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6월 16일 차남 김현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과 함께 고향인 경남 거제시를 방문해 지역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다만 급변하는 정치 지형에 따라 그에게 서광이 비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좌초 위기에 놓인 한나라당을 구하려고 전면에 나선 박 비대위원장이 전국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차원에서 지역구 대신 비례대표로 선회하거나, 12월 대선 출마를 위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 정가에서는 19대 총선에서 구 예비후보가 대를 이어 금배지를 달 수 있는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1월 12일 현재 19대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는 1200명 선. 그중에는 구 예비후보처럼 부친에 이어 정치인으로 가업(家業)을 이으려는 정치인 2세가 적지 않다.
서울 중구 출마를 준비 중인 정호준 예비후보도 그중 한 명이다. 그의 부친은 5선(9, 10, 13, 14, 16대)을 기록한 정대철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상임고문. 정 후보는 엄밀히 따지면 정치인 3세다. 그의 조부는 2대 국회부터 9대까지 내리 8선을 기록한 고(故) 정일형 전 외무부 장관이다. 19대 총선에서 그가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한다면 헌정사상 직계 3대(代)가 국회의원이 되는 첫 사례를 기록한다.
정치인 가업 잇기 남다른 관전 포인트
경남 거제 출마를 준비 중인 김현철 예비후보는 빼놓을 수 없는 부자(父子) 국회의원 도전 사례다. 그의 부친은 9선(3, 5, 6, 7, 8, 9, 10, 13, 14대) 의원을 기록하고, 14대 대통령을 지낸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그는 17, 18대 두 번의 총선에 도전하려 했지만 공천 과정 등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세 번째 금배지 도전에 나선 그가 19대 총선에서 공천과 본선을 무사히 통과해 정치인으로서 가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 서대문을 김영호 예비후보도 6선(6, 7, 8, 14, 15, 16대)을 기록한 김상현 전 의원의 3남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김 후보는 19대 총선이 두 번째 도전이다.
충북 보은옥천영동에 출마하는 이재한 예비후보도 부자 국회의원 대열에 합류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후보의 부친은 5선(9, 10, 12, 17, 18대) 의원과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용희 의원. 이 의원이 지난해 말 자유선진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합류하자, 정치권에서는 아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려는 부정(父情)에서 당적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이 의원의 지역구 대물림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다.
전북 고창부안에 이름을 올린 이학로 예비후보도 13, 14대 의원을 지낸 고(故) 이희천 전 의원의 아들이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19대 총선 서울 마포갑에서 재기를 노리는 노웅래 전 의원은 5선(8, 9, 10, 12, 13대) 의원과 13대 국회부의장을 지낸 노승환 전 의원의 차남이다.
19대 총선 예비후보 중에는 형제가 동시에 총선에 나선 경우도 있다. 전남 목포에 등록한 배종호 예비후보는 14, 15대 총선 때 같은 지역에서 각각 한나라당과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배종덕 전 후보의 동생이다. 형제가 바통 터치해 목포에서 세 번째 ‘금배지’ 도전에 나선 셈. 배 예비후보는 민주당으로 출마를 준비 중이다. 형 배종덕 씨는 전남 목포 대신 서울 양천갑에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16, 17대 총선에 이어 경기 일산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김두수 민주당 제2사무부총장은 17, 18대 총선 때 경남 남해하동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동생이다. 경기 일산동구에 미래희망연대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형진 씨는 16대 총선에 서울 성동을에 출마했다 낙선한 코미디언 출신 고(故) 김형곤 씨의 동생이다.
일부 재벌은 편법 상속으로 2, 3세가 가업을 승계하려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에 비해 정치인 2세는 당내 공천 등 치열한 경쟁을 뚫고 유권자의 선택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승계 과정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부친의 정치적 영향력이 ‘금배지’를 다는 데 작용하거나, 부친이 오랫동안 관리해온 지역구를 물려받아 당선하는 등 ‘후광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나라당 김성동 의원은 6선(7, 8, 9, 10, 12, 15대) 의원에 15대 국회의장을 지낸 김수한 전 의장의 장남이다. 김 전 의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경선준비위원장을 맡아 당시 이명박, 박근혜 등 한나라당 대선후보 간 경선 룰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대선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김 전 의장의 아들이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김 의원은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마포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후광 효과’는 얼마나 있을까?
18대 총선 서울 동작을에서 당선한 6선의 정몽준 의원도 부자가 국회의원을 지낸 경우다. 정 의원의 부친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4대 국회에서 전국구 의원을 지냈으며, 1992년 자신이 창당한 국민당 후보로 대선에 나섰으나 패했다. 4월 총선에서 7선에 도전하는 그가 부친에 이어 20년 만에 18대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경기 수원 팔달에서 15대부터 18대까지 4선을 기록한 남경필 의원도 아버지 지역구를 물려받아 부자 국회의원의 가업을 이었다. 그의 부친인 고(故) 남평우 전 의원은 14, 15대 국회의원을 지냈는데, 부친의 유고로 치러진 15대 국회 보궐선거에서 당선함으로써 부자가 모두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진기록도 갖고 있다.
18대 총선 당선으로 국회에 처음 진출한 김세연 의원의 부친은 5선(11, 13, 14, 15, 16대) 의원을 지낸 고(故) 김진재 전 의원이다.
충북 청주상당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우택 전 충북도지사는 부자가 국회의원은 물론, 장관까지 지낸 경우다. 그의 부친인 고(故) 정운갑 전 농림부 장관은 이승만 정권에서 총무처장, 내무부 차관을 거쳐 농림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5선(4, 7, 8, 9, 10대) 의원을 지냈다. 정 예비후보는 김영삼 정부 시절 치러진 15대 총선에서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 공천을 받아 국회에 처음 진출했으며, 16대 총선에 재선한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 공동정부를 구성한 자민련 몫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2006년에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충북도지사에 당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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