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전통적으로 ‘애연가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흡연율(22%, 2008년도 후생노동성 조사)을 기록할 정도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회상임위 회의 중 담배를 피우며 국정을 논의하는 의원의 모습이 종종 TV에 비쳤다.
또 일본은 한국보다 유교의 영향을 덜 받은 탓인지 새파란 젊은이가 노인과 맞담배를 피우는 일도 보통이고, 며느리가 시아버지 앞에서도 담배를 피운다. 젊은 여성의 흡연에 대해서도 백안시하지 않는다. 20대 여사원이 나이 지긋한 남자 직장상사와 나란히 담배를 피우고, 교복 차림으로 하굣길에 태연히 담배를 피우는 여고생들도 있다.
일본항공 등 일본 국적기의 국내선에서는 1998년까지 흡연이 허용됐다. 국제선도 담배 피우는 일본인 승객을 확보하려고 세계 항공계가 국제선에서 전면 금연을 실시(2000년)하기 직전까지 흡연을 허용했다. 도쿄 시내 JR전철역 플랫폼에는 2009년까지 ‘끽연 코너’가 설치돼 있었는데,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에 대한 항의 등으로 철거했다.
최근엔 건물 내에서는 금연이고 지정된 장소에서만 흡연을 허용하며 음식점도 흡연석과 비흡연석을 구분하고 있으나, 술집에선 여전히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울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흡연 자체를 금지하는 프랑스, 독일 등 구미 각국과 비교하면 일본은 흡연에 대단히 관대하다. 이처럼 일본의 흡연 환경이 ‘양호’한 덕에 그동안 지속적인 담뱃값 인상에도 애연가들은 담배를 끊지 못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흡연율을 유지해왔다.
10월 1일자로 평균 40%가량 올려
그러나 10월 1일자로 JT(일본담배공사)가 담뱃값을 일제히 올리자 사정이 달라졌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는 ‘마일드세븐’ 한 갑이 300엔(약 4200원)에서 410엔(약 5740원)으로, ‘세븐스타’는 300엔에서 440엔(약 6160원)으로 평균 40%가량 올랐다. 사상 최대의 인상률이다. 이를 계기로 금연을 실행에 옮기는 애연가나 이번만큼은 반드시 금연에 성공하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또 기업들이 앞장서 사원들에게 금연치료비를 지원하고, 금연에 성공한 사원에겐 보상금을 지급하는 등 ‘금연대작전’을 펼치고 있다.
시스템개발 업체인 스미쇼(住商)정보시스템은 11월부터 6개월간 금연작전을 실시한다. 흡연 사원의 금연치료비를 전액 지급하고, 금연을 달성한 사원뿐 아니라 흡연 사원의 금연을 지원한 동료에게도 보상을 한다는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다. 이 회사 직원 3400여 명 중 약 800명이 흡연자. 이번 금연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흡연자는 스스로 금연을 선언하고 응모하면 된다. 6개월 뒤 금연에 성공하면 성공 보수로 5만 엔(약 70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한다. 이 포인트는 회사 복리시설에서 이용할 수 있다.
금연을 선언한 사원은 신사옥에 설치된 사원용 진료소에서 금연치료를 받을 수 있고, 직장 동료 등 5~10명의 ‘금연 서포터’를 둘 수 있다. 이들은 옆에서 금연을 응원하고, 금연에 성공했는지를 판정하는 임무를 맡는다. 성공으로 판정되면 금연 서포터에게도 2만 엔(약 28만 원) 상당의 포인트가 지급된다.
근무환경 개선에도 큰 도움
이 회사는 금연운동과 함께 보행증진 운동도 시작했다. 희망자에게 보행측정기를 무료로 나눠주고 6개월 뒤 ‘하루 평균 1만 보 이상’이란 조건을 충족했으면 1만 엔(약 14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이번 금연작전의 비용으로 2억 엔(약 28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의 일본법인은 2011년 6월부터 금연을 취업규칙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 회사에서는 근무시간 중 흡연이 벌칙 대상이다. 대신 금연에 드는 비용을 전액 회사가 부담한다. 금연 취업규칙은 정사원뿐 아니라 계약사원, 장기 아르바이트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위반이 반복되면 벌칙을 강화해 인사고과에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담배를 끊지 못하면 회사생활을 하기 힘든 분위기다.
화이자 일본법인은 2008년 금연보조제인 ‘찬픽스’ 발매에 맞춰 사내에서 금연운동을 시작했다. 사장이 흡연자를 노려보는 포스터를 만들어 사내에 붙이고, 여러 금연물품을 배치했다. 그 결과 이 회사 직원의 흡연율은 일본인 전체 흡연율보다 상당히 낮은 약 15%까지 내려왔다.
일본 최대의 제약회사인 다이쇼(大正)제약은 신입사원 연수 때부터 금연교육을 철저히 한다. 이 회사는 2008년 발매한 금연보조제 ‘시가논 CQ’를 사용해 금연에 성공한 사원에게 상을 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네슬레 일본도 사원이 금연치료를 하면 의료비 전액을 부담한다. 하루 일정량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사원을 선정, 진료비와 금연보조제 구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에서 35~59세 남자 사원의 흡연율은 약 40%. 식품을 통한 소비자의 건강 촉진을 기업목표로 하는 회사인 만큼, 흡연율을 떨어뜨려 사원들의 건강에 대한 의식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은 폐암, 기관지질환, 뇌경색 등 수없이 많다. 일본에선 비만과 함께 흡연을 ‘건강의 대적(大敵)’으로 꼽는다. 기업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가며 사원들의 금연을 장려·지원하는 것은, 사원들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흡연으로 인한 근무 중 자리 비우기, 집중률 저하 등 여러 업무방해 요인을 없애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각 지방자치단체도 주민들의 금연을 위해 의료진의 무료진찰과 금연 강의 등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 사회에서 확산되는 금연대작전의 성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그 답은 10월 이후의 담배 판매율이 말해줄 것이다.
또 일본은 한국보다 유교의 영향을 덜 받은 탓인지 새파란 젊은이가 노인과 맞담배를 피우는 일도 보통이고, 며느리가 시아버지 앞에서도 담배를 피운다. 젊은 여성의 흡연에 대해서도 백안시하지 않는다. 20대 여사원이 나이 지긋한 남자 직장상사와 나란히 담배를 피우고, 교복 차림으로 하굣길에 태연히 담배를 피우는 여고생들도 있다.
일본항공 등 일본 국적기의 국내선에서는 1998년까지 흡연이 허용됐다. 국제선도 담배 피우는 일본인 승객을 확보하려고 세계 항공계가 국제선에서 전면 금연을 실시(2000년)하기 직전까지 흡연을 허용했다. 도쿄 시내 JR전철역 플랫폼에는 2009년까지 ‘끽연 코너’가 설치돼 있었는데,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에 대한 항의 등으로 철거했다.
최근엔 건물 내에서는 금연이고 지정된 장소에서만 흡연을 허용하며 음식점도 흡연석과 비흡연석을 구분하고 있으나, 술집에선 여전히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울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흡연 자체를 금지하는 프랑스, 독일 등 구미 각국과 비교하면 일본은 흡연에 대단히 관대하다. 이처럼 일본의 흡연 환경이 ‘양호’한 덕에 그동안 지속적인 담뱃값 인상에도 애연가들은 담배를 끊지 못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흡연율을 유지해왔다.
10월 1일자로 평균 40%가량 올려
그러나 10월 1일자로 JT(일본담배공사)가 담뱃값을 일제히 올리자 사정이 달라졌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는 ‘마일드세븐’ 한 갑이 300엔(약 4200원)에서 410엔(약 5740원)으로, ‘세븐스타’는 300엔에서 440엔(약 6160원)으로 평균 40%가량 올랐다. 사상 최대의 인상률이다. 이를 계기로 금연을 실행에 옮기는 애연가나 이번만큼은 반드시 금연에 성공하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또 기업들이 앞장서 사원들에게 금연치료비를 지원하고, 금연에 성공한 사원에겐 보상금을 지급하는 등 ‘금연대작전’을 펼치고 있다.
시스템개발 업체인 스미쇼(住商)정보시스템은 11월부터 6개월간 금연작전을 실시한다. 흡연 사원의 금연치료비를 전액 지급하고, 금연을 달성한 사원뿐 아니라 흡연 사원의 금연을 지원한 동료에게도 보상을 한다는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다. 이 회사 직원 3400여 명 중 약 800명이 흡연자. 이번 금연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흡연자는 스스로 금연을 선언하고 응모하면 된다. 6개월 뒤 금연에 성공하면 성공 보수로 5만 엔(약 70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한다. 이 포인트는 회사 복리시설에서 이용할 수 있다.
금연을 선언한 사원은 신사옥에 설치된 사원용 진료소에서 금연치료를 받을 수 있고, 직장 동료 등 5~10명의 ‘금연 서포터’를 둘 수 있다. 이들은 옆에서 금연을 응원하고, 금연에 성공했는지를 판정하는 임무를 맡는다. 성공으로 판정되면 금연 서포터에게도 2만 엔(약 28만 원) 상당의 포인트가 지급된다.
근무환경 개선에도 큰 도움
이 회사는 금연운동과 함께 보행증진 운동도 시작했다. 희망자에게 보행측정기를 무료로 나눠주고 6개월 뒤 ‘하루 평균 1만 보 이상’이란 조건을 충족했으면 1만 엔(약 14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이번 금연작전의 비용으로 2억 엔(약 28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의 일본법인은 2011년 6월부터 금연을 취업규칙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 회사에서는 근무시간 중 흡연이 벌칙 대상이다. 대신 금연에 드는 비용을 전액 회사가 부담한다. 금연 취업규칙은 정사원뿐 아니라 계약사원, 장기 아르바이트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위반이 반복되면 벌칙을 강화해 인사고과에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담배를 끊지 못하면 회사생활을 하기 힘든 분위기다.
화이자 일본법인은 2008년 금연보조제인 ‘찬픽스’ 발매에 맞춰 사내에서 금연운동을 시작했다. 사장이 흡연자를 노려보는 포스터를 만들어 사내에 붙이고, 여러 금연물품을 배치했다. 그 결과 이 회사 직원의 흡연율은 일본인 전체 흡연율보다 상당히 낮은 약 15%까지 내려왔다.
일본 최대의 제약회사인 다이쇼(大正)제약은 신입사원 연수 때부터 금연교육을 철저히 한다. 이 회사는 2008년 발매한 금연보조제 ‘시가논 CQ’를 사용해 금연에 성공한 사원에게 상을 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네슬레 일본도 사원이 금연치료를 하면 의료비 전액을 부담한다. 하루 일정량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사원을 선정, 진료비와 금연보조제 구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에서 35~59세 남자 사원의 흡연율은 약 40%. 식품을 통한 소비자의 건강 촉진을 기업목표로 하는 회사인 만큼, 흡연율을 떨어뜨려 사원들의 건강에 대한 의식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은 폐암, 기관지질환, 뇌경색 등 수없이 많다. 일본에선 비만과 함께 흡연을 ‘건강의 대적(大敵)’으로 꼽는다. 기업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가며 사원들의 금연을 장려·지원하는 것은, 사원들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흡연으로 인한 근무 중 자리 비우기, 집중률 저하 등 여러 업무방해 요인을 없애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각 지방자치단체도 주민들의 금연을 위해 의료진의 무료진찰과 금연 강의 등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 사회에서 확산되는 금연대작전의 성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그 답은 10월 이후의 담배 판매율이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