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엇도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이제 첫돌을 맞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불안하다. 제도 자체가 아직 정리되지 못한 상황이니 더욱 그렇다. 전국 25개 로스쿨 현장 관계자들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앞으로 미완의 제도를 어떻게 완성하고, 현장에서 생긴 문제점들의 해법을 얼마나 잘 찾느냐에 로스쿨의 미래가 달렸다.
25개 로스쿨 원장들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하 협의회)가 활동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협의회는 로스쿨 제도의 현실화를 유도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당국과의 협상창구 노릇을 하고 있다. 현재 협의회는 서울대 법과대학장이자 로스쿨 원장인 김건식 이사장이 이끌고 있다. 11월16일 오후 서울대 법대 학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로스쿨의 지난 1년을 자평한다면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지금도 걱정되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지만, 로스쿨의 미래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우수하고, 또 열심히 한다. 처음엔 학생들이 잘 따라올지 걱정하는 교수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교수들이 더 신나서 열심히 가르친다. 교수와 학생이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것 같다.”
법대 출신이 아닌 경우 법학 기초학습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해 많이 걱정했다. 비(非)법대 출신 합격생을 대상으로 입학 전에 사전 교육을 실시하는 로스쿨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교육을 해본 결과 법대 출신과 비법대 출신 간에 차이가 없진 않지만, 그렇게 큰 격차는 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대부분 로스쿨 원장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공부를 잘하는 그룹에 비법대 출신이 적지 않다. 이 또한 로스쿨의 미래에 긍정적인 신호인 것이 분명하다.”
올해 로스쿨 지원자가 지난해보다 줄었는데.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무엇보다 ‘거품’이 꺼진 측면이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직(轉職)을 시도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로스쿨에선 그런 사람을 많이 받지 않았다. 젊은 사람 중심으로 뽑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올해는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또한 변호사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로스쿨의 매력을 감소시킨 게 아닌가 싶다. 변호사시험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로스쿨에는 굉장히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현재 당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변호사시험이다. 당락을 가르고, 성적도 중요한 지금의 사법시험처럼 치러진다면 정말 큰일이다. 학교수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진다. 변호사시험과 관계없는 과목을 불안해서 누가 듣겠는가. 결국 변호사시험 과목에만 학생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벌써부터 변호사시험을 의식해 신림동 학원에서 강의 테이프를 사서 듣는 학생들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시험용 교육은 학원을 당해낼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교육이 학교를 떠나 수험전문기관으로 넘어갈지 모른다.”
그렇다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몇 %로 잡는 것이 적당하다고 보나.
“시험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의대생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 보는 의사시험 합격률은 97%가 넘는다. 그것에 대해 뭐라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까 의대생들이 평상시 학교수업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이다. 변호사시험도 그래야 한다. 학교수업을 착실히 받으면 거의 다 합격할 수 있게 말이다. 합격 여부만 따질 뿐 성적도 공개해선 안 된다. 시험도 어렵고 성적도 공개하면 특성화교육이나 공익인권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어려워진다. 서울대 로스쿨에서 이 정도로 민감하게 생각하는데, 지방대 로스쿨은 훨씬 부담스러울 것이다.”
로스쿨이 아직 신뢰를 얻지 못해 그런 것 아닌가.
“올해가 사실상 첫해인데 어떻게 두터운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 바로 이게 우리의 현실적 한계다. 우리 국민은 시험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높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시험만능주의 때문이다. 의사시험만 예외다. 만약 의사시험 합격률을 30%로 강화한다면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겠는가. 다들 시험 공부하러 고시원이나 절로 들어갈 텐데.”
변호사시험 시기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법무부는 4~5월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합격자 발표까지는 2~3개월이 더 걸릴 텐데, 그러면 졸업하고 몇 개월을 허송세월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생각에는 시험 시기를 되도록 앞당겼으면 한다. 1월에 시험 보고 2월에 합격 여부가 결정돼 3월부터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의 판·검사 임용시기와 방법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안이다.
“법원이나 검찰, 어느 쪽에서도 견해를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자마자 임용하기는 곤란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일정 기간 연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모두 로스쿨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3년간의 로스쿨 교육으로는 부족하리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로스쿨 2, 3학년 교육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다면 그런 불안감은 사라질 것이다. 그 점에서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교수와 학생 서로 상승효과, 걱정에서 낙관으로”
로스쿨 제도 시행 이전에 결정됐어야 하는 사안들 아닌가.
“당연하다. 모든 것이 다 정해진 다음 시행됐어야 하는데, 순서가 바뀌었다. (정부나 국회 등) 결정 주체들이 게을리한 결과다. 그것 자체가 로스쿨 제도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그러니 학생들도 불안해하는 것이다.”
지방 로스쿨에 ‘반수생’(재학 중 재수생)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지방 로스쿨의 경우 결원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협의회 차원의 대안이 있나.
“반수의 부작용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 내년 초 반수생이 현실화하면 지방 로스쿨 1~2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아직은 뾰족한 대안이 없다. 반수생도 나름의 이유와 목표가 있을 텐데, 협의회 차원에서 반수를 금지한다거나 결의하는 방식을 취할 수는 없지 않겠나. 현실적인 고충이다.”
로스쿨 간 편입은 법적으로 허용돼 있다. 문제는 대학 간에 협의가 쉽지 않다는 것인데, 협의회 차원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겠나.
“서울지역 주요 대학 로스쿨이 편입을 허용하면 지방대학 로스쿨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다들 안다. 현재 로스쿨별로 이런저런 이유로 결원이 생겨나고 있다. 50명 정원인 학교에서 4, 5명이 빠져나가면 재정 문제뿐 아니라 수업운영에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때문에 결원을 편입으로 보충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 상황에서 법적으로도 허용된 편입을 금지하기는 어렵다. 궁여지책으로 협의회에서 내놓은 대안은 결원이 생기면 편입으로 뽑지 않고 다음 해 신입생 정원을 늘리는 방법이다. 그러면 전체 정원을 유지할 수 있다. 교육부는 어느 정도 허용 방침을 정한 듯한데, 법무부는 자연감소라고 생각해서인지 소극적이다.”
로스쿨이 제대로 안착할 것이라고 전망하나.
“우리 사회에서 법률가의 기능이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소송 기능이 전부였지만 요즘은 탤런트 이영애의 결혼발표를 변호사가 하고, 수도이전 결정을 헌법재판소가 한다. 국제적인 교섭도 크게 늘었다. 기존 법학교육으로는 이런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로스쿨의 목표는 우리 사회의 현안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새로운 시대의 법률가를 키워내는 것이다. 그 성공 여부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한 30년은 두고 봐야 하지 않겠나.”
25개 로스쿨 원장들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하 협의회)가 활동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협의회는 로스쿨 제도의 현실화를 유도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당국과의 협상창구 노릇을 하고 있다. 현재 협의회는 서울대 법과대학장이자 로스쿨 원장인 김건식 이사장이 이끌고 있다. 11월16일 오후 서울대 법대 학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로스쿨의 지난 1년을 자평한다면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지금도 걱정되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지만, 로스쿨의 미래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우수하고, 또 열심히 한다. 처음엔 학생들이 잘 따라올지 걱정하는 교수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교수들이 더 신나서 열심히 가르친다. 교수와 학생이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것 같다.”
법대 출신이 아닌 경우 법학 기초학습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해 많이 걱정했다. 비(非)법대 출신 합격생을 대상으로 입학 전에 사전 교육을 실시하는 로스쿨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교육을 해본 결과 법대 출신과 비법대 출신 간에 차이가 없진 않지만, 그렇게 큰 격차는 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대부분 로스쿨 원장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공부를 잘하는 그룹에 비법대 출신이 적지 않다. 이 또한 로스쿨의 미래에 긍정적인 신호인 것이 분명하다.”
올해 로스쿨 지원자가 지난해보다 줄었는데.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무엇보다 ‘거품’이 꺼진 측면이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직(轉職)을 시도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로스쿨에선 그런 사람을 많이 받지 않았다. 젊은 사람 중심으로 뽑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올해는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또한 변호사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로스쿨의 매력을 감소시킨 게 아닌가 싶다. 변호사시험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로스쿨에는 굉장히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현재 당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변호사시험이다. 당락을 가르고, 성적도 중요한 지금의 사법시험처럼 치러진다면 정말 큰일이다. 학교수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진다. 변호사시험과 관계없는 과목을 불안해서 누가 듣겠는가. 결국 변호사시험 과목에만 학생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벌써부터 변호사시험을 의식해 신림동 학원에서 강의 테이프를 사서 듣는 학생들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시험용 교육은 학원을 당해낼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교육이 학교를 떠나 수험전문기관으로 넘어갈지 모른다.”
그렇다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몇 %로 잡는 것이 적당하다고 보나.
“시험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의대생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 보는 의사시험 합격률은 97%가 넘는다. 그것에 대해 뭐라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까 의대생들이 평상시 학교수업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이다. 변호사시험도 그래야 한다. 학교수업을 착실히 받으면 거의 다 합격할 수 있게 말이다. 합격 여부만 따질 뿐 성적도 공개해선 안 된다. 시험도 어렵고 성적도 공개하면 특성화교육이나 공익인권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어려워진다. 서울대 로스쿨에서 이 정도로 민감하게 생각하는데, 지방대 로스쿨은 훨씬 부담스러울 것이다.”
로스쿨이 아직 신뢰를 얻지 못해 그런 것 아닌가.
“올해가 사실상 첫해인데 어떻게 두터운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 바로 이게 우리의 현실적 한계다. 우리 국민은 시험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높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시험만능주의 때문이다. 의사시험만 예외다. 만약 의사시험 합격률을 30%로 강화한다면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겠는가. 다들 시험 공부하러 고시원이나 절로 들어갈 텐데.”
변호사시험 시기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법무부는 4~5월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합격자 발표까지는 2~3개월이 더 걸릴 텐데, 그러면 졸업하고 몇 개월을 허송세월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생각에는 시험 시기를 되도록 앞당겼으면 한다. 1월에 시험 보고 2월에 합격 여부가 결정돼 3월부터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의 판·검사 임용시기와 방법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안이다.
“법원이나 검찰, 어느 쪽에서도 견해를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자마자 임용하기는 곤란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일정 기간 연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모두 로스쿨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3년간의 로스쿨 교육으로는 부족하리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로스쿨 2, 3학년 교육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다면 그런 불안감은 사라질 것이다. 그 점에서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교수와 학생 서로 상승효과, 걱정에서 낙관으로”
로스쿨 제도 시행 이전에 결정됐어야 하는 사안들 아닌가.
“당연하다. 모든 것이 다 정해진 다음 시행됐어야 하는데, 순서가 바뀌었다. (정부나 국회 등) 결정 주체들이 게을리한 결과다. 그것 자체가 로스쿨 제도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그러니 학생들도 불안해하는 것이다.”
지방 로스쿨에 ‘반수생’(재학 중 재수생)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지방 로스쿨의 경우 결원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협의회 차원의 대안이 있나.
“반수의 부작용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 내년 초 반수생이 현실화하면 지방 로스쿨 1~2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아직은 뾰족한 대안이 없다. 반수생도 나름의 이유와 목표가 있을 텐데, 협의회 차원에서 반수를 금지한다거나 결의하는 방식을 취할 수는 없지 않겠나. 현실적인 고충이다.”
로스쿨 간 편입은 법적으로 허용돼 있다. 문제는 대학 간에 협의가 쉽지 않다는 것인데, 협의회 차원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겠나.
“서울지역 주요 대학 로스쿨이 편입을 허용하면 지방대학 로스쿨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다들 안다. 현재 로스쿨별로 이런저런 이유로 결원이 생겨나고 있다. 50명 정원인 학교에서 4, 5명이 빠져나가면 재정 문제뿐 아니라 수업운영에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때문에 결원을 편입으로 보충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 상황에서 법적으로도 허용된 편입을 금지하기는 어렵다. 궁여지책으로 협의회에서 내놓은 대안은 결원이 생기면 편입으로 뽑지 않고 다음 해 신입생 정원을 늘리는 방법이다. 그러면 전체 정원을 유지할 수 있다. 교육부는 어느 정도 허용 방침을 정한 듯한데, 법무부는 자연감소라고 생각해서인지 소극적이다.”
로스쿨이 제대로 안착할 것이라고 전망하나.
“우리 사회에서 법률가의 기능이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소송 기능이 전부였지만 요즘은 탤런트 이영애의 결혼발표를 변호사가 하고, 수도이전 결정을 헌법재판소가 한다. 국제적인 교섭도 크게 늘었다. 기존 법학교육으로는 이런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로스쿨의 목표는 우리 사회의 현안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새로운 시대의 법률가를 키워내는 것이다. 그 성공 여부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한 30년은 두고 봐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