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9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 양천문화센터 주차장은 이미 만차 상태였다. 오전 11시 서울시내 한 특수목적고등학교(이하 특목고) 입시학원이 주최하는 ‘특목고 입시전략 설명회’에 학부모들이 몰려서다.
설명회는 10분 정도 늦게 시작됐다. 1, 2층 총 760여 석의 양천문화센터 대극장에 “드문드문 자리가 비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자리는 가득 찼다.
“이 정도면 별로 안 온 거예요. 일요일이라 교회나 성당에 간 분들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평일에는 통로 계단까지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가득 차요.”
설명회가 시작되자 열변을 토하는 강사의 마이크 목소리 사이로 적막이 흐른다. 학부모들은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집중 또 집중하면서 뭔가를 열심히 적는다. 한쪽 귀퉁이에서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잠시 실랑이를 벌인다.
“(짜증스러운 듯) 이런 걸 뭐 하려고 들어? 애 성적도 안 되는데….”(남편)
“(얼굴이 붉어지면서) 그래도 들어야 뭐라도 도움이 될 것 아냐! 듣기 싫으면 먼저 가든가!”(아내)
마주보는 부부의 눈에서 잠시 불꽃이 튀는가 싶더니 결국 남편이 포기한 듯 의자에 몸을 묻는다. 대극장 2층 입구의 기다란 의자에 앉은 엄마가 아들에게 뭐라고 열심히 얘기하고 있다. 이내 답답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먼 산을 바라본다. 신대방동에 사는 40대 주부 김모 씨는 아들(대방중 2)이 특목고에 진학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하지만 아들은 일반고에 가고 싶어한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이 너무 답답하다.
“특목고에 들어가는 상위 1~2%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솔직히 실감이 잘 안 나요. 내 아이와는 다른 뭔가 특별한 아이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일반고에서는 수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데…. 교육환경이 정말 엉망이라잖아요. 그런 곳에 어떤 부모가 아이를 보내고 싶겠어요. 뭔가 방법을 찾으려고 왔는데, 아이가 아직 뭘 몰라서 말을 듣지 않네요.”(어머니)
답답하기는 아들도 마찬가지. “(불만 가득한 얼굴로) 특목고는 왠지 버거울 것 같아요. 공부도 부담스럽고, 대학에 들어갈 때 내신성적을 생각하면….”
결국 아들은 이날 엄마 손에 이끌려 특목고 입시학원 입학 테스트를 봤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자기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려고 안달하는 이유가 있다. 졸업생의 70% 이상이 명문대에 진학하고 사법시험, 외무고시, 행정고시 등 각종 국가자격시험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로, 지난해 12월 외무공무원으로 임용된 외무고시 합격자 31명 가운데 특목고 출신이 17명이나 된다. 한마디로 특목고 전성시대가 열린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형서점마다 ‘특목고’를 판매 전략으로 삼은 책들이 넘쳐난다. ‘초등학교 때 시작하는 특목고 입시전략’ ‘누가 뭐래도 우리는 민사고 특목고 간다’ ‘특목고 준비를 위한 초등학습만화 세트’ ‘국제중 특목고 꼭 알아두어야 할 몇 가지’ ‘초등학생을 위한 똑똑한 특목고 공부법’ ‘최고의 입시전문가들이 공개하는 新특목고 합격의 비밀’ ‘특목고 명문대 보낸 엄마들의 자녀교육’….
타임교육 하이스트 특목연구소 하장범 소장은 “이제는 초·중등 학생들을 특목고 준비 학생이냐, 아니냐로 구분 짓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그는 “특목고 출신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파워를 지니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과거의 명문고처럼 거대권력 집단화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특목고가 이머징(떠오르는) 파워로 집단화해가는 점은 맞지만 과거 명문고와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100% 사교육에 의존한 학생들이 모인 사실상 ‘귀족학교’인 특목고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으리라는 얘기다.
임 이사는 “특목고 중에서도 과학고는 영재교육기관으로 육성하고, 외국어고는 입학전형에서 영어시험을 없애는 동시에 해외에 나갈 수 없는 학생에게 실질적인 외국어교육 기회를 부여하는 기관으로 전환돼야 설립 취지에 합당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미 거대권력이 돼버린 특목고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설명회는 10분 정도 늦게 시작됐다. 1, 2층 총 760여 석의 양천문화센터 대극장에 “드문드문 자리가 비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자리는 가득 찼다.
“이 정도면 별로 안 온 거예요. 일요일이라 교회나 성당에 간 분들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평일에는 통로 계단까지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가득 차요.”
설명회가 시작되자 열변을 토하는 강사의 마이크 목소리 사이로 적막이 흐른다. 학부모들은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집중 또 집중하면서 뭔가를 열심히 적는다. 한쪽 귀퉁이에서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잠시 실랑이를 벌인다.
“(짜증스러운 듯) 이런 걸 뭐 하려고 들어? 애 성적도 안 되는데….”(남편)
“(얼굴이 붉어지면서) 그래도 들어야 뭐라도 도움이 될 것 아냐! 듣기 싫으면 먼저 가든가!”(아내)
마주보는 부부의 눈에서 잠시 불꽃이 튀는가 싶더니 결국 남편이 포기한 듯 의자에 몸을 묻는다. 대극장 2층 입구의 기다란 의자에 앉은 엄마가 아들에게 뭐라고 열심히 얘기하고 있다. 이내 답답한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먼 산을 바라본다. 신대방동에 사는 40대 주부 김모 씨는 아들(대방중 2)이 특목고에 진학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하지만 아들은 일반고에 가고 싶어한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이 너무 답답하다.
“특목고에 들어가는 상위 1~2%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솔직히 실감이 잘 안 나요. 내 아이와는 다른 뭔가 특별한 아이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일반고에서는 수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데…. 교육환경이 정말 엉망이라잖아요. 그런 곳에 어떤 부모가 아이를 보내고 싶겠어요. 뭔가 방법을 찾으려고 왔는데, 아이가 아직 뭘 몰라서 말을 듣지 않네요.”(어머니)
답답하기는 아들도 마찬가지. “(불만 가득한 얼굴로) 특목고는 왠지 버거울 것 같아요. 공부도 부담스럽고, 대학에 들어갈 때 내신성적을 생각하면….”
결국 아들은 이날 엄마 손에 이끌려 특목고 입시학원 입학 테스트를 봤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자기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려고 안달하는 이유가 있다. 졸업생의 70% 이상이 명문대에 진학하고 사법시험, 외무고시, 행정고시 등 각종 국가자격시험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로, 지난해 12월 외무공무원으로 임용된 외무고시 합격자 31명 가운데 특목고 출신이 17명이나 된다. 한마디로 특목고 전성시대가 열린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형서점마다 ‘특목고’를 판매 전략으로 삼은 책들이 넘쳐난다. ‘초등학교 때 시작하는 특목고 입시전략’ ‘누가 뭐래도 우리는 민사고 특목고 간다’ ‘특목고 준비를 위한 초등학습만화 세트’ ‘국제중 특목고 꼭 알아두어야 할 몇 가지’ ‘초등학생을 위한 똑똑한 특목고 공부법’ ‘최고의 입시전문가들이 공개하는 新특목고 합격의 비밀’ ‘특목고 명문대 보낸 엄마들의 자녀교육’….
타임교육 하이스트 특목연구소 하장범 소장은 “이제는 초·중등 학생들을 특목고 준비 학생이냐, 아니냐로 구분 짓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그는 “특목고 출신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파워를 지니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과거의 명문고처럼 거대권력 집단화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특목고가 이머징(떠오르는) 파워로 집단화해가는 점은 맞지만 과거 명문고와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100% 사교육에 의존한 학생들이 모인 사실상 ‘귀족학교’인 특목고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으리라는 얘기다.
임 이사는 “특목고 중에서도 과학고는 영재교육기관으로 육성하고, 외국어고는 입학전형에서 영어시험을 없애는 동시에 해외에 나갈 수 없는 학생에게 실질적인 외국어교육 기회를 부여하는 기관으로 전환돼야 설립 취지에 합당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미 거대권력이 돼버린 특목고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