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7

..

“자장면 한 그릇엔 한·중 근현대 교류사 잘 버무려져 있지요”

  • 금동근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gold@donga.com

    입력2009-03-12 14: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자장면 한 그릇엔 한·중 근현대 교류사 잘 버무려져 있지요”
    “외식문화의 대표적 메뉴인 자장면은 한국 근현대 생활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데도 학술적으로 자장면을 다룬 저술은 거의 없습니다. 자장면의 위상을 생각하면 직무유기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한양대에서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가르치는 양세욱(37) 연구교수는 그런 생각에서 최근 자장면을 소재로 한 ‘짜장면뎐(傳)’(프로네시스)을 펴냈다. 그는 저술을 위해 한국과 중국의 중국음식점을 100군데 넘게 찾아다니며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다. 거기에 한국의 근현대사, 한-중 근현대 교류사를 버무려 자장면의 성공 원인을 분석했다.

    양 교수는 먼저 1950년대 이후 도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외식문화가 생겨났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별미이면서 가격도 싼 중국음식은 그 시절 가장 적당한 외식거리였다”고 말한다. 1960년대 이후 불어닥친 산업화도 하나의 원인이다.

    “모든 것을 빨리빨리 해야 하던 시절, 3분 만에 만들고 3분 만에 먹을 수 있는 자장면은 안성맞춤의 먹을거리였습니다.”

    책에는 한국에 정착한 화교들의 역사도 담겨 있다. 중국과 무역업을 하던 화교들이 1949년 중국 공산화로 교역이 단절되자 대거 음식점 영업으로 전환하면서 중국식당이 늘었다는 것. 그는 “화교들은 포목점 가위인 전도(剪刀), 이발소 면도용 칼인 체도(剃刀), 음식점 조리용 칼인 채도(菜刀)를 갖고 왔다고 하는데, 이 가운데 채도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자장면은 이제 성공 신화를 뒤로하고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패스트푸드 업체가 잇따라 생기면서 대체 외식 품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자장면입니다. 그 주인공을 뒤쫓다 보니 한국의 생활문화사, 한-중 교류사 같은 얘기들이 담겼습니다. 잘 비벼진 자장면이 맛있듯, 그 얘기들을 자연스럽게 버무리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