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저 왔어요.”
말년 휴가를 나온 김모(24) 씨가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외가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온화한 미소를 띠고 그를 맞이한다. ‘손 귀한 집’ 아들로 태어난 김씨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는 물론 조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특히 외조부는 중고교 때 사교육비는 물론 대학 등록금까지 내줬다. 외조부는 “죽을 때 돈을 다 가져갈 것도 아닌데 손자·손녀에게 쓰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며 “올해 대학에 입학한 손녀의 등록금도 내가 낼 것”이라고 말한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예비 고3인 조모(18) 군의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도 부모가 아닌 할아버지다. 조군이 공부하는 시간엔 가족 모두 조용히 있어야 한다. 혹시라도 큰 소리가 나면 할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할아버지는 “돈이 없어 아들을 대학에 못 보낸 게 평생 한”이라며 “손자만큼은 일류대를 보내겠다”고 다짐한다. 조군의 학원비, 참고서비 등은 모두 할아버지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학원비에서 등록금까지 지원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려면 아이의 체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할아버지의 재력이 필요하다”는 말은 과연 속설에 불과할까? 한국 사회의 저출산·고령화 문제(주간동아 721호 참조)를 취재하던 기자는 한 통계자료에서 그 답을 찾았다. 2006년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 김동석 연구위원이 발표한 ‘인구구조 고령화와 산업구조’ 보고서에는 ‘연령대에 따른 품목별 소비구조’ 그래프가 나온다. 70대 노년층의 소비구조에서 식료품비와 교통비가 줄어들고 보건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왜 60대에 비해 70대에 교육비가 급증하는 것일까(그래프 참조).
이 그래프는 10대를 기준으로 20~70대까지 식료품, 교육, 교통, 보건의료 같은 품목의 소비 비중을 추정한 것. 각 항목에 대한 10대의 소비를 0으로 놓고, 20~70대의 소비구조를 비교했다. 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여기서 각 연령대는 가구주의 연령을 가리킨다. 즉 20대라면 20대가 가구주라는 말이다.
그래프에서 연령대별 교육비 비중을 보면 20대보다 30, 40대가 훨씬 높고 50, 60대에는 줄어든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70대에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에 대해 김동석 연구위원은 “20대 가구주는 대부분 자녀가 없기 때문에 교육비가 적고 자녀를 키우는 30, 40대 가구주는 교육비 비중이 높다. 그러다 자녀가 대학생에서 사회 초년생이 되는 50, 60대가 되면 교육비가 줄어든다. 하지만 70대에는 다시 많아진다. 여기서 소비는 가구주 본인뿐 아니라 가구 전체가 사용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70대 가구주의 교육비가 급증하는 것은 중고교생인 손자·손녀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물론 이 결과를 놓고 70대 가구주가 손자·손녀의 교육비를 책임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녀 교육에 할아버지의 재력이 중요하다’는 속설처럼 손자의 교육비를 지원하는 조부모가 적지 않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장은 “소득이 높은 조부모일수록 손자·손녀 교육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한 자녀를 독립 가족으로 보지 않고 계속 돌봐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부모와,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자녀가 많아지면서 이런 경향이 더 커졌다”고 말한다.
위의 통계로 요즘 조부모는 손자·손녀 교육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했지만 ‘할아버지의 재력’이 곧 ‘명문대로 가는 충분조건’임을 입증하기에는 미흡하다. 이를 위해 앞으로 명문대 신입생의 생활환경조사서에 조부모의 직업과 교육비 부담 정도를 묻는 항목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말년 휴가를 나온 김모(24) 씨가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외가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온화한 미소를 띠고 그를 맞이한다. ‘손 귀한 집’ 아들로 태어난 김씨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는 물론 조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특히 외조부는 중고교 때 사교육비는 물론 대학 등록금까지 내줬다. 외조부는 “죽을 때 돈을 다 가져갈 것도 아닌데 손자·손녀에게 쓰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며 “올해 대학에 입학한 손녀의 등록금도 내가 낼 것”이라고 말한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예비 고3인 조모(18) 군의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도 부모가 아닌 할아버지다. 조군이 공부하는 시간엔 가족 모두 조용히 있어야 한다. 혹시라도 큰 소리가 나면 할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할아버지는 “돈이 없어 아들을 대학에 못 보낸 게 평생 한”이라며 “손자만큼은 일류대를 보내겠다”고 다짐한다. 조군의 학원비, 참고서비 등은 모두 할아버지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학원비에서 등록금까지 지원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려면 아이의 체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할아버지의 재력이 필요하다”는 말은 과연 속설에 불과할까? 한국 사회의 저출산·고령화 문제(주간동아 721호 참조)를 취재하던 기자는 한 통계자료에서 그 답을 찾았다. 2006년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 김동석 연구위원이 발표한 ‘인구구조 고령화와 산업구조’ 보고서에는 ‘연령대에 따른 품목별 소비구조’ 그래프가 나온다. 70대 노년층의 소비구조에서 식료품비와 교통비가 줄어들고 보건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왜 60대에 비해 70대에 교육비가 급증하는 것일까(그래프 참조).
이 그래프는 10대를 기준으로 20~70대까지 식료품, 교육, 교통, 보건의료 같은 품목의 소비 비중을 추정한 것. 각 항목에 대한 10대의 소비를 0으로 놓고, 20~70대의 소비구조를 비교했다. 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여기서 각 연령대는 가구주의 연령을 가리킨다. 즉 20대라면 20대가 가구주라는 말이다.
그래프에서 연령대별 교육비 비중을 보면 20대보다 30, 40대가 훨씬 높고 50, 60대에는 줄어든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70대에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에 대해 김동석 연구위원은 “20대 가구주는 대부분 자녀가 없기 때문에 교육비가 적고 자녀를 키우는 30, 40대 가구주는 교육비 비중이 높다. 그러다 자녀가 대학생에서 사회 초년생이 되는 50, 60대가 되면 교육비가 줄어든다. 하지만 70대에는 다시 많아진다. 여기서 소비는 가구주 본인뿐 아니라 가구 전체가 사용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70대 가구주의 교육비가 급증하는 것은 중고교생인 손자·손녀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물론 이 결과를 놓고 70대 가구주가 손자·손녀의 교육비를 책임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녀 교육에 할아버지의 재력이 중요하다’는 속설처럼 손자의 교육비를 지원하는 조부모가 적지 않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장은 “소득이 높은 조부모일수록 손자·손녀 교육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한 자녀를 독립 가족으로 보지 않고 계속 돌봐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부모와,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자녀가 많아지면서 이런 경향이 더 커졌다”고 말한다.
위의 통계로 요즘 조부모는 손자·손녀 교육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했지만 ‘할아버지의 재력’이 곧 ‘명문대로 가는 충분조건’임을 입증하기에는 미흡하다. 이를 위해 앞으로 명문대 신입생의 생활환경조사서에 조부모의 직업과 교육비 부담 정도를 묻는 항목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