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허리띠 같은 것은 챙기지 않는 게 좋겠다. 적당히 먹겠다고 다짐해도 눈이 번쩍 뜨이는 홋카이도의 맛에 번번이 무너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아예 다이어트 같은 것은 잠시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홋카이도의 황홀한 맛에 푹 빠져보자.
라멘과 게, 스시와 해물밥, 초콜릿과 맥주, 우유와 치즈 그리고 칭기즈칸은 홋카이도를 특별하게 해주는 대표 먹을거리. 이 중에서도 전통 있는 삿포로 라멘과 싱싱한 게, 사랑스러운 맛의 초콜릿은 여행자들을 홋카이도에 열광하게 만든다. 비단 외국 여행자뿐만이 아니다. 일본 전역에서 게를 먹기 위해 홋카이도로 몰려든다. 삿포로 라멘과 게는 각종 드라마나 영화뿐 아니라 맛과 관련된 일본 프로그램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지난해 국내 드라마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던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도 남자주인공 치아키가 삿포로에 와서 노다메가 좋아하는 게를 사는 장면이 나온다.
삿포로 사람들의 자부심도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삿포로 맥주 중에서도 홋카이도에서만 파는 한정판 맥주가 있다. 그뿐인가, 사케에도 푸딩에도 ‘꼭 여기에서 먹어봐야 해’라고 하는 것처럼 홋카이도에서만 판다는 ‘홋카이도 한정’이라는 리본이 붙어 있다. 그러고 보니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만난 일본 여행자 료타도 삿포로가 고향이라며, 밤늦도록 삿포로의 맛있는 것 자랑에 열을 올리던 생각이 난다.
아주 특별한 먹을거리 일본 사람들도 열광
자, 이제는 홋카이도의 맛을 탐닉할 시간. 싱싱한 게부터 시작해보자. 홋카이도에 가서 딱 한 가지만 먹겠다고 한다면 게 요리를 추천하고 싶다. 홋카이도 부근의 바다에서는 털게와 무당게 등 신선한 게가 많이 잡히기에 홋카이도의 게는 남다른 맛을 자랑한다. 맛도 맛이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만든 재미있는 게 요리를 경험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게를 그대로 삶아 먹는 방법 외에도 튀김이나 살 바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회로 담백하게 즐기기도 한다. 또 갖은 채소를 넣어 샤브샤브로 살짝 익혀 먹거나 고소한 버터를 구석구석 입혀 맛을 내기도 한다. 게와 채소를 함께 끓인 샤브샤브 국물에 게를 넣어 끓인 게죽은 다소 껄끄러운 이름과는 달리 게살의 맛이 진하게 배어 아주 맛깔스럽다.
삿포로의 대표적인 게 요리 전문점으로는 ‘카니본가’나 ‘카니쇼군’이 꼽힌다. 삿포로에만 해도 몇 개의 체인점이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게 요리 전문점에서는 코스로 이어지는 다양한 게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코스 요리의 가격은 5250엔부터 시작해 1만엔이 넘는 것까지 여러 종류. 요새 같은 엔고 시대에는 다소 부담스런 가격이라, 이럴 때는 점심시간에 맛볼 수 있는 런치세트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원 없이 게를 먹어보고 싶다면 뷔페식으로 즐길 수 있는 다베호다이 스타일의 에비카니갓센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곳에서는 게와 새우를 90분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홋카이도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곳으로 손꼽힌다.
게와 함께 놓쳐서는 안 되는 홋카이도의 먹을거리 라멘. 라멘은 크게 재료에 따라 미소(된장)와 시오(소금), 츠유(간장) 라멘으로 나뉘는데, 삿포로의 미소라멘은 기타의 츠유라멘, 하카다의 돈고츠라멘과 함께 일본의 3대 라면 중 하나로 꼽힌다.
삿포로 라멘의 역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60년이 흐르는 동안 삿포로에 문을 연 라멘집만 1000개가 넘는다. 삿포로의 미소라멘은 된장을 기본으로 한 국물에 약간 짜고 매운 맛이 특징이지만, 수많은 라멘집이 각각의 노하우를 담은 라멘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라멘을 먹어야 할까. 삿포로에서 라멘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라멘 공화국’이고 또 하나는 ‘라멘 요코초’다. 라멘 공화국은 백화점 꼭대기에 있는 식당가처럼 생겼고 라멘 요코초는 라멘 가게가 많은 골목을 말한다.
라멘 공화국 입구에 들어서면 반짝거리는 빨간 등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길을 따라 들어가면 자기네 라멘이 최고라며 호객행위를 하는 ‘훈남’들이 눈에 들어온다. 라멘 공화국에는 홋카이도 4대 라면이라 불리는 삿포로, 아사히카와, 하코다테, 구시로에서 날고 긴다는 8개 유명 가게가 들어와 있어 라멘 테마파크라 해도 손색이 없다. 8개의 가게가 공유하는 라멘 공화국 내부는 1950년대 삿포로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라멘 요코초는 삿포로 최대 번화가인 스스키노 안쪽에 자리하는데, 눈만 뜨고 있다면 누구나 이곳에서 유명한 라멘집을 찾을 수 있다. 언제 가더라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줄은 한결같다. 특히 인기 절정인 라멘 가게 게야키에서 라멘을 맛보려면 적지 않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게야키 라멘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면발. 탱글탱글한 라멘 면발이 입 안을 놀이터로 만들었다. 여기에 삿포로 클래식 한잔을 곁들이니 세상이 한층 아름다워 보인다. 언제 투덜대며 줄을 서서 기다렸던가 싶다. ‘여행이란 바로 이래서 하는 것’이라는 행복감이 라멘 국물 속에서 헤엄을 치는 듯했다.
또 다른 초콜릿 세상, 르 타오
‘홋카이도에서 웬 초콜릿?’ 하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지만, 홋카이도에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엄지손가락을 들게 할 수 있을 만큼 맛있는 초콜릿이 있다. 바로 ‘르 타오’의 초콜릿. 르 타오의 초콜릿 한 조각을 먹어본 뒤, 나에게 오타루는 더 이상 ‘러브레터’의 도시가 아니었다. 르 타오 초콜릿의 맛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오타루가 인기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주인공 료타의 고향임에도 오타루의 지배적 맛에 대한 이미지는 ‘스시’가 아닌 ‘초콜릿’이 될 정도로 르 타오 초콜릿은 강력했다.
1년에 초콜릿을 몇 번 먹는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초콜릿과 친하지 않은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니, 초콜릿 애호가들이 르 타오에 간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초콜릿뿐만 아니라 치즈 케이크와 카망베르 치즈 아이스크림도 꼭 먹어봐야 한다. 르 타오의 놀라운 파티셰들이 만들어놓은 예술 같은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장에서 막 가져와 어느 곳에서보다 생생한 맥주 맛을 볼 수 있는 삿포로 비루엔, 비옥한 대지가 만들어내는 감자 요리와 건강한 소들이 만들어내는 각종 유제품…. 사랑스러운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홋카이도는 빠지면 빠질수록 헤어나오기 힘든 여행지다.
라멘과 게, 스시와 해물밥, 초콜릿과 맥주, 우유와 치즈 그리고 칭기즈칸은 홋카이도를 특별하게 해주는 대표 먹을거리. 이 중에서도 전통 있는 삿포로 라멘과 싱싱한 게, 사랑스러운 맛의 초콜릿은 여행자들을 홋카이도에 열광하게 만든다. 비단 외국 여행자뿐만이 아니다. 일본 전역에서 게를 먹기 위해 홋카이도로 몰려든다. 삿포로 라멘과 게는 각종 드라마나 영화뿐 아니라 맛과 관련된 일본 프로그램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지난해 국내 드라마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던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도 남자주인공 치아키가 삿포로에 와서 노다메가 좋아하는 게를 사는 장면이 나온다.
삿포로 사람들의 자부심도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삿포로 맥주 중에서도 홋카이도에서만 파는 한정판 맥주가 있다. 그뿐인가, 사케에도 푸딩에도 ‘꼭 여기에서 먹어봐야 해’라고 하는 것처럼 홋카이도에서만 판다는 ‘홋카이도 한정’이라는 리본이 붙어 있다. 그러고 보니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만난 일본 여행자 료타도 삿포로가 고향이라며, 밤늦도록 삿포로의 맛있는 것 자랑에 열을 올리던 생각이 난다.
아주 특별한 먹을거리 일본 사람들도 열광
자, 이제는 홋카이도의 맛을 탐닉할 시간. 싱싱한 게부터 시작해보자. 홋카이도에 가서 딱 한 가지만 먹겠다고 한다면 게 요리를 추천하고 싶다. 홋카이도 부근의 바다에서는 털게와 무당게 등 신선한 게가 많이 잡히기에 홋카이도의 게는 남다른 맛을 자랑한다. 맛도 맛이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만든 재미있는 게 요리를 경험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게를 그대로 삶아 먹는 방법 외에도 튀김이나 살 바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회로 담백하게 즐기기도 한다. 또 갖은 채소를 넣어 샤브샤브로 살짝 익혀 먹거나 고소한 버터를 구석구석 입혀 맛을 내기도 한다. 게와 채소를 함께 끓인 샤브샤브 국물에 게를 넣어 끓인 게죽은 다소 껄끄러운 이름과는 달리 게살의 맛이 진하게 배어 아주 맛깔스럽다.
삿포로의 대표적인 게 요리 전문점으로는 ‘카니본가’나 ‘카니쇼군’이 꼽힌다. 삿포로에만 해도 몇 개의 체인점이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게 요리 전문점에서는 코스로 이어지는 다양한 게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코스 요리의 가격은 5250엔부터 시작해 1만엔이 넘는 것까지 여러 종류. 요새 같은 엔고 시대에는 다소 부담스런 가격이라, 이럴 때는 점심시간에 맛볼 수 있는 런치세트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원 없이 게를 먹어보고 싶다면 뷔페식으로 즐길 수 있는 다베호다이 스타일의 에비카니갓센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곳에서는 게와 새우를 90분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홋카이도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곳으로 손꼽힌다.
게와 함께 놓쳐서는 안 되는 홋카이도의 먹을거리 라멘. 라멘은 크게 재료에 따라 미소(된장)와 시오(소금), 츠유(간장) 라멘으로 나뉘는데, 삿포로의 미소라멘은 기타의 츠유라멘, 하카다의 돈고츠라멘과 함께 일본의 3대 라면 중 하나로 꼽힌다.
삿포로 라멘의 역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60년이 흐르는 동안 삿포로에 문을 연 라멘집만 1000개가 넘는다. 삿포로의 미소라멘은 된장을 기본으로 한 국물에 약간 짜고 매운 맛이 특징이지만, 수많은 라멘집이 각각의 노하우를 담은 라멘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라멘을 먹어야 할까. 삿포로에서 라멘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라멘 공화국’이고 또 하나는 ‘라멘 요코초’다. 라멘 공화국은 백화점 꼭대기에 있는 식당가처럼 생겼고 라멘 요코초는 라멘 가게가 많은 골목을 말한다.
라멘 공화국 입구에 들어서면 반짝거리는 빨간 등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길을 따라 들어가면 자기네 라멘이 최고라며 호객행위를 하는 ‘훈남’들이 눈에 들어온다. 라멘 공화국에는 홋카이도 4대 라면이라 불리는 삿포로, 아사히카와, 하코다테, 구시로에서 날고 긴다는 8개 유명 가게가 들어와 있어 라멘 테마파크라 해도 손색이 없다. 8개의 가게가 공유하는 라멘 공화국 내부는 1950년대 삿포로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라멘 요코초는 삿포로 최대 번화가인 스스키노 안쪽에 자리하는데, 눈만 뜨고 있다면 누구나 이곳에서 유명한 라멘집을 찾을 수 있다. 언제 가더라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줄은 한결같다. 특히 인기 절정인 라멘 가게 게야키에서 라멘을 맛보려면 적지 않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게야키 라멘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면발. 탱글탱글한 라멘 면발이 입 안을 놀이터로 만들었다. 여기에 삿포로 클래식 한잔을 곁들이니 세상이 한층 아름다워 보인다. 언제 투덜대며 줄을 서서 기다렸던가 싶다. ‘여행이란 바로 이래서 하는 것’이라는 행복감이 라멘 국물 속에서 헤엄을 치는 듯했다.
1 삿포로의 명물 게 요리. 2 게야키의 대표 메뉴 미소라멘. 3 세계적인 초콜릿 가게 ‘르 타오’. 4 ‘르 타오’의 초콜릿.
‘홋카이도에서 웬 초콜릿?’ 하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지만, 홋카이도에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엄지손가락을 들게 할 수 있을 만큼 맛있는 초콜릿이 있다. 바로 ‘르 타오’의 초콜릿. 르 타오의 초콜릿 한 조각을 먹어본 뒤, 나에게 오타루는 더 이상 ‘러브레터’의 도시가 아니었다. 르 타오 초콜릿의 맛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오타루가 인기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주인공 료타의 고향임에도 오타루의 지배적 맛에 대한 이미지는 ‘스시’가 아닌 ‘초콜릿’이 될 정도로 르 타오 초콜릿은 강력했다.
1년에 초콜릿을 몇 번 먹는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초콜릿과 친하지 않은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니, 초콜릿 애호가들이 르 타오에 간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초콜릿뿐만 아니라 치즈 케이크와 카망베르 치즈 아이스크림도 꼭 먹어봐야 한다. 르 타오의 놀라운 파티셰들이 만들어놓은 예술 같은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장에서 막 가져와 어느 곳에서보다 생생한 맥주 맛을 볼 수 있는 삿포로 비루엔, 비옥한 대지가 만들어내는 감자 요리와 건강한 소들이 만들어내는 각종 유제품…. 사랑스러운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홋카이도는 빠지면 빠질수록 헤어나오기 힘든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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