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간첩 원정화 씨가 수년간 태연히 군을 드나들며 대남 간첩활동을 벌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우리 군의 기강과 도덕적 해이가 연일 도마에 올랐다. 실제 원씨는 군에서 안보 강연도 하고 현역 장교들과 밀애까지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유혹에 넘어간 몇몇 군인은 원씨가 간첩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그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했을 정도다.
원씨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여경을 사칭한 30대 유부녀에게 위관급 장교와 하사관들이 농락당한 일이 벌어졌다.
경찰 간부라는 말에 얼굴도 보지 않은 채 수천만원의 돈을 건넸는가 하면, 심지어 결혼까지 약속하고 귀금속을 사주는 등 피해 군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천만원 건네고 결혼 약속까지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가 자신을 여경 간부라고 속여 군인들에게 접근한 뒤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윤모(37) 씨를 사기 및 공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한 것은 9월16일.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윤씨의 행각은 주부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치밀했다.
현직 경찰관의 아내이기도 한 윤씨. 그의 일탈은 놀랍게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어느 날 윤씨는 남편의 경찰서 동료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우연히 한 여경과 마주쳤다. 그 순간 윤씨는 ‘여경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고, 이런 순수한 마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이한 ‘사칭’ ‘사기’ 행각의 계기로 바뀌었다.
회식 자리에서 만난 여경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던 윤씨는 자신을 그 여경과 동일시하기 시작했고 집 밖으로 나가 남성들에게 접근했다.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실제 그 여경은 경찰 내에서 이름이 알려진 유능한 경찰관이었는데, 당시 윤씨는 그 여경을 사칭해 나이트클럽 등에서 남성들에게 접근하다 발각됐으며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된 뒤 합의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사기행각 등으로 남편과 사이가 틀어진 윤씨는 친정의 만류로 이혼은 면했지만 그의 일탈은 멈추지 않았다.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당시 윤씨가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기록은 있지만, 한 번의 사기행각 이후 윤씨의 도덕성은 상당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윤씨의 일탈이 도를 넘자 남편은 급기야 별거에 들어갔고,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윤씨는 가출한 뒤 군인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윤씨는 군 장교들의 휴대전화 앞자리가 ‘010-×××× ’으로 시작된다는 점을 이용해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건 군인들에게 자신을 여경으로 소개하는 수법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어제 당직 근무를 섰더니 피곤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군 장교들은 모르는 번호임에도 윤씨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다. 낯선 번호로 온 문자메시지에는 답을 하지 않거나 ‘문자를 잘못 보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상식.
하지만 일부 군 장교들은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윤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씨는 2004년 사기행각을 벌일 당시 사칭했던 그 여경으로 다시 행세했으며, 피해자들은 윤씨의 말을 믿고 계속 연락을 취했다. 만난 군인들에겐 남편의 것을 위조한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문자메시지만으로 군인들과 연결됐다는 점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그만큼 윤씨의 여경 행세가 그럴듯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해서 연이 닿은 군인들은 철저히 윤씨에게 농락당했다. 특히 육군 모 부대 소속 부사관 A(28)씨는 윤씨의 얼굴을 직접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20차례에 걸쳐 5000여 만원을 송금했다. 이 과정에서 윤씨는 A씨의 환심을 사기 위해 휴대전화로 사진을 전송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윤씨는 자신의 사진이 아닌, 유흥업소나 안마시술소 전단지에 등장하는 여성 모델의 사진을 찍어 보냈고, A씨는 감쪽같이 속았다.
경찰조사서 수십여 명과 접촉 주장
다른 부대 위관급 장교 두 명도 윤씨에게 휴대전화를 사주고 한 달치 통화요금을 대납하거나, 결혼하자는 말에 넘어가 3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선물했다. 윤씨는 반지, 보석을 선물한 장교와는 동거까지 했다. 윤씨는 이 장교에게는 A씨한테 받은 돈의 일부를 건네는 등 ‘애정’을 보였다.
윤씨는 자신이 사칭하고 다니는 여경의 근무처로 신원 확인 전화가 걸려오면서 덜미가 잡혔다. 현재까지 경찰 조사에서 윤씨가 접촉했다고 밝힌 군 장교는 수십여 명.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본인 진술에 따른 것이기에 윤씨와 접촉한 피해 군인의 정확한 수와 윤씨의 구체적인 혐의를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가출신고가 돼 있던 윤씨는 사기행각을 벌이는 와중에도 유흥업소를 전전하며 A씨 등에게서 받은 돈을 대부분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사선 변호인도 선임하지 않은 윤씨는 군 장교들과의 화려한 행각이 거짓이 아니라는 진술을 바꾸지 않고 있다.
과연 이어질 검찰 수사에서 윤씨 개인이 과대 포장한 사건에 그칠지, 아니면 실제 일부 군 장교들의 일탈을 또 한 번 드러내는 사건으로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원씨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여경을 사칭한 30대 유부녀에게 위관급 장교와 하사관들이 농락당한 일이 벌어졌다.
경찰 간부라는 말에 얼굴도 보지 않은 채 수천만원의 돈을 건넸는가 하면, 심지어 결혼까지 약속하고 귀금속을 사주는 등 피해 군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천만원 건네고 결혼 약속까지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가 자신을 여경 간부라고 속여 군인들에게 접근한 뒤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윤모(37) 씨를 사기 및 공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한 것은 9월16일.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윤씨의 행각은 주부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치밀했다.
현직 경찰관의 아내이기도 한 윤씨. 그의 일탈은 놀랍게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어느 날 윤씨는 남편의 경찰서 동료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우연히 한 여경과 마주쳤다. 그 순간 윤씨는 ‘여경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고, 이런 순수한 마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이한 ‘사칭’ ‘사기’ 행각의 계기로 바뀌었다.
회식 자리에서 만난 여경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던 윤씨는 자신을 그 여경과 동일시하기 시작했고 집 밖으로 나가 남성들에게 접근했다.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실제 그 여경은 경찰 내에서 이름이 알려진 유능한 경찰관이었는데, 당시 윤씨는 그 여경을 사칭해 나이트클럽 등에서 남성들에게 접근하다 발각됐으며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된 뒤 합의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사기행각 등으로 남편과 사이가 틀어진 윤씨는 친정의 만류로 이혼은 면했지만 그의 일탈은 멈추지 않았다.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당시 윤씨가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기록은 있지만, 한 번의 사기행각 이후 윤씨의 도덕성은 상당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윤씨의 일탈이 도를 넘자 남편은 급기야 별거에 들어갔고,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윤씨는 가출한 뒤 군인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윤씨는 군 장교들의 휴대전화 앞자리가 ‘010-×××× ’으로 시작된다는 점을 이용해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건 군인들에게 자신을 여경으로 소개하는 수법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어제 당직 근무를 섰더니 피곤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군 장교들은 모르는 번호임에도 윤씨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다. 낯선 번호로 온 문자메시지에는 답을 하지 않거나 ‘문자를 잘못 보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상식.
하지만 일부 군 장교들은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윤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씨는 2004년 사기행각을 벌일 당시 사칭했던 그 여경으로 다시 행세했으며, 피해자들은 윤씨의 말을 믿고 계속 연락을 취했다. 만난 군인들에겐 남편의 것을 위조한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문자메시지만으로 군인들과 연결됐다는 점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그만큼 윤씨의 여경 행세가 그럴듯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해서 연이 닿은 군인들은 철저히 윤씨에게 농락당했다. 특히 육군 모 부대 소속 부사관 A(28)씨는 윤씨의 얼굴을 직접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20차례에 걸쳐 5000여 만원을 송금했다. 이 과정에서 윤씨는 A씨의 환심을 사기 위해 휴대전화로 사진을 전송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윤씨는 자신의 사진이 아닌, 유흥업소나 안마시술소 전단지에 등장하는 여성 모델의 사진을 찍어 보냈고, A씨는 감쪽같이 속았다.
경찰조사서 수십여 명과 접촉 주장
다른 부대 위관급 장교 두 명도 윤씨에게 휴대전화를 사주고 한 달치 통화요금을 대납하거나, 결혼하자는 말에 넘어가 3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선물했다. 윤씨는 반지, 보석을 선물한 장교와는 동거까지 했다. 윤씨는 이 장교에게는 A씨한테 받은 돈의 일부를 건네는 등 ‘애정’을 보였다.
윤씨는 자신이 사칭하고 다니는 여경의 근무처로 신원 확인 전화가 걸려오면서 덜미가 잡혔다. 현재까지 경찰 조사에서 윤씨가 접촉했다고 밝힌 군 장교는 수십여 명.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본인 진술에 따른 것이기에 윤씨와 접촉한 피해 군인의 정확한 수와 윤씨의 구체적인 혐의를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가출신고가 돼 있던 윤씨는 사기행각을 벌이는 와중에도 유흥업소를 전전하며 A씨 등에게서 받은 돈을 대부분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사선 변호인도 선임하지 않은 윤씨는 군 장교들과의 화려한 행각이 거짓이 아니라는 진술을 바꾸지 않고 있다.
과연 이어질 검찰 수사에서 윤씨 개인이 과대 포장한 사건에 그칠지, 아니면 실제 일부 군 장교들의 일탈을 또 한 번 드러내는 사건으로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