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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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야신(野神)의 이별’

김성근 감독 SK와 얼굴 붉히며 결별…이만수 감독대행은 불안한 지휘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1-08-29 1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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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터진 김성근 전 감독과 SK 와이번스의 결별 소식은 그야말로 한국프로야구계를 발칵 뒤집어놓는 대형 뉴스였다. 김성근이 누군가. 지휘봉을 잡은 첫 해인 2007년 SK에 구단 창단 이후 첫 우승의 영광을 안겼고,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무려 세 번이나 챔피언 자리에 오른 감독이다.

    올 시즌 가을잔치 진출도 사실상 예약해놓은 상태.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면 감독 재계약은 당연했다. 그러나 감독이 먼저 “올해까지만 팀을 맡겠다”며 시즌 후 자진 사퇴를 공식 선언했고, 구단은 기다렸다는 듯 이튿날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상식적으로 보면 이별 이유가 없는 두 주체는 왜 갑자기 등을 돌렸을까.

    재계약 두고 ‘구단과 파워게임’

    말 많고 탈 많은 ‘야신(野神)의 이별’
    김 전 감독과 SK는 6월부터 재계약을 논의했다. 구단이 재계약 의사를 전했고, 김 감독도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난기류가 형성됐다. 과도한 훈련 경비 지출 자제와 모그룹 이미지에 걸맞은 선수단 운영 등 구단이 재계약을 위한 몇 가지 단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김 전 감독 부임 이후 상시훈련체제로 변모한 SK는 다른 구단의 3배 가까운 훈련 경비로 고민이 많았다.

    빼어난 성적과 달리 많은 야구인 및 팬이 ‘김성근식 야구’에 적지 않은 거부감을 가진 것도 부담이었다. 여기에 일본인 코치 기용 등 여러 부수적인 문제가 있었다. 가끔씩 구단 행정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김 전 감독의 언행 또한 구단으로선 불쾌했다.



    구단의 이 같은 기류를 감지한 김 전 감독은 재계약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언론을 통해 “구단이 재계약을 원하더라도 감독이 거부할 수 있다” “SK 구단이 진정 나를 원하는지 의심스럽다”며 여론을 몰아갔고,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서운한 점을 미디어에 의도적으로 흘리는 등 ‘언론 플레이도’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 과정 끝에 김 전 감독은 결국 “올해까지만 팀을 맡겠다”며 시즌 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만둘 결심을 했지만 그래도 올 시즌 마지막까지 팀을 이끄는 게 팬들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 김 전 감독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감독이 ‘시한부로 팀을 맡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구단 처지에서 보면 전쟁이 한창일 때 얼마 후 지휘봉을 놓겠다고 선언한 장수를 계속 기용할 리 만무하다. 다음 날 구단은 곧바로 “팀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김 감독을 경질한다”고 발표했다. 계산이 빠른 김 전 감독이 이 결과까지 염두에 두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김 전 감독은 또 한 번 경질의 비운을 맛봐야 했다.

    김 전 감독은 5월 역대 두 번째로 감독 1200승 고지를 밟았을 만큼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사령탑 가운데 한 명이다. 1969년 마산상고 감독을 시작으로 아마추어 지도자로 활동하던 김 전 감독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OB(현 두산) 코치로 프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984년 만 42세에 OB 사령탑에 올라 88년까지 지휘한 그는 이후 태평양(1989~90년)과 삼성(1991~92년) 감독을 역임했다.

    1993년 1년간 야인생활을 하다 해태 2군 감독(1994~95년)을 거쳤으며, 1996~99년 쌍방울 감독을 지냈다. 2000년 삼성 2군 감독과 2001년 LG 감독대행을 거쳐 2002년 LG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한국시리즈 준우승 직후 경질돼 또다시 야인생활에 접어들었다. 2005년과 2006년에는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에서 코치생활을 하기도 했다.

    김 전 감독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면 이번 SK와의 결별처럼 구단과 좋은 모양새로 관계를 정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준우승을 했던 2002년 LG에서 쫓겨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 전 감독은 ‘스스로에 대한 원칙’을 지키기 위함이었다고 했지만, 주변에선 ‘타협을 모르는 독선적 성격 탓’이라고 평가한다.

    겉으로 ‘화려한 동거’를 했던 구단과 김 전 감독이 끝내 갈라서기까지는 금전 문제뿐 아니라 ‘제왕적 위치’에서 팀을 지휘하려는 김 전 감독의 독선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사건이 축적돼 있다. ‘선(先)자진 사퇴 의사 피력’과 ‘경질’로 마무리된 이번 과정을 놓고 한 해설위원은 “김 전 감독이 스스로 무덤을 판 격”이라고 일갈했다.

    “가만히 있다 시즌 후 용퇴했다면 떠나는 모습도 아름답고, 다른 팀에서 다시 지도자 생활을 하기도 훨씬 이로웠을 것이다. 자신의 가치기준에 절대적으로 매달리는 김 전 감독의 성격이 또 한 번 화를 불렀다.”

    한 현역 코치는 “이별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해야 하는데 한두 번도 아니고 김 감독님은 매번 그렇게 끝났다. 자존심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해 그렇다”면서 “이번도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 구단 처지에서 경질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잔여 시즌 성적이 이만수 감독 좌우

    말 많고 탈 많은 ‘야신(野神)의 이별’

    김성근 전 감독(오른쪽)과 이만수 감독대행은 그동안 3번이나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음에도 ‘불완전한 동거’란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 전 감독과 SK의 이별 과정에서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한 것이 바로 이만수 감독대행의 존재였다. SK가 2007년 김 전 감독과 함께 이 감독대행을 수석코치로 데려올 때부터 야구계에는 ‘김성근 다음엔 이만수’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김 전 감독 역시 일정 부분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야구계 안팎에선 김 전 감독과 이 감독대행의 ‘불안한 동거’가 이 감독대행이 2군 감독으로 좌천(?)되는 과정에서 이미 끝났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이 감독대행이 김 전 감독에 이어 갑자기 팀을 맡은 뒤 “365일 쉬면서 재미있게 야구하자” “훈련량을 조절하면서 즐거운 팀 분위기를 만들겠다” 등 김 전 감독의 지도 스타일과 일정 부분 선을 그은 점도 이런 해석과 맥을 같이한다.

    그렇다면 김 전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대행이 곧바로 정식 사령탑에 취임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감독대행이 차기 SK 감독 후보군 가운데 선두주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보장된 것은 하나도 없다. “감독직 보장 등 그런 것은 절대 없었다”는 SK 고위관계자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고위관계자는 이 감독대행을 수석코치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에이전트가 ‘감독직 보장’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단에서 결단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구단이 “그런 것을 요구하려면 협상을 없던 일로 하자”고 강경하게 나서자 이 감독대행 쪽에서 슬그머니 뜻을 접었다고 한다. 이 감독대행은 2007년 당시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코치였으며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SK와의 계약에 에이전트가 관여했다.

    결국 이 감독대행이 정식 감독이 되느냐 마느냐는 잔여 시즌 팀 운영과 성적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대행이 내년 SK 감독이 되려면 잔여 시즌에 팀을 추스르고 자기 색깔을 입혀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특히 시즌 최종 순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의 결과 등이 내년 거취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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