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복원이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거리다. 중산층은 사회가 1대 99로 양극화하는 것을 막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중산층이 정부를 맡고, 다른 두 계층(부유층과 빈곤층)을 수적으로 압도하는 정치체제가 최선이라고 봤다. 한국 사회의 갈등을 완화하고, 경제를 지속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중산층 복원이 필요하다.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에서는 부유층과 빈곤층의 갈등이 약하다. 그리고 핵심 소비계층인 중산층 가계의 안정은 내수 진작에도 기여한다.
그렇다면 중산층이란 과연 누구를 말하는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의 중위가구 소득은 월평균 350만 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위가구 소득의 50~150%를 중산층으로 정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평균 세전 가구소득이 175~525만 원이면 중산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산층은 단지 소득만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미국 사회에서는 주택 소유, 대학생 자녀, 노후 보장이 중산층 가정의 상징이었다. 그렇다고 부유층처럼 소비를 풍족하게 누릴 수 있는 계층도 아니다.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수석경제보좌관을 지낸 재러드 번스타인은 중산층을 “아무 생각 없이 퇴근 후 피자 한 판, 영화 관람, 장거리 전화 등에 돈을 쓸 수 없는 봉급생활자”라고 정의했는데, 직관적이지만 일리가 있는 설명이다.
한국 중산층의 경제적 불안
한국 중산층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산층의 비중은 1995년 75.3%에서 2011년 67.7%로 감소했다. 외환위기 이전 중위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의 1.3배였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인플레이션 문제까지 겹쳐 ‘쥐어 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렇다면 중산층의 경제적 불안은 근본적으로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중산층 쇠퇴의 원인을 고용양극화라는 시각에서 살펴보고, 중산층 고용안정 대책을 미국과 스웨덴 사례를 통해 고민해보자.
경제 대국 미국에서도 중산층 약화가 정치·사회적 이슈다. 미국 중산층은 1970년대 이후 소득 정체와 부채 증가의 이중고에 시달린다. 1973~2010년 미국 경제의 생산성은 2배로 상승했지만, 중위가구의 실질소득은 29.1% 증가했을 뿐이다. 실질소득은 정체한 반면, 소비지출은 지속적으로 늘면서 중산층의 가구소득 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1983년 66.9%에서 2007년 156.7%로 급증했다. 그 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직, 자산가치 하락, 주택압류 등을 겪으면서 중산층의 구매력이 감소했다. 현재 미국 프록터 앤드 갬블(P·G), 하인즈(Heinz) 같은 소비재 업체는 마케팅을 고급 브랜드와 저가 상품 중심의 양극화 전략으로 바꾸는 중이다.
중산층 복원은 올해 대선을 앞둔 미국 사회의 핵심 이슈다. 중산층의 경제적 불안이 확대되면서 ‘아메리칸 드림’ 즉, 개인의 성취를 중요시하는 미국인의 사회적 가치가 손상입었고 그에 따른 불만이 포퓰리즘적 집단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다. 중산층 기성세대의 불만은 ‘티파티(Tea Party)’ 운동으로, 중산층 진입에 실패한 청년세대의 불만은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로 분출된 바 있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산층 복원을 위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과 숙련 기능인력 양성을 강조했는데, 여기에는 미국 고용구조가 금융, 첨단 과학기술 등 고임금 전문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간 임금 일자리 계층의 고용 불안이 심화됐다는 인식이 깔렸다고 볼 수 있다.
중산층의 경제 불안 요인은 일차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발생한다. 중산층의 고용 및 소득불안은 가계수지 악화, 가계부채 누적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는 중간 임금 일자리가 감소하는 대신, 고임금 일자리와 저임금 일자리가 증가하는 고용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미국은 1993~2006년 총 고용에서 사무, 기능,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같은 중간 임금 직종의 비중이 6.2%포인트 감소한 반면, 개인서비스나 단순노무 같은 저임금 직종의 비중은 1.9%포인트, 그리고 관리직, 전문직, 기술직 같은 고임금 직종은 4.3%포인트 증가했다.
고용양극화의 근본 원인은 노동절약적 기술 혁신과 생산의 글로벌화라고 할 수 있다. 생산 자동화와 정보기술(IT) 혁신 등으로 기존에 중간 숙련 인력이 담당하던 정형적 업무가 자동화, 전산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 기업이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기업 활동의 일부를 신흥국 기업에 외주를 주면서 국내 중간 숙련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근로자의 다기능화 다숙련화
애플은 기기 생산을 전량 폭스콘 등 해외업체에 아웃소싱하면서 국내에는 연구개발(R·D), 디자인, 마케팅 등 4만3000여명의 고급 전문 인력만 남겨놓았다. 이는 1950년대 제너럴 모터스(GM)의 국내 고용인원이 약 40만 명이던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저숙련 일자리의 경우, 해외 외주화나 자동화가 어려워 고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저숙련 직종의 경우에는 특별한 기술 없어도 노동시장 진입이 용이해 임금 상승이 억제되기 쉽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고용양극화가 발생한 모든 국가가 중산층 위기를 겪을까. 스웨덴은 1993~2006년 중간 숙련 직종의 비중이 7.0%포인트 감소한 반면, 고숙련 직종의 비중은 5.0%포인트, 저숙련 직종의 비중은 1.9%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스웨덴 기업의 IT 활용도가 높고, 그간 사양 제조업의 구조조정으로 사무직과 생산직의 고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웨덴은 중산층에 미친 고용양극화의 부정적 영향이 미국에 비해 적었다.
룩셈부르크 소득 연구(Luxembourg Income Study)의 가구소득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중위가구의 비율은 1979년 60.3%에서 2004년 56.3%로 감소한 반면, 스웨덴 중위가구의 비율은 1981년 69.9%에서 2005년 78.8%로 오히려 증가했다. 또한 부유층과 중산층 간 소득 격차도 스웨덴은 미국의 70%에 불과하고, 소득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미국과 달리 스웨덴은 2000년 수준에서 소득 격차가 억제되고 있다.
스웨덴의 성공 비결은 효율적인 재교육 시스템에 있다. 급격한 기술 혁신의 결과로 근로자의 숙련 기술도 노후화하게 마련이다. 그만큼 기계뿐 아니라 근로자의 숙련 기술도 재정비(retooling)가 필요한데, 스웨덴은 성인 근로자가 근로생애 기간 중 언제라도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 고숙련 직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평생직업교육훈련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등직업교육은 기업이 교과과정 개발에 참여하고 기업의 현장훈련이 교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등 철저히 수요자 중심이다. 기업은 계속적으로 직업훈련교육을해 재직 근로자의 다기능화와 다숙련화를 추구하는데, 2007년 스웨덴 성인 근로자의 61%가 직무교육에 참여해 미국(33%)과 한국(11%)을 압도했다.
반면 미국은 직업교육 제도가 취약해 중산층 근로자가 고용 양극화의 충격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미국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성인 재교육을 제도화했으나 여전히 중산층 근로자보다 저학력 청년층, 빈곤층 등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취약계층이 직업교육의 주된 대상이다.
미국은 공공 직업교육의 질적 저하가 문제다. 지역 노동시장과 교육훈련기관 간 연계가 미약해 2009년 불황기에도 제조기업의 32%가 숙련 인력 부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산 부족 또한 문제다. 직업교육훈련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OECD 최저 수준이다. 부족한 예산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교육훈련을 저소득층 위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 외주화가 한국 중산층 위협
한국에서도 고용양극화가 진행될까. 한국의 경우 사무직,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등 미국에서 사라지는 중간 숙련자의 일자리가 증가해 미국식 고용양극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 근로자가 부족해 사무직의 해외 외주화가 어렵고 중국 수출시장이 국내 제조업의 고용 감소를 억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기존 중산층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반면, 한국에서는 기존 중산층 일자리가 국내 다른 기업으로 외주화하는 것의 차이다. 사내하청 의존도가 높은 생산직을 비롯해 기업의 콜센터, IT 서비스 등 다양한 중간 숙련 일자리가 외주화하는 것이다.
직접 고용 일자리를 외주화하면, 임금이 하락해 해당 업무에 종사하던 중산층 근로자의 경제적 불안이 커질 우려가 높다. 한 예로 2010년 한국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일하는 사업체, 성별, 연령, 학력, 경력, 근속연수 등이 모두 같아도 정규직의 87.4%에 불과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고용양극화의 해법은 무엇인가. 노동시장에서 수요가 사라져가는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이나 미국식 제한적 공공 직업교육훈련 시스템을 실시하는 것은 한국 중산층 고용 문제의 근본 해법이 되기 어렵다. 스웨덴처럼 평생직장을 유지하기보다 근로자의 취업 능력을 높여 노동시장에서의 평생고용을 보장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계의 숙련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차원에서라도 중간 숙련 근로자를 노동시장이 필요로 하는 고숙련 인력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지방 종합대, 전문대, 폴리텍대학 등을 활용해 지역 기반의 평생직업교육훈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수급의 미스매치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과 교육훈련기관의 소통을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각 지역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한편, 고용구조 변화로 생긴 노사 갈등을 신속하고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별 사회적 조정기구의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산층이란 과연 누구를 말하는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의 중위가구 소득은 월평균 350만 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위가구 소득의 50~150%를 중산층으로 정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평균 세전 가구소득이 175~525만 원이면 중산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산층은 단지 소득만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미국 사회에서는 주택 소유, 대학생 자녀, 노후 보장이 중산층 가정의 상징이었다. 그렇다고 부유층처럼 소비를 풍족하게 누릴 수 있는 계층도 아니다.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수석경제보좌관을 지낸 재러드 번스타인은 중산층을 “아무 생각 없이 퇴근 후 피자 한 판, 영화 관람, 장거리 전화 등에 돈을 쓸 수 없는 봉급생활자”라고 정의했는데, 직관적이지만 일리가 있는 설명이다.
한국 중산층의 경제적 불안
한국 중산층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산층의 비중은 1995년 75.3%에서 2011년 67.7%로 감소했다. 외환위기 이전 중위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의 1.3배였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인플레이션 문제까지 겹쳐 ‘쥐어 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렇다면 중산층의 경제적 불안은 근본적으로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중산층 쇠퇴의 원인을 고용양극화라는 시각에서 살펴보고, 중산층 고용안정 대책을 미국과 스웨덴 사례를 통해 고민해보자.
경제 대국 미국에서도 중산층 약화가 정치·사회적 이슈다. 미국 중산층은 1970년대 이후 소득 정체와 부채 증가의 이중고에 시달린다. 1973~2010년 미국 경제의 생산성은 2배로 상승했지만, 중위가구의 실질소득은 29.1% 증가했을 뿐이다. 실질소득은 정체한 반면, 소비지출은 지속적으로 늘면서 중산층의 가구소득 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1983년 66.9%에서 2007년 156.7%로 급증했다. 그 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직, 자산가치 하락, 주택압류 등을 겪으면서 중산층의 구매력이 감소했다. 현재 미국 프록터 앤드 갬블(P·G), 하인즈(Heinz) 같은 소비재 업체는 마케팅을 고급 브랜드와 저가 상품 중심의 양극화 전략으로 바꾸는 중이다.
중산층 복원은 올해 대선을 앞둔 미국 사회의 핵심 이슈다. 중산층의 경제적 불안이 확대되면서 ‘아메리칸 드림’ 즉, 개인의 성취를 중요시하는 미국인의 사회적 가치가 손상입었고 그에 따른 불만이 포퓰리즘적 집단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다. 중산층 기성세대의 불만은 ‘티파티(Tea Party)’ 운동으로, 중산층 진입에 실패한 청년세대의 불만은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로 분출된 바 있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산층 복원을 위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과 숙련 기능인력 양성을 강조했는데, 여기에는 미국 고용구조가 금융, 첨단 과학기술 등 고임금 전문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간 임금 일자리 계층의 고용 불안이 심화됐다는 인식이 깔렸다고 볼 수 있다.
중산층의 경제 불안 요인은 일차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발생한다. 중산층의 고용 및 소득불안은 가계수지 악화, 가계부채 누적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는 중간 임금 일자리가 감소하는 대신, 고임금 일자리와 저임금 일자리가 증가하는 고용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미국은 1993~2006년 총 고용에서 사무, 기능,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같은 중간 임금 직종의 비중이 6.2%포인트 감소한 반면, 개인서비스나 단순노무 같은 저임금 직종의 비중은 1.9%포인트, 그리고 관리직, 전문직, 기술직 같은 고임금 직종은 4.3%포인트 증가했다.
고용양극화의 근본 원인은 노동절약적 기술 혁신과 생산의 글로벌화라고 할 수 있다. 생산 자동화와 정보기술(IT) 혁신 등으로 기존에 중간 숙련 인력이 담당하던 정형적 업무가 자동화, 전산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 기업이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기업 활동의 일부를 신흥국 기업에 외주를 주면서 국내 중간 숙련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2011년 10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산층 관련 학술대회.
애플은 기기 생산을 전량 폭스콘 등 해외업체에 아웃소싱하면서 국내에는 연구개발(R·D), 디자인, 마케팅 등 4만3000여명의 고급 전문 인력만 남겨놓았다. 이는 1950년대 제너럴 모터스(GM)의 국내 고용인원이 약 40만 명이던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저숙련 일자리의 경우, 해외 외주화나 자동화가 어려워 고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저숙련 직종의 경우에는 특별한 기술 없어도 노동시장 진입이 용이해 임금 상승이 억제되기 쉽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고용양극화가 발생한 모든 국가가 중산층 위기를 겪을까. 스웨덴은 1993~2006년 중간 숙련 직종의 비중이 7.0%포인트 감소한 반면, 고숙련 직종의 비중은 5.0%포인트, 저숙련 직종의 비중은 1.9%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스웨덴 기업의 IT 활용도가 높고, 그간 사양 제조업의 구조조정으로 사무직과 생산직의 고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웨덴은 중산층에 미친 고용양극화의 부정적 영향이 미국에 비해 적었다.
룩셈부르크 소득 연구(Luxembourg Income Study)의 가구소득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중위가구의 비율은 1979년 60.3%에서 2004년 56.3%로 감소한 반면, 스웨덴 중위가구의 비율은 1981년 69.9%에서 2005년 78.8%로 오히려 증가했다. 또한 부유층과 중산층 간 소득 격차도 스웨덴은 미국의 70%에 불과하고, 소득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미국과 달리 스웨덴은 2000년 수준에서 소득 격차가 억제되고 있다.
스웨덴의 성공 비결은 효율적인 재교육 시스템에 있다. 급격한 기술 혁신의 결과로 근로자의 숙련 기술도 노후화하게 마련이다. 그만큼 기계뿐 아니라 근로자의 숙련 기술도 재정비(retooling)가 필요한데, 스웨덴은 성인 근로자가 근로생애 기간 중 언제라도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 고숙련 직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평생직업교육훈련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등직업교육은 기업이 교과과정 개발에 참여하고 기업의 현장훈련이 교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등 철저히 수요자 중심이다. 기업은 계속적으로 직업훈련교육을해 재직 근로자의 다기능화와 다숙련화를 추구하는데, 2007년 스웨덴 성인 근로자의 61%가 직무교육에 참여해 미국(33%)과 한국(11%)을 압도했다.
반면 미국은 직업교육 제도가 취약해 중산층 근로자가 고용 양극화의 충격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미국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성인 재교육을 제도화했으나 여전히 중산층 근로자보다 저학력 청년층, 빈곤층 등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취약계층이 직업교육의 주된 대상이다.
미국은 공공 직업교육의 질적 저하가 문제다. 지역 노동시장과 교육훈련기관 간 연계가 미약해 2009년 불황기에도 제조기업의 32%가 숙련 인력 부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산 부족 또한 문제다. 직업교육훈련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OECD 최저 수준이다. 부족한 예산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교육훈련을 저소득층 위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 외주화가 한국 중산층 위협
한국에서도 고용양극화가 진행될까. 한국의 경우 사무직,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등 미국에서 사라지는 중간 숙련자의 일자리가 증가해 미국식 고용양극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 근로자가 부족해 사무직의 해외 외주화가 어렵고 중국 수출시장이 국내 제조업의 고용 감소를 억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기존 중산층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반면, 한국에서는 기존 중산층 일자리가 국내 다른 기업으로 외주화하는 것의 차이다. 사내하청 의존도가 높은 생산직을 비롯해 기업의 콜센터, IT 서비스 등 다양한 중간 숙련 일자리가 외주화하는 것이다.
직접 고용 일자리를 외주화하면, 임금이 하락해 해당 업무에 종사하던 중산층 근로자의 경제적 불안이 커질 우려가 높다. 한 예로 2010년 한국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일하는 사업체, 성별, 연령, 학력, 경력, 근속연수 등이 모두 같아도 정규직의 87.4%에 불과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고용양극화의 해법은 무엇인가. 노동시장에서 수요가 사라져가는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이나 미국식 제한적 공공 직업교육훈련 시스템을 실시하는 것은 한국 중산층 고용 문제의 근본 해법이 되기 어렵다. 스웨덴처럼 평생직장을 유지하기보다 근로자의 취업 능력을 높여 노동시장에서의 평생고용을 보장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계의 숙련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차원에서라도 중간 숙련 근로자를 노동시장이 필요로 하는 고숙련 인력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지방 종합대, 전문대, 폴리텍대학 등을 활용해 지역 기반의 평생직업교육훈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수급의 미스매치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과 교육훈련기관의 소통을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각 지역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한편, 고용구조 변화로 생긴 노사 갈등을 신속하고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별 사회적 조정기구의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