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경찰은 경찰공무원과 같은 일을 하지만 처우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경력과 관계없이 단일호봉·단일직급을 적용받는 것은 문제 아닙니까?”
2009년 4월 청원경찰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이 나란히 발의됐다. 4월 8일에는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의 대표 발의안이, 14일에는 민주당 최규식 의원의 대표 발의안이 올라왔다.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의원은 각각 10명, 39명.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위원이 중심을 이루지만 기타 상임위 위원도 다수 참여했다.
“지금 청원경찰은 경찰 업무 중 경비 업무만 하지요? 그렇다면 일반경찰은 순경으로 채용돼 경비 업무만 합니까?”(한나라당 이범래 의원)
“업무는 경찰공무원에 준하면서 거기에 대한 급부는 공무원보다 훨씬 못합니다. 직무 난이도뿐 아니라 생활적 차원을 고려하면 지금 보수는 부족하다고 봅니다.”(이명수 의원)
같은 해 11월 25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청원경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참석 위원들이 공박을 벌였다. 이날 제기된 논점들은 12월 15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재차 논의됐고, 그해 12월 두 법안을 통합한 대안이 행안위 의원 전원 동의로 국회 본회의에서 원안 가결됐다. 개정안은 2010년 2월 공포됐다.
“첫 번째 심사소위 다음다음 날인가 청목회가 찾아와 후원금을 내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후원금 제의를 거절하면서 ‘몰려다니지 마시라’고 충고했죠.”
잠시 기억을 고르던 이범래 의원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11월 25일 회의에서 청원경찰법의 형식에 대한 부분을 집중 질의했다. 내용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태클’을 건다고 비칠 수도 있는 상황. 이 의원은 “발의 시기인 4월 청목회가 다른 위원들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는데, 그때는 찾아오지 않다가 회의가 끝난 직후 연락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실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이하 청목회)의 로비는 법안이 논의되던 시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청목회의 비공개 인터넷 카페인 ‘전국 청목회’에 따르면 이들은 2008년부터 의원들의 성향과 상임위 일정을 공유하며 ‘로비 전략’에 골몰했다. 2009년 9~11월 소액 후원금을 집중 입금했고, 법안 통과를 눈앞에 둔 2009년 12월 8일에는 ‘간사님이신 권경석 의원님, 야당 간사님이신 강기정 의원님에게 사정을 해서 (법안 통과가) 이뤄진 것 같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행안위 전체회의-행안위 법안소위-법사위-본회의’ 등 법안 관련 일정도 게시했다.
근속연수에 따라 다르게 바뀐 보수체계
청목회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서 청원경찰법 개정에 대한 숙원이 묻어난다. 백방으로 뛴 결과 개정안은 발의 8개월 만에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이토록 목을 맨 이유가 보인다. 청목회가 요구하던 개정 요구의 핵심은 아래와 같다.
“청원경찰은 1962년 창설 시 5~4급(현 9~6급 정도)의 진급제가 법률로 명시됐던 국가공무원의 신분이었다. 공무원 일반직 20년 차면 6급 상당 근속승진, 기능직 20년 차면 6~7급 상당 승진이 가능한데, 청원경찰은 단일호봉·단일직급을 적용받는다.”
청원경찰은 1962년 법 제정으로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현재 전국에 1만 명이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은행·관공서 등에서 청원경찰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과 비슷한 업무를 하지만 처우는 그에 훨씬 못 미친다. 재직기관과 상관없이 순경의 직급 및 보수 규정을 적용받으며, 국가공무원법 66조1항에 따라 노조 가입이나 집단행동도 할 수 없다.
이명수 의원, 최규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청목회의 요구사항 대부분이 반영됐다. 두 법안의 골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의 봉급과 정년 개선. 퇴직 연령을 59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보수체계도 근속연수에 따라 달리했다. 순경 수준이던 연봉은 재직기간 15년 미만은 순경, 15~30년은 경장, 30년 이상은 경사급으로 올라갔다. 근로 3권을 제한한 규정을 없애고 단결권,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내용도 담았다.
“법안 내용을 보십시오. 공무원에 준하는 일을 하면서 나쁜 것은 죄다 적용받고, 혜택은 못 받지 않았습니까. 취지에 공감했기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겁니다.”
입법 로비에 연루돼 검찰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여야 의원은 모두 11명. 이 가운데 5명이 개정안 공동발의자와 겹친다. 대표발의자인 이명수 의원과 최규식 의원, 민주당 강기정 의원, 민주당 최인기 의원,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이 그들이다. 이들이 개정안 발의에 동참한 이유는 뭘까.
“경찰·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에 관심이 많아 관련 법안을 다수 발의했다. 청원경찰 처우 개선도 공약 중 하나였다. 공직시절 청원경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제의식을 느끼신 걸로 안다. 법안 통과가 평균보다 조금 빠른 건 맞지만, 성격이 비슷한 기능직공무원 관련 법안은 4개월 만에 통과되기도 했다.”(이명수 의원실 김동희 비서관)
“처우 개선에 공감해 공동 발의”
“청원경찰의 처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발의를 했을 거다. 1년에 발의하는 법안이 수백 개라 정확히 기억하기 힘들다. 대부분 발의자가 제출한 내용에 공감하면 동참한다.”(강기정 의원실 고재경 보좌관)
“청원경찰의 처우가 열악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해 개정안 발의에 동참했다. 공동발의는 보좌관 선에서 검토하기도 하는 등 융통성 있게 이뤄지는데, 당시 정확한 상황은 담당 보좌관이 퇴사해 잘 모르겠다. 청원경찰법 개정안에는 행안위뿐 아니라 보건복지위원회 등 기타 상임위 위원도 다수 참여했다.”(유정현 의원실 황석곽 보좌관)
“팩스나 사서함을 통해 들어온 발의안에 동의하면 사인을 한다. 최규식 의원의 개정안을 보고 청원경찰의 보수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발의에 동참한 의원이 무려 39명인데, 그만큼 해당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 아니겠느냐.”(최인기 의원실 고영대 보좌관)
최규식 의원의 당시 담당 보좌관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표발의자인 이명수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측은 대체로 “지속적으로 청원경찰의 처우에 관심을 가져왔던 것은 아니지만, 내용이 옳다고 판단해 동참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일이 법안 내용을 검토하기 힘들다. 시간이 지나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도 나왔다.
한편 이번 개정안이 전체 청원경찰이 아닌 국가·지방자치단체 소속만 대상으로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청원경찰은 국가·지방자치단체와 공사·주요시설에 근무하는 경우로 나뉘는데, 이번 개정안은 전자의 처우 개선만 담았다는 것. 회의록에서는 “국가·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경우 최고 보수액은 350만 원이고, 사기업은 규모에 따라 차이가 크다”라며 전자의 경우를 우선적으로 논하고 있다. 이명수 의원실의 김동희 비서관은 “순경 직급에서 보수는 월 100만 원도 안 된다. 봉급을 상향조정해도 200만 원 안팎이다. 로비로 얼룩지긴 했지만, 법안 내용은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2009년 4월 청원경찰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이 나란히 발의됐다. 4월 8일에는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의 대표 발의안이, 14일에는 민주당 최규식 의원의 대표 발의안이 올라왔다.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의원은 각각 10명, 39명.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위원이 중심을 이루지만 기타 상임위 위원도 다수 참여했다.
“지금 청원경찰은 경찰 업무 중 경비 업무만 하지요? 그렇다면 일반경찰은 순경으로 채용돼 경비 업무만 합니까?”(한나라당 이범래 의원)
“업무는 경찰공무원에 준하면서 거기에 대한 급부는 공무원보다 훨씬 못합니다. 직무 난이도뿐 아니라 생활적 차원을 고려하면 지금 보수는 부족하다고 봅니다.”(이명수 의원)
같은 해 11월 25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청원경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참석 위원들이 공박을 벌였다. 이날 제기된 논점들은 12월 15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재차 논의됐고, 그해 12월 두 법안을 통합한 대안이 행안위 의원 전원 동의로 국회 본회의에서 원안 가결됐다. 개정안은 2010년 2월 공포됐다.
“첫 번째 심사소위 다음다음 날인가 청목회가 찾아와 후원금을 내겠다고 하더군요. 제가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후원금 제의를 거절하면서 ‘몰려다니지 마시라’고 충고했죠.”
잠시 기억을 고르던 이범래 의원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11월 25일 회의에서 청원경찰법의 형식에 대한 부분을 집중 질의했다. 내용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태클’을 건다고 비칠 수도 있는 상황. 이 의원은 “발의 시기인 4월 청목회가 다른 위원들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는데, 그때는 찾아오지 않다가 회의가 끝난 직후 연락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실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이하 청목회)의 로비는 법안이 논의되던 시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청목회의 비공개 인터넷 카페인 ‘전국 청목회’에 따르면 이들은 2008년부터 의원들의 성향과 상임위 일정을 공유하며 ‘로비 전략’에 골몰했다. 2009년 9~11월 소액 후원금을 집중 입금했고, 법안 통과를 눈앞에 둔 2009년 12월 8일에는 ‘간사님이신 권경석 의원님, 야당 간사님이신 강기정 의원님에게 사정을 해서 (법안 통과가) 이뤄진 것 같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행안위 전체회의-행안위 법안소위-법사위-본회의’ 등 법안 관련 일정도 게시했다.
근속연수에 따라 다르게 바뀐 보수체계
청목회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서 청원경찰법 개정에 대한 숙원이 묻어난다. 백방으로 뛴 결과 개정안은 발의 8개월 만에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이토록 목을 맨 이유가 보인다. 청목회가 요구하던 개정 요구의 핵심은 아래와 같다.
“청원경찰은 1962년 창설 시 5~4급(현 9~6급 정도)의 진급제가 법률로 명시됐던 국가공무원의 신분이었다. 공무원 일반직 20년 차면 6급 상당 근속승진, 기능직 20년 차면 6~7급 상당 승진이 가능한데, 청원경찰은 단일호봉·단일직급을 적용받는다.”
청원경찰은 1962년 법 제정으로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현재 전국에 1만 명이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은행·관공서 등에서 청원경찰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과 비슷한 업무를 하지만 처우는 그에 훨씬 못 미친다. 재직기관과 상관없이 순경의 직급 및 보수 규정을 적용받으며, 국가공무원법 66조1항에 따라 노조 가입이나 집단행동도 할 수 없다.
이명수 의원, 최규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청목회의 요구사항 대부분이 반영됐다. 두 법안의 골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의 봉급과 정년 개선. 퇴직 연령을 59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보수체계도 근속연수에 따라 달리했다. 순경 수준이던 연봉은 재직기간 15년 미만은 순경, 15~30년은 경장, 30년 이상은 경사급으로 올라갔다. 근로 3권을 제한한 규정을 없애고 단결권,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내용도 담았다.
“법안 내용을 보십시오. 공무원에 준하는 일을 하면서 나쁜 것은 죄다 적용받고, 혜택은 못 받지 않았습니까. 취지에 공감했기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겁니다.”
입법 로비에 연루돼 검찰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여야 의원은 모두 11명. 이 가운데 5명이 개정안 공동발의자와 겹친다. 대표발의자인 이명수 의원과 최규식 의원, 민주당 강기정 의원, 민주당 최인기 의원,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이 그들이다. 이들이 개정안 발의에 동참한 이유는 뭘까.
“경찰·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에 관심이 많아 관련 법안을 다수 발의했다. 청원경찰 처우 개선도 공약 중 하나였다. 공직시절 청원경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제의식을 느끼신 걸로 안다. 법안 통과가 평균보다 조금 빠른 건 맞지만, 성격이 비슷한 기능직공무원 관련 법안은 4개월 만에 통과되기도 했다.”(이명수 의원실 김동희 비서관)
“처우 개선에 공감해 공동 발의”
“청원경찰의 처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발의를 했을 거다. 1년에 발의하는 법안이 수백 개라 정확히 기억하기 힘들다. 대부분 발의자가 제출한 내용에 공감하면 동참한다.”(강기정 의원실 고재경 보좌관)
“청원경찰의 처우가 열악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해 개정안 발의에 동참했다. 공동발의는 보좌관 선에서 검토하기도 하는 등 융통성 있게 이뤄지는데, 당시 정확한 상황은 담당 보좌관이 퇴사해 잘 모르겠다. 청원경찰법 개정안에는 행안위뿐 아니라 보건복지위원회 등 기타 상임위 위원도 다수 참여했다.”(유정현 의원실 황석곽 보좌관)
“팩스나 사서함을 통해 들어온 발의안에 동의하면 사인을 한다. 최규식 의원의 개정안을 보고 청원경찰의 보수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발의에 동참한 의원이 무려 39명인데, 그만큼 해당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 아니겠느냐.”(최인기 의원실 고영대 보좌관)
최규식 의원의 당시 담당 보좌관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표발의자인 이명수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측은 대체로 “지속적으로 청원경찰의 처우에 관심을 가져왔던 것은 아니지만, 내용이 옳다고 판단해 동참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일이 법안 내용을 검토하기 힘들다. 시간이 지나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도 나왔다.
한편 이번 개정안이 전체 청원경찰이 아닌 국가·지방자치단체 소속만 대상으로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청원경찰은 국가·지방자치단체와 공사·주요시설에 근무하는 경우로 나뉘는데, 이번 개정안은 전자의 처우 개선만 담았다는 것. 회의록에서는 “국가·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경우 최고 보수액은 350만 원이고, 사기업은 규모에 따라 차이가 크다”라며 전자의 경우를 우선적으로 논하고 있다. 이명수 의원실의 김동희 비서관은 “순경 직급에서 보수는 월 100만 원도 안 된다. 봉급을 상향조정해도 200만 원 안팎이다. 로비로 얼룩지긴 했지만, 법안 내용은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