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9년 여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박준범(26) 씨. 그는 현지 대형 쇼핑몰에 갔다가 휴대전화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로밍해서 가져간 자신의 휴대전화와 디자인, 사양이 비슷한 제품이 한국보다 20만원 정도나 싸게 팔리고 있었던 것. 대부분의 최신 휴대전화 가격이 300달러(약 35만원) 수준이었다. 아무리 비싸도 500달러(약 58만원)를 넘는 것은 없었다. 박씨는 “같은 회사가 만든 유사 제품의 가격이 한국과 미국에서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2. 주부 김 모(50) 씨는 2009년 6월 아들로부터 휴대전화를 선물 받은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A/S센터를 들락거리는 신세가 됐다. 상대방에게서 통화할 때 소리가 찢어진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기 때문. A/S센터에서는 마이크 불량이라며 마이크를 2번이나 교체해줬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A/S센터에 맡겨두기를 두어 차례. 결국엔 아무 이상이 없으니 통신사 측에 문의하라는 황당한 대답만 들었다. 휴대전화를 돌려받고 나오면서 이동통신사(이하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한 김씨. 상담원으로부터 “소리가 자꾸 찢어져서 알아들을 수 없다”는 말을 듣자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다. 김씨는 계약 해지 및 환불을 요구하며 상담센터에 상담내역과 녹취 파일을 요구했다.
국내 통신사·제조사 공생, 사실상 독점
‘고객 최우선’이라는 선전과 달리,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의 횡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박씨나 김씨처럼 이동통신을 둘러싼 소비자의 불만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집계에 따르면, 2009년 한 해에 접수된 이동통신 관련 불만사항은 1만788건. 2008년의 8490건에 비해 27.1%나 늘었다.
휴대전화 기기 불만사항도 2009년 3/4분기까지 전년 동기 4227건보다 57.5% 증가한 6656건이 접수됐다. 불만 내용도 품질 및 A/S 미흡, 품질보증 기간 내 수리비 청구, 환급금 분쟁, 수리 중 저장자료 손실 등 다양하다.
마땅한 경쟁 상대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는 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소비자들은 SK텔레콤, KT, LG텔레콤 3개 통신사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이들이 고만고만한 서비스를 제공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휴대전화 단말기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가 5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해 사실상 독점력을 발휘해왔다.
통신사와 제조사는 자신들의 수익에서만큼은 공생관계이고, 소비자는 철저히 뒷전으로 내몰린다. 무선인터넷이 대표적. 데이터 통신요금이 통신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자 국내 제조사들은 통신사 이익에 맞춰, 내수용은 수출용과 달리 와이파이(Wi-Fi·무선네트워크 기능)를 탑재하지 않은 채 시중에 내놓았다.
그 결과 국내 소비자들은 네이트(NATE), 쇼(SHOW), 오즈(OZ) 등 통신사들의 값비싼 데이터통신망을 통하지 않고는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유선인터넷의 최강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도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 무선인터넷 분야에서만은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이폰은 단점도 많지만 다른 스마트폰에 비하면 장점이 훨씬 많아요. 그동안 국내 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의 횡포에 진절머리가 난 걸 생각하면 속이 시원합니다.”
2010년 첫날,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애플숍에서 만난 최혜진(22) 씨는 국내 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에 대한 불만을 거리낌 없이 토해냈다. 2009년 11월 말 출시 이래 아이폰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출시 전부터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돌더니 예약대기자만 6만5000명에 달했다. 아이폰 열기가 일부 마니아층에 국한되리라는 예상과 달리, 출시 한 달 만에 20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국내에 사용되는 스마트폰 50만여 개 중 단일 기종으론 1위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아이폰의 성공 이면에는 기존 통신사와 제조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아이폰은 기기 안에 와이파이가 장착돼 무선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컴퓨터와 동일한 운영체제(OS)를 탑재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수 있고, 직접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택의 다양성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매장에 진열된 상품 가짓수는 많았지만 선택하는 소비자 처지에서 보면, 사실 그게 그것 같았거든요. 한마디로 지금까지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풍요 속 빈곤’이었습니다.”
그게 그것에서 선택의 다양성 확대
15년째 광화문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는 박모(51) 씨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긴장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단말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국내에도 모토로라나 노키아 등 해외 휴대전화 단말기가 있었지만, 가격이 비싸고 보조금 혜택이 적어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심지어 국내 통신사와 서비스 계약을 맺을 때도 우위에 서지 못했다. 반면 아이폰은 해외에서 검증됐다는 점을 토대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와이파이를 제거하고 국내 시장에 들어오라는 협박에 굴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폰이 도입되자 꿈쩍도 않던 국내 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도 비상상황을 선포하며 대응 마련에 나섰다. 단순한 외국산 휴대전화 단말기의 도입이 아니라, 기존 이동통신시장 구조를 흔들어놓는 생존의 문제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와이파이를 장착한 옴니아2를 선보이며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에는 와이파이를 장착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깼다. SK텔레콤은 애플의 앱스토어에 대항해 T-스토어를 오픈하고 두 달간 데이터 통화료를 완전 무료로 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T옴니아2를 구매하는 고객에겐 평생 무료 멜론 서비스를 제공하며, 아이폰 출시 직전 T옴니아2의 보조금을 확대 적용했다. T옴니아2 일간지 광고에 태극기까지 등장시켜 애국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사활을 건 전쟁을 치른 결과, 경천동지할 시장의 재편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12월 한 달간의 국내 휴대전화 번호이동 건수 총 65만504건을 분석한 결과 SK텔레콤은 27만1890건(41.8%), KT는 22만4824건(34.6%)으로 예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아이폰 출시 직후 한때 KT가 57.4%의 번호이동 점유율을 보였던 것에 비교하면 일단은 SK텔레콤의 대응책이 먹혀들어간 셈이다.
아이폰 사태에도 제조사·통신사 행태는 여전
“아이폰 사태로 KT가 삼성전자로부터 괘씸죄에 걸렸다는 이야기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보조금 혜택도 20만원가량 적고, 광고에도 쇼옴니아만 모델명으로 표시되고 있죠.”
대학생 김형욱(24) 씨는 옴니아2를 구매하고자 애니콜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러나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최근 출시됐다는 쇼옴니아를 찾지 못했다. 한참을 살펴보던 그는 ‘SPH-M8400’이라고 표시된 기기가 쇼옴니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폰과의 1차 대전에서 밀리지 않고 어느 정도 방어선을 지켜서일까. 소비자들을 대하는 통신사와 제조사의 행태는 별반 변한 게 없어 보인다. 오히려 고객을 봉으로 여기는 태도는 더 심해졌다. 직장인 이재훈(33) 씨는 최근 구입한 T옴니아2가 아이폰 출시에 맞춰 20만원가량 가격이 떨어지자 SK텔레콤 고객센터에 항의 글을 올렸다.
“말로는 ‘언짢은 감정 진심으로 이해한다’고 하지만, 자유시장 경쟁체제 원칙만 내세울 뿐 토씨 하나까지 똑같은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고객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SK텔레콤은 1인당 3만6000원씩 요금할인을 제안했다. 이마저도 불만을 제기한 고객에게만 해당할 뿐, 일이 진행되는 동안 고객들은 SK텔레콤으로부터 어떤 공식적인 사과도 받지 못했다. 현재 네이버 카페에서는 이씨를 중심으로 800여 명이 SK텔레콤에 대한 소비자집단분쟁조정 신청을 준비 중이다.
2007년 7월 제1호 첫 소비자 집단분쟁조정이 있은 이래 현재까지 50여 건의 조정 사례가 있었다. 이동통신 관련 집단분쟁조정 신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300여 명의 회원이 관련 서류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했으며, 1월 중순이 되면 집단분쟁조정으로 진행될지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우롱” 집단분쟁 조정 신청
“솔직히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소비자를 우롱하는 통신사에 쓴맛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지요.”(이재훈 씨)
삼성전자 또한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로부터 자사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이용에 차별정책을 펼친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오픈한 삼성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는 국내에 현재 T옴니아2뿐. 이전 모델인 T옴니아1을 포함해 삼성이 그동안 선보인 8종의 다른 기종조차 이용이 불가능하다. 스마트폰 전문 사이트의 한 누리꾼은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구형이든 신형이든 동일한 정책을 적용하는 애플사에 비해, 삼성은 국내 소비자를 이익 착취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아이폰의 출현만으로 기존 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행태가 한순간에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구글의 ‘넥서스 원(Nexus One)’을 비롯해 해외 휴대전화 업체들이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는 구매 행위로 자신들의 의사를 좀더 명확히 전달하게 될 것이다(상자기사 참조).
경쟁이 본격화되면 그동안 폐쇄적이던 국내 이동통신 시장도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다. 억눌렸던 ‘봉’들이 조심스레 역습을 준비 중이다.
#2. 주부 김 모(50) 씨는 2009년 6월 아들로부터 휴대전화를 선물 받은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A/S센터를 들락거리는 신세가 됐다. 상대방에게서 통화할 때 소리가 찢어진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기 때문. A/S센터에서는 마이크 불량이라며 마이크를 2번이나 교체해줬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A/S센터에 맡겨두기를 두어 차례. 결국엔 아무 이상이 없으니 통신사 측에 문의하라는 황당한 대답만 들었다. 휴대전화를 돌려받고 나오면서 이동통신사(이하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한 김씨. 상담원으로부터 “소리가 자꾸 찢어져서 알아들을 수 없다”는 말을 듣자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다. 김씨는 계약 해지 및 환불을 요구하며 상담센터에 상담내역과 녹취 파일을 요구했다.
국내 통신사·제조사 공생, 사실상 독점
‘고객 최우선’이라는 선전과 달리,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의 횡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박씨나 김씨처럼 이동통신을 둘러싼 소비자의 불만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집계에 따르면, 2009년 한 해에 접수된 이동통신 관련 불만사항은 1만788건. 2008년의 8490건에 비해 27.1%나 늘었다.
휴대전화 기기 불만사항도 2009년 3/4분기까지 전년 동기 4227건보다 57.5% 증가한 6656건이 접수됐다. 불만 내용도 품질 및 A/S 미흡, 품질보증 기간 내 수리비 청구, 환급금 분쟁, 수리 중 저장자료 손실 등 다양하다.
마땅한 경쟁 상대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는 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소비자들은 SK텔레콤, KT, LG텔레콤 3개 통신사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이들이 고만고만한 서비스를 제공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휴대전화 단말기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가 5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해 사실상 독점력을 발휘해왔다.
통신사와 제조사는 자신들의 수익에서만큼은 공생관계이고, 소비자는 철저히 뒷전으로 내몰린다. 무선인터넷이 대표적. 데이터 통신요금이 통신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자 국내 제조사들은 통신사 이익에 맞춰, 내수용은 수출용과 달리 와이파이(Wi-Fi·무선네트워크 기능)를 탑재하지 않은 채 시중에 내놓았다.
그 결과 국내 소비자들은 네이트(NATE), 쇼(SHOW), 오즈(OZ) 등 통신사들의 값비싼 데이터통신망을 통하지 않고는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유선인터넷의 최강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도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 무선인터넷 분야에서만은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이폰은 단점도 많지만 다른 스마트폰에 비하면 장점이 훨씬 많아요. 그동안 국내 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의 횡포에 진절머리가 난 걸 생각하면 속이 시원합니다.”
2010년 첫날,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애플숍에서 만난 최혜진(22) 씨는 국내 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에 대한 불만을 거리낌 없이 토해냈다. 2009년 11월 말 출시 이래 아이폰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출시 전부터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돌더니 예약대기자만 6만5000명에 달했다. 아이폰 열기가 일부 마니아층에 국한되리라는 예상과 달리, 출시 한 달 만에 20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국내에 사용되는 스마트폰 50만여 개 중 단일 기종으론 1위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아이폰의 성공 이면에는 기존 통신사와 제조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아이폰은 기기 안에 와이파이가 장착돼 무선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컴퓨터와 동일한 운영체제(OS)를 탑재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수 있고, 직접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택의 다양성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매장에 진열된 상품 가짓수는 많았지만 선택하는 소비자 처지에서 보면, 사실 그게 그것 같았거든요. 한마디로 지금까지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풍요 속 빈곤’이었습니다.”
그게 그것에서 선택의 다양성 확대
15년째 광화문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는 박모(51) 씨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긴장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단말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국내에도 모토로라나 노키아 등 해외 휴대전화 단말기가 있었지만, 가격이 비싸고 보조금 혜택이 적어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심지어 국내 통신사와 서비스 계약을 맺을 때도 우위에 서지 못했다. 반면 아이폰은 해외에서 검증됐다는 점을 토대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와이파이를 제거하고 국내 시장에 들어오라는 협박에 굴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폰이 도입되자 꿈쩍도 않던 국내 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도 비상상황을 선포하며 대응 마련에 나섰다. 단순한 외국산 휴대전화 단말기의 도입이 아니라, 기존 이동통신시장 구조를 흔들어놓는 생존의 문제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와이파이를 장착한 옴니아2를 선보이며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에는 와이파이를 장착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깼다. SK텔레콤은 애플의 앱스토어에 대항해 T-스토어를 오픈하고 두 달간 데이터 통화료를 완전 무료로 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T옴니아2를 구매하는 고객에겐 평생 무료 멜론 서비스를 제공하며, 아이폰 출시 직전 T옴니아2의 보조금을 확대 적용했다. T옴니아2 일간지 광고에 태극기까지 등장시켜 애국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사활을 건 전쟁을 치른 결과, 경천동지할 시장의 재편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12월 한 달간의 국내 휴대전화 번호이동 건수 총 65만504건을 분석한 결과 SK텔레콤은 27만1890건(41.8%), KT는 22만4824건(34.6%)으로 예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아이폰 출시 직후 한때 KT가 57.4%의 번호이동 점유율을 보였던 것에 비교하면 일단은 SK텔레콤의 대응책이 먹혀들어간 셈이다.
아이폰 사태에도 제조사·통신사 행태는 여전
“아이폰 사태로 KT가 삼성전자로부터 괘씸죄에 걸렸다는 이야기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보조금 혜택도 20만원가량 적고, 광고에도 쇼옴니아만 모델명으로 표시되고 있죠.”
대학생 김형욱(24) 씨는 옴니아2를 구매하고자 애니콜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러나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최근 출시됐다는 쇼옴니아를 찾지 못했다. 한참을 살펴보던 그는 ‘SPH-M8400’이라고 표시된 기기가 쇼옴니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폰과의 1차 대전에서 밀리지 않고 어느 정도 방어선을 지켜서일까. 소비자들을 대하는 통신사와 제조사의 행태는 별반 변한 게 없어 보인다. 오히려 고객을 봉으로 여기는 태도는 더 심해졌다. 직장인 이재훈(33) 씨는 최근 구입한 T옴니아2가 아이폰 출시에 맞춰 20만원가량 가격이 떨어지자 SK텔레콤 고객센터에 항의 글을 올렸다.
“말로는 ‘언짢은 감정 진심으로 이해한다’고 하지만, 자유시장 경쟁체제 원칙만 내세울 뿐 토씨 하나까지 똑같은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고객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SK텔레콤은 1인당 3만6000원씩 요금할인을 제안했다. 이마저도 불만을 제기한 고객에게만 해당할 뿐, 일이 진행되는 동안 고객들은 SK텔레콤으로부터 어떤 공식적인 사과도 받지 못했다. 현재 네이버 카페에서는 이씨를 중심으로 800여 명이 SK텔레콤에 대한 소비자집단분쟁조정 신청을 준비 중이다.
2007년 7월 제1호 첫 소비자 집단분쟁조정이 있은 이래 현재까지 50여 건의 조정 사례가 있었다. 이동통신 관련 집단분쟁조정 신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300여 명의 회원이 관련 서류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했으며, 1월 중순이 되면 집단분쟁조정으로 진행될지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우롱” 집단분쟁 조정 신청
“솔직히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소비자를 우롱하는 통신사에 쓴맛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지요.”(이재훈 씨)
삼성전자 또한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로부터 자사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이용에 차별정책을 펼친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오픈한 삼성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는 국내에 현재 T옴니아2뿐. 이전 모델인 T옴니아1을 포함해 삼성이 그동안 선보인 8종의 다른 기종조차 이용이 불가능하다. 스마트폰 전문 사이트의 한 누리꾼은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구형이든 신형이든 동일한 정책을 적용하는 애플사에 비해, 삼성은 국내 소비자를 이익 착취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아이폰의 출현만으로 기존 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행태가 한순간에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구글의 ‘넥서스 원(Nexus One)’을 비롯해 해외 휴대전화 업체들이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는 구매 행위로 자신들의 의사를 좀더 명확히 전달하게 될 것이다(상자기사 참조).
경쟁이 본격화되면 그동안 폐쇄적이던 국내 이동통신 시장도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다. 억눌렸던 ‘봉’들이 조심스레 역습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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