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원로들이 ‘한국의 캐머런’(총리가 된 영국 보수당의 정치신인)을 키울 의지가 있는가.”_ 홍정욱
“사회 중심축인 40, 50대 지지 강화를 위해 ‘통합형 세대교체’로 당의 리더십을 새롭게 창출해야 한다.”_ 권택기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만큼 당부터 근원적으로 반성, 변화하고 청와대와 정부도 국정운영 방식과 기조를 적극 변화시켜야 한다.”_ 정태근
한나라당이 선거 후폭풍에 휩싸였다. 6월 6일부터 잇따른 초·재선의원 모임에서 ‘쇄신 당위성’이 터져 나오더니, ‘세대교체’와 ‘당정청(黨政靑) 전면 쇄신’ ‘탈(脫)계파’ 등으로 요약되는 ‘총체적 쇄신론’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초·재선의원의 당 지도부 진입 또는 지도부와 초선의원 간 회의체 구성 등 향후 전당대회에서의 역할 모색을 촉구하는 다양한 ‘실행 파일’도 백가쟁명 식으로 터져 나왔다. 급기야 10일 김선동 의원 등 초·재선의원 5명이 당 비상대책위원회에도 공식 참여하기로 하면서 쇄신론이 힘을 받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이 아주 심각한 상황에서 초선의원들이 들고 일어섰다. 스스로 권력투쟁을 이끌 힘이 없을 때 외부 요인을 기회로 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풍운동이니 쇄신운동이니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변방에 있던 초선의원들에게 (목소리를 낼) 기회가 왔다.”
새로운 리더십 만들 수 있는 호기
‘모빌리쿠스’ 경윤호 대표의 말처럼 그동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초선의원들에게 기회가 온 건 분명하다. 타이밍도 좋다. 한나라당은 7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이하 전대)를 통해 당 대표 등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7·28 재·보궐선거 이후 전대 개최론도 나오고 있지만, 어쨌든 평소 선수(選數)에 밀려 변방에 있던 초선의원들이 함께 뭉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 수 있는 호기(好期)임은 분명하다.
한나라당 초선의원은 전체 168명 의원 중 89명(53%·비례대표 21명 포함). 6월 9일 모임에는 이 중 54명이 참석, 쇄신 논의에 팔을 걷어붙여 결집력을 과시했다. 그만큼 당내 상황이 심각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인데, 사실상 심각한 것은 따로 있다는 게 초선의원들의 솔직한 심경고백이다.
기자가 6월 6~9일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한 3명의 수도권 초선의원 역시 ‘계파를 초월한’ 초선의원들이 모여 한목소리로 당 쇄신을 요구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18대 국회 들어 초선의원들이 이처럼 ‘집단행동’에 나서기는 처음이어서 조금 놀랐다. 목소리가 컸던 의원 중 상당수는 세종시 문제 등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등 계파 이해를 좇아 정치적 ‘과실’을 챙긴 인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도당 공천심사위원을 맡아 선거를 치른 인물도 있고, 지역구에 ‘자기 사람’을 심어 대패한 의원도 있다. 그러니 (초선의원 모임을) 100% 당을 위한 충심에서 나온 거라 받아들이기 어렵다. 선거 책임을 벗어나려고 하거나 노골적으로 계파를 따지는 사람도 있어 (얘기를 듣다가) 회의장을 빠져나왔다.”(A 의원)
‘친이’도 ‘친박’도 아닌 금배지 유지
그렇다면 계파를 초월해 이들을 모이게 한 흡인력은 뭘까. 의원들은 “당에 대한 충정도 큰 요인이겠지만, 자신이 공천에 관여한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낙선하는 모습을 보면서 2년 뒤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 게 더 큰 요인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B의원의 말이다.
“초선의 지상과제는 ‘친박’도 ‘친이’도 아닌 재선(再選)이다. 초선은 당의 인기 혹은 후보 인지도가 높거나, 아니면 표밭을 잘 관리해야 재선에 성공한다. 일반적으로 초선은 인지도가 낮아 표밭 관리에 치중하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표밭을 대신 갈아줄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이 대거 떨어지는 바람에 문제가 심각해졌다. 우리(초선)는 이번 선거에서 떨어진 기초단체장 지역구에서 2년 뒤 똑같은 심판을 받아야 한다. 2008년 총선은 참여정부의 실정과 뉴타운 기대라는 바람이 불어 대거 당선됐는데 2012년에는 ‘떼 초상’이 날지도 모른다. 영남과 달리 수도권 초선의원들이 적극 나서는 것도 사실 이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이렇게 말하면 맞아죽을지 모르지만 솔직히 말하는 거다. 당장 급하다.”
그의 말대로 한나라당은 6·2지방선거에서 수도권 기초단체장 66석 중 15석만 건졌다. 광역·기초의원도 대폭 물갈이됐다.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 간 ‘선거 함수관계’는 C씨의 설명을 들으면 이해할 수 있다. C씨는 두 번의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에서 선거본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기초단체장은 예산 집행권이 있어 같은 당 국회의원과 ‘공동 치적’을 쌓을 수 있다. 마을 체육관 하나를 건립해도 ‘국회의원이 도와줬다’고 띄울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의원은 가만히 있어도 큰일을 한 셈이 되고 유권자의 환심도 살 수 있다. 여기에 기초단체장이 (골프장 인허가 같은) 큰 프로젝트를 해내면 공천권을 쥔 지역 국회의원에게 선거자금도 챙겨준다. 기초단체가 주최하는 지역구 내 각종 행사와 모임에서도 항상 좋은 자리에 앉아 유권자와 만날 수 있다.”
그는 국회의원이 민 기초단체장이 낙선하면 정보원 노릇을 하는 구(군)청 공무원의 ‘인사 청탁’도 할 수 없어, 특히 초선의원의 경우 표밭 관리에 어려움이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C 의원은 공천권까지 범위를 넓혀 해석한다.
“표밭 관리도 물론 중요하다. 통상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를 차기 총선의 전주곡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속에서 이번 선거에서 초선의원이 느낀 위협은 컸을 법하다. 여기에 이번 전대에서 선출된 지도부가 차기 총선의 공천을 주도하게 돼 있다는 것이 초선의원 모임의 구심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 초선의원들이 지도부에 진입하거나 지도부와 교감을 나누려고 기를 쓰는 것도 재공천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을 타고 ‘스타’로 발돋움하려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절박감은 최근 초선의원 모임에서 작은 해프닝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한나라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비공개로 열린 쇄신 모임에서 한 의원이 초선의원들의 힘을 모아 전대에서 선출직 최고위원을 당선시키자고 했다. 그러면서 초선의원에게 최고위원 선거운동비용을 갹출하자고 했다. 그런데 이 말이 자신이 나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한 의원이 제지해 유야무야됐지만 얼마나 급했으면 동료 의원 돈을 받아 최고위원 선거운동을 하자고 하겠나.”
물론 선거 패배 후 당 쇄신을 요구하는 것은 당과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대한 충정일 수 있다. 당연히 정치권력을 얻으려면 권력투쟁도 동반해야 한다. 그러나 철저한 자기반성 없는 ‘쇄신 드라이브’는 자칫 2년 뒤 또 다른 ‘불길한 전주곡’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홍정욱 의원의 지적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자기반성 없는 쇄신은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조급함과 여당의 무기력을 또다시 증명할 뿐이다.”
“사회 중심축인 40, 50대 지지 강화를 위해 ‘통합형 세대교체’로 당의 리더십을 새롭게 창출해야 한다.”_ 권택기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만큼 당부터 근원적으로 반성, 변화하고 청와대와 정부도 국정운영 방식과 기조를 적극 변화시켜야 한다.”_ 정태근
한나라당이 선거 후폭풍에 휩싸였다. 6월 6일부터 잇따른 초·재선의원 모임에서 ‘쇄신 당위성’이 터져 나오더니, ‘세대교체’와 ‘당정청(黨政靑) 전면 쇄신’ ‘탈(脫)계파’ 등으로 요약되는 ‘총체적 쇄신론’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초·재선의원의 당 지도부 진입 또는 지도부와 초선의원 간 회의체 구성 등 향후 전당대회에서의 역할 모색을 촉구하는 다양한 ‘실행 파일’도 백가쟁명 식으로 터져 나왔다. 급기야 10일 김선동 의원 등 초·재선의원 5명이 당 비상대책위원회에도 공식 참여하기로 하면서 쇄신론이 힘을 받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이 아주 심각한 상황에서 초선의원들이 들고 일어섰다. 스스로 권력투쟁을 이끌 힘이 없을 때 외부 요인을 기회로 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풍운동이니 쇄신운동이니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변방에 있던 초선의원들에게 (목소리를 낼) 기회가 왔다.”
새로운 리더십 만들 수 있는 호기
‘모빌리쿠스’ 경윤호 대표의 말처럼 그동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초선의원들에게 기회가 온 건 분명하다. 타이밍도 좋다. 한나라당은 7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이하 전대)를 통해 당 대표 등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7·28 재·보궐선거 이후 전대 개최론도 나오고 있지만, 어쨌든 평소 선수(選數)에 밀려 변방에 있던 초선의원들이 함께 뭉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 수 있는 호기(好期)임은 분명하다.
한나라당 초선의원은 전체 168명 의원 중 89명(53%·비례대표 21명 포함). 6월 9일 모임에는 이 중 54명이 참석, 쇄신 논의에 팔을 걷어붙여 결집력을 과시했다. 그만큼 당내 상황이 심각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인데, 사실상 심각한 것은 따로 있다는 게 초선의원들의 솔직한 심경고백이다.
기자가 6월 6~9일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한 3명의 수도권 초선의원 역시 ‘계파를 초월한’ 초선의원들이 모여 한목소리로 당 쇄신을 요구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18대 국회 들어 초선의원들이 이처럼 ‘집단행동’에 나서기는 처음이어서 조금 놀랐다. 목소리가 컸던 의원 중 상당수는 세종시 문제 등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등 계파 이해를 좇아 정치적 ‘과실’을 챙긴 인물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도당 공천심사위원을 맡아 선거를 치른 인물도 있고, 지역구에 ‘자기 사람’을 심어 대패한 의원도 있다. 그러니 (초선의원 모임을) 100% 당을 위한 충심에서 나온 거라 받아들이기 어렵다. 선거 책임을 벗어나려고 하거나 노골적으로 계파를 따지는 사람도 있어 (얘기를 듣다가) 회의장을 빠져나왔다.”(A 의원)
‘친이’도 ‘친박’도 아닌 금배지 유지
그렇다면 계파를 초월해 이들을 모이게 한 흡인력은 뭘까. 의원들은 “당에 대한 충정도 큰 요인이겠지만, 자신이 공천에 관여한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낙선하는 모습을 보면서 2년 뒤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 게 더 큰 요인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B의원의 말이다.
“초선의 지상과제는 ‘친박’도 ‘친이’도 아닌 재선(再選)이다. 초선은 당의 인기 혹은 후보 인지도가 높거나, 아니면 표밭을 잘 관리해야 재선에 성공한다. 일반적으로 초선은 인지도가 낮아 표밭 관리에 치중하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표밭을 대신 갈아줄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이 대거 떨어지는 바람에 문제가 심각해졌다. 우리(초선)는 이번 선거에서 떨어진 기초단체장 지역구에서 2년 뒤 똑같은 심판을 받아야 한다. 2008년 총선은 참여정부의 실정과 뉴타운 기대라는 바람이 불어 대거 당선됐는데 2012년에는 ‘떼 초상’이 날지도 모른다. 영남과 달리 수도권 초선의원들이 적극 나서는 것도 사실 이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이렇게 말하면 맞아죽을지 모르지만 솔직히 말하는 거다. 당장 급하다.”
그의 말대로 한나라당은 6·2지방선거에서 수도권 기초단체장 66석 중 15석만 건졌다. 광역·기초의원도 대폭 물갈이됐다.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 간 ‘선거 함수관계’는 C씨의 설명을 들으면 이해할 수 있다. C씨는 두 번의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에서 선거본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기초단체장은 예산 집행권이 있어 같은 당 국회의원과 ‘공동 치적’을 쌓을 수 있다. 마을 체육관 하나를 건립해도 ‘국회의원이 도와줬다’고 띄울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의원은 가만히 있어도 큰일을 한 셈이 되고 유권자의 환심도 살 수 있다. 여기에 기초단체장이 (골프장 인허가 같은) 큰 프로젝트를 해내면 공천권을 쥔 지역 국회의원에게 선거자금도 챙겨준다. 기초단체가 주최하는 지역구 내 각종 행사와 모임에서도 항상 좋은 자리에 앉아 유권자와 만날 수 있다.”
그는 국회의원이 민 기초단체장이 낙선하면 정보원 노릇을 하는 구(군)청 공무원의 ‘인사 청탁’도 할 수 없어, 특히 초선의원의 경우 표밭 관리에 어려움이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C 의원은 공천권까지 범위를 넓혀 해석한다.
“표밭 관리도 물론 중요하다. 통상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를 차기 총선의 전주곡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속에서 이번 선거에서 초선의원이 느낀 위협은 컸을 법하다. 여기에 이번 전대에서 선출된 지도부가 차기 총선의 공천을 주도하게 돼 있다는 것이 초선의원 모임의 구심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 초선의원들이 지도부에 진입하거나 지도부와 교감을 나누려고 기를 쓰는 것도 재공천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을 타고 ‘스타’로 발돋움하려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절박감은 최근 초선의원 모임에서 작은 해프닝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한나라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비공개로 열린 쇄신 모임에서 한 의원이 초선의원들의 힘을 모아 전대에서 선출직 최고위원을 당선시키자고 했다. 그러면서 초선의원에게 최고위원 선거운동비용을 갹출하자고 했다. 그런데 이 말이 자신이 나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한 의원이 제지해 유야무야됐지만 얼마나 급했으면 동료 의원 돈을 받아 최고위원 선거운동을 하자고 하겠나.”
물론 선거 패배 후 당 쇄신을 요구하는 것은 당과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대한 충정일 수 있다. 당연히 정치권력을 얻으려면 권력투쟁도 동반해야 한다. 그러나 철저한 자기반성 없는 ‘쇄신 드라이브’는 자칫 2년 뒤 또 다른 ‘불길한 전주곡’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홍정욱 의원의 지적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자기반성 없는 쇄신은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조급함과 여당의 무기력을 또다시 증명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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