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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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귀담아들어라 그리고 기다려줘라

부하직원 단점 고치기

  •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입력2012-03-12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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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과장은 지난 주말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인간관계에선 ‘솔직한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어느 TV 프로그램을 보고 부하직원에게 솔직한 상사가 되기로 한 것. 결심을 행동에 옮기는 첫날. 상대는 5년 차 최 대리다. 오전 중에 기획서 초안을 보고받기로 했는데, 점심시간이 다 될 때까지 소식이 없다. 마음 굳게 먹고 최 대리를 부른 방 과장. 업무 센스는 좋은데 처리 속도가 느린 최 대리의 단점을 이참에 고치리라 마음먹었다.

    “최 대리, 오늘 오전까지 보고하기로 한 기획서는 어떻게 됐지? 한두 시간 늦는 거,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업무가 밀리잖아. 지난번 비용 보고 때도 그랬고. 다음부터 시간은 꼭 지키도록 해. 다 당신을 위한 거니까.”

    방 과장의 갑작스러운 지적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최 대리. 방 과장은 최 대리가 자신의 지적을 제대로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묻는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

    여전히 꿀 먹은 벙어리인 최 대리. 방 과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괜히 일 잘하는 부하직원의 단점을 지적해 긁어 부스럼 만든 건 아닌지 걱정이다.



    ‘쾌락의 불균형’이란 말이 있다. 사람은 긍정적 감정과 기억은 쉽게 잊지만 부정적 감정은 쉽게 잊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잘했어”라는 긍정의 말보다 “그건 아니야”라는 부정의 말을 더 오래 기억한다. 그리고 그 말의 부정적 감정 때문에 힘들어 한다. 조직에서의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직장인은 칭찬보다 지적이나 비판에 더 익숙하다. 그래서 조직 생활이 힘들다.

    그렇다면 행복한 조직 생활을 위해 비판적 지적은 하면 안 되는 걸까. 물론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지적해야 한다. 그리고 고치도록 유도해야 한다. 상대가 부정적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면서도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은 없을까. 다음의 세 가지를 기억하라.

    첫째, 비판 대상은 ‘행동’이어야 한다. 상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비판은 상대의 반발을 사기 쉽다. “게으르다” “성의가 없다” 같은 표현은 금지다. 그 대신 “약속했던 시간보다 2시간이 지났다” “바꾸기로 했던 표현을 고치지 않았다”처럼 구체적인 행동을 지적하라. 단순히 상사 자신의 해석에 기초해 다그치기만 하는 건 비판이 아니다. 비난일 뿐이다.

    둘째, 그 행동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행동 지침’을 만들어라. 중요한 건 ‘단계별’ 접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합당한 지적이라도 그 자리에서 호탕하게 “알겠습니다”라고 외치며 180。 바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우리는 일단 ‘비판’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먼저 얘기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변화를 기대하라.

    셋째, ‘상사인 나는 할 말 다했으니 끝났다’고 생각지 마라. 상대가 감정을 분출할 여지를 만들어줘야 한다. 어떤 상사는 지적을 하자마자 묻는다. “이해하지? 하고 싶은 말 있어?” 하지만 그때 부하직원은 어떤 상태일까. 당연히 불안하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자신을 방어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상사는 그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이때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비판적인 피드백을 하고 며칠이 지난 뒤에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상사와 부하직원 모두 평온한 상태에서 부하직원이 하는 말을 귀담아들어라. 그리고 다시 한 번 약속해야 한다.

    부하직원을 바꾸고 싶은가. 그렇다면 솔직해져라. 그리고 기다려라.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 그리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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