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 뚜껑을 편하게 열려고 만든 유리 뚜껑이다. 햇볕이 곧장 내리쬐니 된장이 델 수 있어 좋지 않다. 또한 장독은 늘 바깥에 놓아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식품 대기업이 낸 공장 된장일까’ 아니면 ‘시골 어느 할머니의 전통 된장일까’부터 시작해 ‘밀이나 보리를 넣은 것일까’ ‘황국균을 쓴 것일까’ ‘알메주로 한 것일까’ ‘숙성도는 어느 정도일까’…. 여러 된장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한날 한시에 담근 된장도 장독에 따라 맛이 제각각인데 수만 가지 된장 중 대체 어떤 된장을 썼을까.’ 정말로 궁금하다.
필자는 된장 맛을 보러 전국을 두루 돌아다녔다. 일종의 ‘맛있는 된장 찾기’ 미션이었다. 공장 된장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된장 맛 소스’ 정도가 대부분이라 빼놓고, 전통 방식으로 담근 된장을 맛보러 다녔다. 한국음식에서 된장이 가장 중요하다고들 말하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은 맛 칼럼니스트로서의 당연한 책무일 것이다.
그런데 전국 곳곳의 전통 된장이 하나같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너무 짜다는 것이다. 너무 짜다고 제조자에게 이의를 제기할 때마다 “전통 된장은 원래 그렇다”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단언컨대 이건 아니다. 간혹 판매용이 아닌 전통 된장 중에서 심심한 된장을 만날 수 있었다. 짜지 않으면 된장 풍미가 살아난다. 콩의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숙성을 거치면서 내는 구수함은 짜지 않은 된장에서 제대로 맛이 난다. 짜면 짤수록 구수함은 혀끝에 잠시 머물다 지나갈 뿐이다. 조금 더 분명하게 말하면 ‘판매용’ 전통 된장은 너무 짜다. 전통 된장 역시 심심하게 만들 수 있음에도 그런 것이다.
전통 된장이 짜다는 사실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도 안다. 일부에서는 개선 의지가 있는 것 같지만, 상황을 살피면 개선이 어려워 보인다. 먼저 장독 문제다. 전통 된장 제조자는 대부분 야외에 장독을 뒀다. 예전에도 그랬으니 이렇게 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덧붙여 장독이 숨을 쉬니, 어쩌니 그런다. 그러나 여름 한낮에 이 장독에 손을 대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다. 된장이 그 뜨거운 땡볕을 이겨내려면 짜게 담그지 않을 수 없다. 그 염도면 발효가 부패를 막는다, 어쩐다 하는 것과 관련 없이 수십, 수백 년을 둬도 상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다음 문제는 판매 기간이다. 된장은 한 번 담가 여러 해를 두고 판다. 그런데 된장이 맛있으라고 오래 숙성해 파는 게 아니다. 안 팔리니까 그렇게 쥐고 있는 것이다. 심심하게 담근 된장은 2년 차를 넘어가면 검어지고 신맛이 난다. 아무리 잘 숙성시킨 된장도 그렇다. 3년, 4년을 두고 팔려니 소금을 왕창 넣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요즘 별스럽게 오래 묵힌 된장을 약된장이라며 판다. 일부러 묵힌 것은 아닐 것이다. 숙성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끝난다. 또 소금은 오래 둔다고 다른 무엇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다. 소금은 광물이며 자연계에서 변화하지 않는다).
한식 세계화와 관련해 한국 발효음식의 핵심인 장류를 알려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그럴 수 있는 장류는 식품 대기업이 만든 것일 수밖에 없다. 공장 된장이라 해도 일단은 적절한 염도에 적절한 구수함과 감칠맛이 있으니까. 하지만 한식 세계화가 한국음식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포함시키는 일이라면 전통 된장 제조업체에도 그 기회가 돌아가야 할 것이다. 여름 햇볕을 피하는 장독대 개선 사업은 물론, 된장을 2~3년씩 묵히지 않도록 하는 판촉 마케팅에도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