영 대표

  • 김지예 주간동아 인턴기자 lilith825@gmail.com

    입력2012-04-09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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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직 발로 뛰어야 할 뿐 폼 나는 PR는 없어요”
    국내 PR산업은 2000년 설립된 프레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다. 기업의 장점을 홍보하는 것보다 단점이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게 PR의 주된 임무였던 시절, 여준영(42) 대표는 PR도 머리를 써야 한다는 콘셉트로 홍보대행사 프레인을 설립했다. 프레인(Prain)은 PR에 ‘머리(Brain)’를 더한다는 뜻이다.

    이런 자신만만함 덕분일까. 이 회사는 지난 10년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설립 당시 여 대표를 포함해 직원 3명이던 프레인은 매년 빠른 성장세를 보인 끝에 현재 국내 1위, 아시아 5위의 홍보대행사인 프레인컨설팅그룹(이하 프레인그룹)으로 성장했다. 광고, 디자인, 모바일 솔루션 전문회사와 전략 연구소 등을 포함해 6개 계열사를 운영한다.

    2005년 사실상 프레인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여 대표의 최근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지난해부터 영화와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했고, 문화콘텐츠 전반에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진행 중이다.

    4월 2일 오후 3시, 프레인그룹이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의 레스토랑 퓨어아레나에서 여 대표를 만났다. 퓨어아레나 내부는 고양이 캐릭터 ‘스노우캣’의 권윤주 작가가 아트디렉터로 참여해 꾸민 테이블, 인형을 포함해 김연아의 스케이트, 박지성의 축구공 등 다양한 소품으로 가득했다. 음반과 DVD를 선택해 신청할 수 있는 선반도 갖춰 평소 음악을 좋아한다는 여 대표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었다.

    국내 1위·아시아 5위 홍보대행사



    홍보대행사 사장이라는 화려한 직함과 달리 여 대표는 매우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에도 숫기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에선 적극적으로 의견을 얘기하고 반장도 도맡아 했다. 그래도 타고난 모범생 스타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할 당시 그의 학점은 4.0 만점에서 반 토막이 난 2.0이었다.

    “고등학생 땐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에 들어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억지로 공부했어요. 그래서인지 대학 시절엔 놀기만 했죠. LP판을 틀어주던 록카페에서 음악 DJ도 했어요.”

    대학 졸업 후 국내 대기업에 입사한 그가 처음 맡은 일은 은퇴를 앞둔 기업 대표의 퇴임사 원고 초안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이후 그는 계열사 대표들의 관련 원고를 도맡아 작성했다. 그가 홍보맨으로서의 자질을 처음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첫 직장에서 일한 6년의 경험은 그에게 ‘처음’ 이상의 각별한 의미가 있다.

    “직장에서 주어진 업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생활의 기초가 되는 모든 것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젊은이들이 첫 직장의 중요성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1999년 국내 한 통신업체로 옮겨 1년간 근무하다 프레인을 설립해 독립했다. 이지선 프레인 부사장, 김정호 트레이 대표가 첫 직원으로 합류했고, 당시 웹 에이전시를 운영하던 홍기석 마커스 대표도 가세했다(트레이와 마커스는 각각 전문 컨설팅과 미디어 전략, 광고를 담당하는 프레인그룹 계열사다). 창립 초창기에는 뚜렷한 수익구조가 없어 여 대표는 한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인사담당 업무를 겸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1000명에 가까운 입사지원자 중 100명의 개발인력을 뽑으며 이른바 ‘사람 보는 눈’을 키웠다.

    “사람을 첫눈에 알아보는 눈이 생겼다기보다 채용한 사람이 입사 후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면접 당시에는 선하고 성실할 것 같아 채용했는데 같이 일해보니 실망스러운 직원도 있었고, 반대인 경우도 있었죠.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면서 사람 보는 눈이 정교해진 것 같아요.”

    직원을 채용할 때 여 대표의 눈은 ‘밝고 긍정적’인 사람에게 향한다. 리더가 매사에 부정적인 직원의 기분을 관리하느라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면 결국 회사 차원에서도 손실이라는 설명이다.

    여 대표는 투 잡을 하면서 회사를 꾸려갈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다만 ‘원칙’에 충실했던 게 성공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그 당시 프레인이 성공하는 유일한 길은 ‘지금 맡은 일을 남보다 잘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연한 말 같지만 그 안에는 치밀한 성공 사슬이 숨어 있죠. 남보다 잘하면 그것에 만족한 고객이 다른 고객을 연결해주고, 예상치 않게 더 높은 가격으로 보상을 받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고 여기는 기업이 의외로 많은 것 같아요.”

    문화콘텐츠 분야로 영역 확대

    여 대표를 수장으로 한 프레인그룹은 삼성그룹, SK텔레콤, 나이키, 피자헛, CJ라이온을 비롯한 국내외 굴지의 기업과 정부, 공기업 등의 PR프로젝트 1000여 건을 수행했다. 그는 프로젝트 담당업체를 선정하는 공개 프레젠테이션 경쟁에서 백전백승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좋은 프레젠터는 프레젠테이션 준비 기간의 대부분을 내용 연구에 쓰는 사람이에요. 형식이 얼마나 예쁘고 화려한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죠. 프레젠터가 빵을 홍보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빵을 먹어봐야 하는 기본 과정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프레인그룹은 전 계열사를 포함해 30대 임원이 80%가 넘는 젊은 기업이다. 여 대표는 젊은 PR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PR는 말 그대로 대중과 만나는 일이에요. 젊은 PR인들은 ‘폼’나게 사무실에 앉아 문서로 조언하고 가르치는 ‘고급’ PR컨설팅 전문가가 되길 꿈꾸죠. 사람을 만나고 발로 뛰는 PR는 세련되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어요. 하지만 전문성을 키우려면 대중 안으로 들어가야 해요. 대중과 멀어진 PR는 더는 PR가 아니에요.”

    여 대표는 지난해 독립영화 ‘50/50’을 수입해 15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극 중 주인공이 암환자인 것에서 착안해 한국의료지원재단과 함께 암환자 치료비 지원을 위한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매일 밤 한 편씩 영화를 볼 만큼 그 매력에 빠져 있다 보니 배우에게도 관심이 갔다. 현재 프레인 내 TPC(Talented People Caring)는 영화 ‘최종병기 활’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김무열을 시작으로 같은 영화에서 활약한 류승룡과 조은지, 설성민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다.

    여 대표는 올해 1월부터는 문화콘텐츠기업 스티키몬스터랩의 지분 20%를 인수해 공동 대주주로서 이 회사의 경영 및 마케팅에 참여 중이다. 스티키몬스터랩은 애니메이션 , 광고, 그래픽디자인, 피겨 제작 등을 아우르는 아티스트 집단이다. 2월에는 애니메이션 ‘더 로너(The Loner)’가 제1회 프랑스 퓌비즈 어워즈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최고상을 수상했을 만큼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여 대표는 지분 인수와는 별도로 올해 10억 원을 포함, 향후 3년간 25억여 원을 투자해 창작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월 말에는 여 대표와 스티키몬스터랩의 첫 합작품이 탄생할 전망이다. 그들이 직접 디자인한 외식 공간이 홍대 부근에 문을 여는 것. 아티스트들이 직접 개발에 참여한 메뉴를 맛보고, 그들의 각종 창작물을 관람하는 것은 물론 구입도 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다.

    여 대표의 개인 블로그 이름은 ‘hunt’다. 새로운 분야에 발톱을 드러낸 그의 사냥꾼 본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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