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거짓말 경제학</B><BR>최용식 지음/ 오푸스 펴냄/ 280쪽/ 1만4000원
국민이 이명박 정부에게 기대하는 것은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경제정책이 우왕좌왕하면서 물가폭등, 주가폭락, 환율급등 등 금융시장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9월 위기설’은 넘어갔다는 말에도 국민은 극도로 불안한 상태다. 무엇보다 그런 불안감이 내수 소비를 줄여 실물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런 판국이니 해법을 찾는 책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경제 빈곤의 카운트다운’(김재인, 서해문집)은 더 이상의 풍요는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슈퍼 경제대국 미국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신흥 강대국 중국도 시한폭탄을 안고 달리는 기관차와 마찬가지다.
더구나 ‘지구상의 자원’이 고갈되기 시작하자 각국은 자원을 무기화함으로써 국가적 차원에서 생존의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 불과 몇십 년 뒤의 미래도 낙관할 수 없으니 이제 빈곤을 준비해야 할 뿐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거짓말 경제학’은 그야말로 제2의 ‘10년 후 한국’이다. 경제결정론적인 시각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책 뒤에 붙은 ‘명품 대한민국을 위한 2018 부국 프로젝트’까지 읽고 나면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말에 안도할 수 있다. 저자는 1996년 한 의원의 보좌관으로 있으면서 1997년 외환위기를 예측해 보고했고, 그 실력을 인정받아 한때 노무현의 경제교사로 일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진보적 정책을 추구한 노무현 정권 때 경기부진, 국제수지 악화로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비판한다. 민영화와 구조조정 중단, 노동유연성 약화, 재정개혁 중단을 비롯해 규제완화도 시늉에 그쳤다고 한다. 정권 처음부터 끝까지 신자유주의를 배척한 점이 나쁜 성적표를 낸 원인이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모든 악의 근원으로 보는 진보진영에 대해 진보가 싸워야 할 ‘악’은 신자유주의나 자유무역협정(FTA)이 아니라, 성장의 콘텐츠 없이 반대만 일삼는 스스로의 무능이라는 주장도 편다. 그가 내세우는 성공모델은 좌파 혹은 진보의 화두인 종속이론의 태두이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경제를 안정시킨 브라질의 엔리케 카르도수나 ‘외자유치로 경제기적’을 일으킨 아일랜드 등이다. 그런 그에게 규제완화, 개방화, 민영화 등은 틀렸으니 국가의 역할을 더욱 키워야 한다는 장하준의 ‘국가개입주의’, 88만원 세대의 등장을 알리며 승자독식 사회를 비판한 우석훈의 ‘비관주의’가 달가울 리 없다. 그들은 모두 위선의 경제학을 펼치는 사람이라고 비판한다.
물론 이 책의 주 표적은 물가안정보다 성장을 앞세우며 정책 수순을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물가를 폭등하게 만든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이다. 인위적인 성장을 위해 택한 환율방어가 물가폭등을 불러왔고, 물가폭등으로 성장의 발목마저 잡혔으니 물가부터 안정시켜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한국경제사에서 1997년의 환란 말고도 세 차례의 위기가 더 있었음을 알린다. 외환보유고 고갈로 굴욕적인 한일협상을 체결해야 했던 1963년, 갑작스런 고성장이 수입 급증을 불러 국제수지가 악화되고 외환보유고가 고갈된 1973년, 기업의 줄도산과 금융위기를 부른 1982년이다. 거의 10년에 한 번씩 외환위기가 발발했는데, 1997년의 위기까지 포함해 네 차례 모두 무리한 경기부양이 경제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많이 써서 많이 벌자”는 구호에 맞게 등장한 한반도 대운하, 환율방어, 녹색성장 등은 모두 재정 지출을 인위적으로 늘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해 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이라고 날을 세운다. 이런 정책은 늘 지속가능한 성장을 불가능하게 만들면서 물가상승과 외환위기로 이어졌음을 역사를 통해 증명해 보인다.
경제는 살아 있는 생물과 같아서 쉽게 해법이 찾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은 역사 속에서 해법을 찾으면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 ‘경제판단력’을 키워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