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이명박 대통령은 쌀, 돼지고기, 콩나물, 빵, LPG, 자장면 등 50여 개 생필품의 물가를 집중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그 직후 국무회의를 통해 서민층이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이 높은 생필품 중 구입 빈도와 가격 상승·변동폭을 고려해 52개를 추렸다. 그리고 이 항목과 관련해 열흘마다 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매월 1일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하며, 서민생활안정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가격 동향을 집중 점검하는 동시에 할당관세 인하, 유통구조 개선, 시장경쟁 촉진을 통한 가격안정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이른바 ‘MB물가지수’다.
농산물 가격 급등 서민 가계 한숨
2년이 지난 지금, 52개 품목 MB물가지수는 어떻게 됐을까?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10월 4일 기획재정부(이하 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같은 기간 동안 489개 상품 및 서비스 품목은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8.7% 상승했는데, MB물가지수 52개 품목의 상승폭은 평균 19.1%”라고 발표했다. 실제 통계청이 공개한 소비자물가지수를 바탕으로 MB물가지수 품목이 발표됐던 2008년 3월과 현재 52개 품목의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단 6개 품목(쌀, 밀가루, LPG, 전철이용, 이동전화 통화, 가정학습지)만 소비자물가지수가 그대로거나 소폭 하락했고 나머지는 모두 올랐다(표 참조).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른 것은 배추, 무, 마늘, 파 등 농작물이다. 2005년 물가지수를 100포인트 기준으로 삼는 소비자물가지수를 통해 살펴보면, 배추의 경우 MB물가 선정 시기인 2008년 3월 기준 91.5포인트에서 2010년 9월 283.1포인트로 크게 상승했다. 기존에 kg당 723원이던 배춧값이 2년 만에 2224원으로 3배 이상 뛴 것. 2008년 3월 kg당 732원이던 무 역시 2010년 9월 1804원으로 2.5배가량 올랐다. 마늘과 파도 각각 1.9배, 1.6배 값이 올랐다. 이처럼 농작물의 가격 변동이 큰 이유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이은미 수석은 “농산물 가격은 계절, 기상, 작황 등에 따라 달라지고 심리도 많이 반영돼 관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쇠고기(2008년 3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104.1→2010년 9월 기준 125.1, 이하 소비자 물가지수 기준 동일), 돼지고기(92.7→122.5), 고등어(106.2→151.4) 등 어·육류도 2년 새 큰 폭으로 가격이 올랐다. 특히 서민이 많이 찾는 돼지고기 물가지수가 크게 오른 이유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국내 돼지 사육농가가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율 및 원료비 상승으로 사료값이 크게 오르면서 돼지의 산지 가격도 올랐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도 쇠고기 가격이 안정되지 않았다.
한편 밀가루(175.8→140.3)의 소비자물가지수는 하락했지만 밀가루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인 빵(109.2→121.2), 과자(129.8→135.3) 등은 올랐다. 밀가루 가격이 2008년 중순 갑자기 올랐다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당시 덩달아 오른 가공식품의 가격은 다시 내려가지 않은 것. 이에 대해 한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물가 관리가 전혀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기료, 상수도료, 시내·외 버스료 등만 제자리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떨어졌다. MB물가지수 품목 중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가격에 정책적 영향을 미치는 공공요금만 겨우 기존 가격을 유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2008년 대대적으로 홍보한 친서민 MB 52개 품목에 대한 물가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정부가 매년 추석 민생과 서민물가 안정방안 등을 내놓는데 대부분 품목에서 평균 물가상승률보다 많이 오르는 걸 보면, 정부가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이라도 하는 건지, 추석맞이 홍보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사실 MB물가지수가 등장했을 때부터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고려대 경제학과 김동헌 교수는 “긴 안목으로 부동산, 금리 등 다양한 면을 고려하며 정책의 방향을 정해야 하는데 단기간 물가를 잡는 것에만 매달린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 수석 역시 “가격은 수요 공급의 논리에 따라 결정되므로 정부에서 가격을 세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생색내기 친서민 정책의 결과라는 비판도 있다. 한성대 무역학과 김상조 교수는 “금리와 환율이란 일반적인 정책수단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만 이용하면서, ‘친서민’의 기조도 따르려니 이렇게 효과 없는 정책이 나온 것”이라 비판하며 “대통령이 민간기업 가격 전략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아무런 법률적 권한이 없다. 발상 자체가 70년대식의 물가관리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시세? MB물가지수 전철 밟을 것
이에 재정부는 “위 자료는 품목에 대한 가중치를 고려하지 않고 52개 품목의 상승률을 단순 평균한 수치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품목별 지출 비중에 따른 가중치를 고려해 계산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또한 재정부는 “당초 52개 생필품 지수는 품목 수가 적어 변동성이 많으므로 지수화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별도 지수를 공식적으로 작성하고 있다”며 “별도 지수를 살펴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물가지수는 6.8% 상승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8.7%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10월 12일 새로운 ‘MB물가지수’가 발표됐다. 이 대통령이 “서민들이 생활하는 데 필수적인 품목을 국제 시세보다 비싸게 살 이유가 없다”며 “품목 하나하나 조사해 국제 시세보다 비싸다면 대책을 세워 수급을 조정,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지시한 것이다.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재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화장품과 세제, 샴푸, 화장지 등 공산품과 밀가루, 설탕, 쇠고기, 돼지고기 등 비교 대상 품목을 40개 안팎으로 추렸다. 현재 시장에서 평년 가격의 2배 가까운 1만2000원대에 거래되는 깐 마늘 1만3000t을 조속히 수입할 예정이고, 무값도 평년보다 130% 이상 높아진 개당 4000원대에 거래되고 있어 중국에서 100t 정도 수입할 방침이다. 수산물은 명태·오징어 등 가격이 오른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이 평년 수준을 회복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조정관세(명태 30%, 오징어 22%)를 철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직접 통제 가능한 중앙부처 권한의 공공요금은 동결키로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국제 시세보다 비싸다면’이란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업체로선 대통령이 나서서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한 것 자체가 부담이 돼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재정부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들린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국제 시세와 관련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작 생산 및 유통 과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는 수준밖엔 안 된다”며 “이 역시 2008년 MB물가지수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가격 급등 서민 가계 한숨
2년이 지난 지금, 52개 품목 MB물가지수는 어떻게 됐을까?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10월 4일 기획재정부(이하 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같은 기간 동안 489개 상품 및 서비스 품목은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8.7% 상승했는데, MB물가지수 52개 품목의 상승폭은 평균 19.1%”라고 발표했다. 실제 통계청이 공개한 소비자물가지수를 바탕으로 MB물가지수 품목이 발표됐던 2008년 3월과 현재 52개 품목의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단 6개 품목(쌀, 밀가루, LPG, 전철이용, 이동전화 통화, 가정학습지)만 소비자물가지수가 그대로거나 소폭 하락했고 나머지는 모두 올랐다(표 참조).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른 것은 배추, 무, 마늘, 파 등 농작물이다. 2005년 물가지수를 100포인트 기준으로 삼는 소비자물가지수를 통해 살펴보면, 배추의 경우 MB물가 선정 시기인 2008년 3월 기준 91.5포인트에서 2010년 9월 283.1포인트로 크게 상승했다. 기존에 kg당 723원이던 배춧값이 2년 만에 2224원으로 3배 이상 뛴 것. 2008년 3월 kg당 732원이던 무 역시 2010년 9월 1804원으로 2.5배가량 올랐다. 마늘과 파도 각각 1.9배, 1.6배 값이 올랐다. 이처럼 농작물의 가격 변동이 큰 이유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이은미 수석은 “농산물 가격은 계절, 기상, 작황 등에 따라 달라지고 심리도 많이 반영돼 관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쇠고기(2008년 3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104.1→2010년 9월 기준 125.1, 이하 소비자 물가지수 기준 동일), 돼지고기(92.7→122.5), 고등어(106.2→151.4) 등 어·육류도 2년 새 큰 폭으로 가격이 올랐다. 특히 서민이 많이 찾는 돼지고기 물가지수가 크게 오른 이유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국내 돼지 사육농가가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율 및 원료비 상승으로 사료값이 크게 오르면서 돼지의 산지 가격도 올랐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도 쇠고기 가격이 안정되지 않았다.
한편 밀가루(175.8→140.3)의 소비자물가지수는 하락했지만 밀가루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인 빵(109.2→121.2), 과자(129.8→135.3) 등은 올랐다. 밀가루 가격이 2008년 중순 갑자기 올랐다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당시 덩달아 오른 가공식품의 가격은 다시 내려가지 않은 것. 이에 대해 한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물가 관리가 전혀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기료, 상수도료, 시내·외 버스료 등만 제자리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떨어졌다. MB물가지수 품목 중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가격에 정책적 영향을 미치는 공공요금만 겨우 기존 가격을 유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2008년 대대적으로 홍보한 친서민 MB 52개 품목에 대한 물가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정부가 매년 추석 민생과 서민물가 안정방안 등을 내놓는데 대부분 품목에서 평균 물가상승률보다 많이 오르는 걸 보면, 정부가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이라도 하는 건지, 추석맞이 홍보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사실 MB물가지수가 등장했을 때부터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고려대 경제학과 김동헌 교수는 “긴 안목으로 부동산, 금리 등 다양한 면을 고려하며 정책의 방향을 정해야 하는데 단기간 물가를 잡는 것에만 매달린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 수석 역시 “가격은 수요 공급의 논리에 따라 결정되므로 정부에서 가격을 세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생색내기 친서민 정책의 결과라는 비판도 있다. 한성대 무역학과 김상조 교수는 “금리와 환율이란 일반적인 정책수단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만 이용하면서, ‘친서민’의 기조도 따르려니 이렇게 효과 없는 정책이 나온 것”이라 비판하며 “대통령이 민간기업 가격 전략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아무런 법률적 권한이 없다. 발상 자체가 70년대식의 물가관리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시세? MB물가지수 전철 밟을 것
배추 등 MB물가지수 52개 품목 대부분이 시행 전보다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
한편 10월 12일 새로운 ‘MB물가지수’가 발표됐다. 이 대통령이 “서민들이 생활하는 데 필수적인 품목을 국제 시세보다 비싸게 살 이유가 없다”며 “품목 하나하나 조사해 국제 시세보다 비싸다면 대책을 세워 수급을 조정,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지시한 것이다.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재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화장품과 세제, 샴푸, 화장지 등 공산품과 밀가루, 설탕, 쇠고기, 돼지고기 등 비교 대상 품목을 40개 안팎으로 추렸다. 현재 시장에서 평년 가격의 2배 가까운 1만2000원대에 거래되는 깐 마늘 1만3000t을 조속히 수입할 예정이고, 무값도 평년보다 130% 이상 높아진 개당 4000원대에 거래되고 있어 중국에서 100t 정도 수입할 방침이다. 수산물은 명태·오징어 등 가격이 오른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이 평년 수준을 회복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조정관세(명태 30%, 오징어 22%)를 철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직접 통제 가능한 중앙부처 권한의 공공요금은 동결키로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국제 시세보다 비싸다면’이란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업체로선 대통령이 나서서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한 것 자체가 부담이 돼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재정부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들린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국제 시세와 관련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작 생산 및 유통 과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는 수준밖엔 안 된다”며 “이 역시 2008년 MB물가지수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