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현대 여성을 대표하는 ‘청담동 여자들’, 그 상징성을 빌려 우리나라 여성들을 분석해보고 싶었어요.”
심씨는 “20년간 서울을 떠나 살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경이로운 존재는 바로 여성들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파리 여자’나 ‘도쿄 여자’보다 ‘청담동 여자’가 더 경쟁력 있는 이유로 뛰어난 학습력과 센스를 꼽았다.
“청담동 여성들은 불과 10여 년 만에 우리나라가 패션 변방국에서 아시아를 선도하는 패션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구실을 했어요. 이들의 패션에 대한 극성스런 관심과 학습력이 관련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죠.”
그는 파리지엥들이 예술품으로 가득한 도시 풍경, 하루에도 수차례 옷을 바꿔 입게 만드는 변덕스러운 날씨 등 자연적 조건에 의해 ‘프렌치 시크’로 대표되는 패션 감각을 체득했다면, 청담동 여성들은 후천적 노력만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패션 리더가 됐다고 분석했다. 물론 이들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돈이면 뭐든지 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여성들이 많아요. 또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하고 자립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도 능력 있는 남성에게 기대 살고 싶어 ‘옵빠’를 남발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도 들고요.”
2004년 파리와 서울 여성들에 대해 고찰한 ‘파리여자 서울여자’를 펴냈던 그는 올해 10월, 프랑스 여성들을 주제로 한 세 번째 책을 출간함으로써 ‘여자 시리즈’를 완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