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과학기술혁신과정 오종남(57) 주임교수는 얼마 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일본학과에 편입학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일본 와세다대학 경제학과 주임교수로 재직하며 일본어로 강의를 하기도 한 그가 일본학과에 입학한 이유는 일본에 대해 좀더 알기 위해서. 그는 “일본인의 문화와 생활을 배우면 그들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을 테고, 그걸 바탕으로 좀더 품격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으리라는 점에 끌렸다”고 밝혔다.
오 교수가 방송대와 인연을 맺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03년 방송대 영어영문학과에 편입해 졸업한 바 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남부감리교대학(Southern Methodist University)에서 경제학 석사, 경영학 석사,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워싱턴의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사로 재직한 그가 영문과에 편입한 이유는 “영문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서”. 오 교수는 방송대 수업을 통해 영어와는 또 다른 ‘영문학’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고, ‘방송대의 힘과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대한민국 1% 45만여 명 졸업생 배출
2009년 방송대 신·편입생 중에는 오 교수 같은 이색 경력의 소유자가 적지 않다. 철도공사 사장을 지낸 이철 전 국회의원은 경제학과 3학년생으로, 김용태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김종술 전남대 명예교수는 각각 경제학과와 중어중문학과 3학년생으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배우 심은하·지상욱 부부가 문화교양학과와 법학과에 나란히 입학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체 신·편입생 가운데 14.5%에 이르는 1만5671명이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 방송대 김보원 기획처장은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자기개발에 대한 열망도 커지면서 방송대의 위상이 변화하고 있다. 방송대를 통해 학사학위를 받으려는 사람 못지않게 이곳을 평생교육의 장으로 삼으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방송대 진학을 통해 이루지 못했던 공부에 대한 꿈을 실현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시인 박미산(55)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가 1997년 방송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한 인물. 박씨는 방송대 졸업 뒤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박사논문을 준비하며 방송대 강사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돼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도 하고 있다.
1972년 서울대 부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로 출범한 방송대의 총 졸업생은 현재까지 45만여 명. 우리 인구의 1%에 달한다. 지금도 4개 단과대학, 22개 학과에 18만여 명이 재학 중이다. 그중 약 80%는 직장인, 나머지 대부분은 주부다. 이들이 직장 및 가정생활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방송대의 원격 고등교육 시스템 덕분이다. 모두 639개 과목이 개설돼 있는데 각각의 강의는 인터넷 온라인, IPTV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학생들에게 제공된다. 최근에는 휴대전화로 강의를 전송받아 수강할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서울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보건교사로 근무하는 이혜진(31) 씨는 지방 전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병원에 근무하던 중 진급에 필요한 4년제 학사학위를 받기 위해 방송대 간호학과에 편입했다가 교사가 됐다. 4년간 병원생활 틈틈이 멀티미디어 기기를 활용해 강의를 들은 덕분에 2005년 방송대 졸업과 동시에 임용고사에 합격한 것. 같은 해 방송대 유아교육과에 재입학한 이씨는 “직장인도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송대 시스템 덕분에 선생님이 됐다”며 “간호학과가 이과계통이다 보니 교사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과 교육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것 같아 유아교육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간호대학원에 들어가 전문성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엄격한 학사관리로 ‘명문대’ 반열
방송대에는 이씨처럼 학과를 바꿔가며 여러 번 입학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2009년 청소년교육과에 편입학한 이덕만(67) 씨가 현재 갖고 있는 방송대 학위는 모두 10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같은 학교에 다시 입학하는 이유에 대해 방송대 대외협력과 서보윤 연구원은 “학비가 저렴하고,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방송대 교재는 방송대 교수 및 명문대 교수들이 공동으로 집필해 내용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학비도 인문계열 기준 학기당 35만700원으로 사이버대학의 5분의 1, 일반 대학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2007학년도부터는 생활보호대상자가 신·편입할 경우 첫 학기 등록금을 면제해주고 있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높이기 위한 튜터 제도와 멘토링 제도 등도 운영 중이다. 튜터는 일종의 개별 지도교사로, 졸업생과 대학원생 등이 튜터가 되어 학생들의 연구, 수강계획, 학교생활 등 전반에 대해 상담과 지도를 해준다. 멘토링 제도는 신·편입생들이 성공적으로 대학생활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학습 지원 서비스. 선배들로 구성된 멘토는 △대학생활 안내 △학교생활의 고민상담 및 조언 △전공별 진로상담 △인간적 유대감 형성 등 상담자 및 조언자 구실을 한다.
방송대에는 각종 동아리도 활성화돼 있다. 봉사 동아리에서부터 음악, 영화, 사진 등의 취미 동아리와 회화, 문예창작 같은 동아리까지 전국적으로 300개가 넘는다. 학생 자치활동의 하나인 학과별 학습 동아리도 1000개 정도 있는데, 방송대 홈페이지(www.knou.ac.kr)에 들어가면 다양한 학습 동아리를 볼 수 있다. 서 연구원은 “오프라인 학습 동아리는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해야 하는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학교에서는 학기당 사흘씩 지역 대학에 출석해 오프라인 강의를 듣게 하는 출석수업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이 대학생활을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대는 엄격한 학사관리로도 유명하다. 입학은 쉽지만 졸업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정규 연한인 4년 안에 졸업하는 비율이 16.7%에 그칠 정도. 재학 연한과 무관한 누계 졸업비율도 27%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김 기획처장은 “엄격한 학사관리는 1972년 방송대 설립 당시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라며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는 학사관리는 사회에서 방송대가 ‘명문대’로 인정받게 된 비결”이라고 밝혔다.
오 교수가 방송대와 인연을 맺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03년 방송대 영어영문학과에 편입해 졸업한 바 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남부감리교대학(Southern Methodist University)에서 경제학 석사, 경영학 석사,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워싱턴의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사로 재직한 그가 영문과에 편입한 이유는 “영문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서”. 오 교수는 방송대 수업을 통해 영어와는 또 다른 ‘영문학’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고, ‘방송대의 힘과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대한민국 1% 45만여 명 졸업생 배출
2009년 방송대 신·편입생 중에는 오 교수 같은 이색 경력의 소유자가 적지 않다. 철도공사 사장을 지낸 이철 전 국회의원은 경제학과 3학년생으로, 김용태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김종술 전남대 명예교수는 각각 경제학과와 중어중문학과 3학년생으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배우 심은하·지상욱 부부가 문화교양학과와 법학과에 나란히 입학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체 신·편입생 가운데 14.5%에 이르는 1만5671명이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 방송대 김보원 기획처장은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자기개발에 대한 열망도 커지면서 방송대의 위상이 변화하고 있다. 방송대를 통해 학사학위를 받으려는 사람 못지않게 이곳을 평생교육의 장으로 삼으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방송대 진학을 통해 이루지 못했던 공부에 대한 꿈을 실현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시인 박미산(55)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가 1997년 방송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한 인물. 박씨는 방송대 졸업 뒤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박사논문을 준비하며 방송대 강사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돼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도 하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컴퓨터, IPTV, 휴대전화 등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를 이용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원격 고등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서울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보건교사로 근무하는 이혜진(31) 씨는 지방 전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병원에 근무하던 중 진급에 필요한 4년제 학사학위를 받기 위해 방송대 간호학과에 편입했다가 교사가 됐다. 4년간 병원생활 틈틈이 멀티미디어 기기를 활용해 강의를 들은 덕분에 2005년 방송대 졸업과 동시에 임용고사에 합격한 것. 같은 해 방송대 유아교육과에 재입학한 이씨는 “직장인도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송대 시스템 덕분에 선생님이 됐다”며 “간호학과가 이과계통이다 보니 교사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과 교육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것 같아 유아교육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간호대학원에 들어가 전문성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엄격한 학사관리로 ‘명문대’ 반열
방송대에는 이씨처럼 학과를 바꿔가며 여러 번 입학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2009년 청소년교육과에 편입학한 이덕만(67) 씨가 현재 갖고 있는 방송대 학위는 모두 10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같은 학교에 다시 입학하는 이유에 대해 방송대 대외협력과 서보윤 연구원은 “학비가 저렴하고,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방송대 교재는 방송대 교수 및 명문대 교수들이 공동으로 집필해 내용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학비도 인문계열 기준 학기당 35만700원으로 사이버대학의 5분의 1, 일반 대학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2007학년도부터는 생활보호대상자가 신·편입할 경우 첫 학기 등록금을 면제해주고 있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높이기 위한 튜터 제도와 멘토링 제도 등도 운영 중이다. 튜터는 일종의 개별 지도교사로, 졸업생과 대학원생 등이 튜터가 되어 학생들의 연구, 수강계획, 학교생활 등 전반에 대해 상담과 지도를 해준다. 멘토링 제도는 신·편입생들이 성공적으로 대학생활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학습 지원 서비스. 선배들로 구성된 멘토는 △대학생활 안내 △학교생활의 고민상담 및 조언 △전공별 진로상담 △인간적 유대감 형성 등 상담자 및 조언자 구실을 한다.
방송대에는 각종 동아리도 활성화돼 있다. 봉사 동아리에서부터 음악, 영화, 사진 등의 취미 동아리와 회화, 문예창작 같은 동아리까지 전국적으로 300개가 넘는다. 학생 자치활동의 하나인 학과별 학습 동아리도 1000개 정도 있는데, 방송대 홈페이지(www.knou.ac.kr)에 들어가면 다양한 학습 동아리를 볼 수 있다. 서 연구원은 “오프라인 학습 동아리는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해야 하는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학교에서는 학기당 사흘씩 지역 대학에 출석해 오프라인 강의를 듣게 하는 출석수업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이 대학생활을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대는 엄격한 학사관리로도 유명하다. 입학은 쉽지만 졸업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정규 연한인 4년 안에 졸업하는 비율이 16.7%에 그칠 정도. 재학 연한과 무관한 누계 졸업비율도 27%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김 기획처장은 “엄격한 학사관리는 1972년 방송대 설립 당시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라며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는 학사관리는 사회에서 방송대가 ‘명문대’로 인정받게 된 비결”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