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수수께끼 같은 연극 ‘39계단’(패트릭 버로 각색)은 스파이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물이다. 원작은 1915년 발표된 소설인데, 연극의 스토리라인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 것은 앨프리드 히치콕의 동명 영화(1935)다. 소설과 영화 모두 ‘미스터리하고 긴박한’ 분위기로 채워져 있지만, 연극에는 ‘코믹’ 코드가 추가됐다.
배경은 1935년 런던. 리처드 해니는 ‘미스터 메모리’라 불리는 남자가 기억력을 뽐내는 ‘미스터 메모리 쇼’를 관람하러 간다. 그는 그곳에서 처음 만난 애나벨라와 자신의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애나벨라는 영국 공군의 기밀을 빼돌리려는 스코틀랜드의 스파이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둥 ‘39계단’을 찾으라는 둥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기고 살해된다. 해니는 ‘39계단’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녀가 언급한 교수를 찾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날아간다. 그리고 그 교수가 바로 스파이단의 두목임을 알게 된다.
한편 애나벨라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경찰과 스파이단 모두에게 쫓기는 처지에 놓인 해니는 파멜라라는 한 여인을 만난다. 그녀는 처음엔 해니를 경찰에 신고하려 했으나 결국 그를 믿고 돕는다. 우여곡절 끝에 런던으로 돌아온 해니는 ‘미스터 메모리 쇼’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영화를 연극 무대로 옮길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장면 전환이다. 연극에 비해 영화의 장면 수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은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실내와 야외를 넘나드는 기본 무대를 바탕으로 창문, 문, 가로등, 의자 등 소품을 활용해 박진감 있게 극이 진행된다. 또 배우들의 제스처는 영화의 다양한 효과를 대신한다.
이 작품은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의 여러 부문에서 수상한 화제작이다. 국내 공연의 경우 해외 연출자(캐롤라인 레슬리)를 초빙해 제작의 완성도를 기했다. 하지만 유머를 한국말로 번역하면서 재미가 반감되고, 배우들의 연기도 아쉬움을 남긴다. 해니 역의 이원재는 극 중 멘트처럼 ‘찰랑대는 머리와 귀엽고 깜찍한 외모’를 자랑했으나, 타고난 듯한 동안(童顔)과 경직된 연기 때문에 해니의 근엄한 표정과 재기발랄한 제스처의 부조화가 주는 웃음의 코드는 잘 살리지 못했다. 애나벨라, 파멜라, 마가렛 역의 조수정은 캐릭터 변화가 미미했다. 권근용과 김하준은 멀티맨으로서 극에 활력을 북돋웠지만, ‘미스터 메모리’의 경우 바보스러움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세련미를 떨어뜨린 감이 있다. 이러한 부분은 공연을 거듭하면서 나아지리라 기대해본다.
연극 ‘39계단’은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하고 심오한 디테일이 거세된 면은 있지만, 연극 무대에 맞도록 명확하게 재구성된 플롯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극 중 ‘39계단’은 뜻밖의 의미를 갖고 있음에도 숫자의 상징성에 대해 추측하게 함으로써 미스터리한 여운을 남긴다.
배경은 1935년 런던. 리처드 해니는 ‘미스터 메모리’라 불리는 남자가 기억력을 뽐내는 ‘미스터 메모리 쇼’를 관람하러 간다. 그는 그곳에서 처음 만난 애나벨라와 자신의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애나벨라는 영국 공군의 기밀을 빼돌리려는 스코틀랜드의 스파이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둥 ‘39계단’을 찾으라는 둥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기고 살해된다. 해니는 ‘39계단’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녀가 언급한 교수를 찾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날아간다. 그리고 그 교수가 바로 스파이단의 두목임을 알게 된다.
한편 애나벨라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경찰과 스파이단 모두에게 쫓기는 처지에 놓인 해니는 파멜라라는 한 여인을 만난다. 그녀는 처음엔 해니를 경찰에 신고하려 했으나 결국 그를 믿고 돕는다. 우여곡절 끝에 런던으로 돌아온 해니는 ‘미스터 메모리 쇼’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영화를 연극 무대로 옮길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장면 전환이다. 연극에 비해 영화의 장면 수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은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실내와 야외를 넘나드는 기본 무대를 바탕으로 창문, 문, 가로등, 의자 등 소품을 활용해 박진감 있게 극이 진행된다. 또 배우들의 제스처는 영화의 다양한 효과를 대신한다.
이 작품은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의 여러 부문에서 수상한 화제작이다. 국내 공연의 경우 해외 연출자(캐롤라인 레슬리)를 초빙해 제작의 완성도를 기했다. 하지만 유머를 한국말로 번역하면서 재미가 반감되고, 배우들의 연기도 아쉬움을 남긴다. 해니 역의 이원재는 극 중 멘트처럼 ‘찰랑대는 머리와 귀엽고 깜찍한 외모’를 자랑했으나, 타고난 듯한 동안(童顔)과 경직된 연기 때문에 해니의 근엄한 표정과 재기발랄한 제스처의 부조화가 주는 웃음의 코드는 잘 살리지 못했다. 애나벨라, 파멜라, 마가렛 역의 조수정은 캐릭터 변화가 미미했다. 권근용과 김하준은 멀티맨으로서 극에 활력을 북돋웠지만, ‘미스터 메모리’의 경우 바보스러움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세련미를 떨어뜨린 감이 있다. 이러한 부분은 공연을 거듭하면서 나아지리라 기대해본다.
연극 ‘39계단’은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하고 심오한 디테일이 거세된 면은 있지만, 연극 무대에 맞도록 명확하게 재구성된 플롯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극 중 ‘39계단’은 뜻밖의 의미를 갖고 있음에도 숫자의 상징성에 대해 추측하게 함으로써 미스터리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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