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빌리 조엘의‘첫 내한공연’ 포스터(위)와 중독성 강한 ‘아바’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영화 ‘맘마미아’ 스틸컷.메릴 스트립과 피어스 브로스넌의 노래실력도 괜찮아요.
얼마 전 한 지인이 전화로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정신 사납고 알 수 없는 로고들로 도배한 노랑파랑 사이클링 셔츠만큼이나 요란한 7080 프로젝트라는 느낌이 물씬 들긴 했어요. 10명 모으면 하나 공짜인 다단계도 아니고 말이죠. 아니나 다를까, ‘어르신들이 좋아할 공연’이지만 ‘빌리 조엘 나이를 생각하니 꼭 가고 싶다’고 쓴 ‘젊은이’의 블로그도 있더라고요. 저도 솔깃해요. 10명 모을 수도 있어요.
올해 59세인 빌리 조엘은 4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1억장 넘는 앨범을 판 슈퍼스타죠. 노래방에서 ‘뉴욕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New York State of Mind)’나 ‘저스트 더 웨이 유아(Just The Way You Are)’를 부르는 분들도 많잖아요.
추석 전 개봉한 영화 ‘맘마미아’ 덕분에 ‘아바(ABBA)’도 다시 큰 인기를 끌고 있더군요(아니, 그 반대겠죠). 한 라디오 진행자가 “아바는 그만 신청해달라”고 말하는 것도 들었어요. 저도 추석 전에만 ‘맘마미아’를 두 번 봤답니다. 그러니까 이번 주의 ‘잇 위크(It-Week)’ 혹은 ‘머스트 바이(Must-Buy)’는 11월에 하는 ‘빌리 조엘’과 ‘맘마미아’ 티켓입니다. 이번 가을에 이 공연과 영화는 꼭 봐줘야 한다고요. 그런데 예매사이트 들어가보니 심각하게 고민이 되는군요. 빌리 조엘 티켓은 8만~18만원이에요. 후원사 카드로 20% 할인받는다 해도 만만찮아요. 이 돈이면 지금 쇼핑을 망설이고 있는 하이힐을 확 긁어버릴 수도 있겠어요.
과연 그냥 중늙은이는 안 되겠고, ‘어르신’은 돼야 문화를 즐길 수 있어요. 한때 ‘복고 유행’ ‘공연에 온 7080세대’가 대단한 기사가 되기도 했는데, 복고는 대세고 어르신 없는 공연은 아예 존재하질 않아요. 어린 가수들이 ‘쨍하고 해뜰 날’ 같은 노래를 리바이벌하고, 영화감독들은 CG로 1930년대 경성을 재현하는 기술을 경쟁하죠. 드라마 배경도 ‘모래시계’로 돌아가 마치 90년대 TV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최근 가장 새로운 영화 ‘다찌마와리’를 콧물풍선이 작렬하는 코미디가 아니라 ‘텍스트’로 이해하려면 1970년대 문화를 90년대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해요. 젊은 여성들이 어머니 세대가 들던 루이비통의 ‘스피디’ 백을 사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은 또 어떤가요.
젊은 세대와 중장년 세대가 문화를 공유하니 이 아니 좋지 않냐고요? 기성세대가 만든 모든 것을 부정하고 뭔가 ‘쓸데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게 ‘버릇없는’ 젊은이들의 속성 아닌가요? 그러기엔 그들이 너무 바쁘죠. 기성세대의 ‘웰메이드’ 사회에 다리 하나라도 걸치려면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윗사람들에게도 잘 보여야 하니까요. 그래서 젊은 문화 생산자들은 돈을 쓸 만한 ‘어르신’들 취향으로 영화도 찍고 뮤지컬을 기획하고 가수도 키우고 옷도 만들어요. 젊은이들은 인터넷에서 공짜로 다운로드 받은 복고를 소비할 뿐이죠. 새롭고 혁명적이어서 ‘어르신’들을 물먹이는 ‘그들만의’ 문화도 파워풀한 트렌드가 되면 좋겠어요. 언뜻 이것이 세대차로 보이지만,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말한 대로 문화 취향이 경제력의 차이로 결정된다는 말을 증명하는 듯해 씁쓸하기도 해요.
영국에 엘튼 존이 있다면, 미국에 빌리 조엘이 있다고 할 만큼 빌리 조엘은 아주 ‘미쿡적인’ 가수죠. 빌리 조엘의 ‘뉴욕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는 발표 당시보다 2001년 9·11테러 이후와 뉴욕닉스, 뉴욕메츠팀 경기 때 자주 방송되면서 세계적 인기를 얻었다고 해요. 문화적 불로장생을 꿈꾸는 7080세대의 야욕이 이 무렵부터 시작된 건 우연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