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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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가스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10-14 1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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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국정감사 기간이 돌아왔습니다. 예년만한 ‘대형 건수’가 없다는 푸념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수차례 지적됐던 문제들이 올해 국감에도 어김없이 나타났습니다. 정부의 졸속 예산낭비,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인한 손실, 나눠먹기 인사 등은 여전합니다.

    자신들이 입은 손해를 국민에게 돌리는 뻔뻔한 행태도 재연됐습니다. 한국가스공사가 대표적입니다. 한국가스공사는 외국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는데, 연간 도입한 총 물량과 생산·판매한 물량이 일치하질 않습니다. 민주당 주승용 의원이 이번 국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총 투입물량이 296억8300만㎥인데 생산·판매물량은 295억4300만㎥입니다. 0.47%인 1억4000만㎥가 사라진 것입니다.

    2007년에는 총 투입물량의 0.51%인 1억6300만㎥가 사라졌고, 2008년도에도 총 투입물량의 0.21%인 7000만㎥가 ‘행방불명’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한국가스공사는 ‘자연증발’ 또는 ‘계측오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명합니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단지 ‘미확인 물량’으로 표시하고 있다는 겁니다.

    천연가스가 ‘자연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한국가스공사에선 2006년 620억원, 2007년 730억원, 2008년 493억원의 손실금이 생겼습니다. 문제는 이런 손해를 소비자들에 전가한다는 점입니다. 자연감소로 인한 손실금액은 천연가스의 공급 도중에 발생하는 현상이므로 공급비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한국가스공사의 논리입니다. 그래서 손실금액이 고스란히 가스요금에 반영되는 겁니다.

    소비자의 처지에선 쓰기는커녕 보지도 못한 가스요금을 부당하게 부담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공급 도중에 생기는 손실이라지만 자연적으로 사라졌고, 사라진 책임은 어쨌든 공급자에게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비자에게 그 손실을 전가한 데는 한국가스공사의 부실한 재무구조가 한몫했습니다. 2008년 말 현재 가스공사 부채비율은 438%. 민간기업이었으면 도산을 해도 몇 번은 했을 수준입니다.



    그 많은 가스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무리한 개발, 원가상승분의 가격반영 실패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2008년에는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조8300억원에 이르는 채권을 발행했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열악합니다. 요금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책임을 떠넘기려는 얄팍한 방법보다는 왜 자연감소가 발생하는지 원인을 찾아내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당연한 정답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부채비율을 줄이려는 노력이 뒤따라야지 뻔뻔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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