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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住테크 달인 방미, 뉴욕에 가다

가수에서 200억대 부동산 부자로 변신 … 맨해튼 콘도에 100억원 투자계획 착착 진행

  • 뉴욕 = 공종식 동아일보 특파원 kong@donga.com

    입력2008-05-27 14: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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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住테크 달인 방미, 뉴욕에 가다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가수 방미. 그는 맨얼굴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종자돈 700만원을 가지고 ‘200억대 부동산 부자’로 변신해 한국에서 화제가 됐던 가수 방미가 3월 뉴욕에 왔다. ‘더 이상 한국에서의 부동산 투자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뉴욕 맨해튼에서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해보겠다’는 꿈을 안고 뉴욕에 입성한 그를 5월19일 맨해튼에서 만났다.

    그는 화장도 하지 않은 맨얼굴이었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별로 비싸 보이지 않는 가방을 메고 있었다. 언뜻 봐서는 수백억원대의 부동산 부자라기보다는 배낭여행 온 여대생 같았다.

    “좋은 물건을 고르기 위해서는 맨해튼 곳곳을 걸어다녀야 해요. 구두를 신고는 오래 걸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운동화를 즐겨 신어요.”

    음식을 주문하지 않아도 주인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앉아 있을 수 있는 델리(간단한 음식을 파는 가게) 2층으로 방미는 기자를 안내했다. 그는 “이미 커피를 마셨다”며 음료를 따로 주문하지 않았다.

    뉴욕에 온 지 3개월도 안 됐지만 방미의 ‘맨해튼 프로젝트’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었다. 맨해튼에서도 좋은 동네로 손꼽히는 86번가에서 51㎡(약 15.4평) 크기의 신축 콘도(한국 개념으로는 아파트)를 67만 달러(약 6억7000만원)에 매입했다. 입주는 10월 예정. 또 역시 중심가에 있는 액세서리 가게를 50만 달러를 주고 인수했다.



    “뭐든지 빨리 행동해야 해요. 저는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물건을 판 뒤 가만히 있지 않았어요. 대출을 더 받아 투자가치가 있는 물건을 곧바로 샀지요. 사람들이 저를 부자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항상 돈이 부족하거든요. 현금이 들어오면 바로 투자를 하니까요.”

    부동산 중개인보다 자신의 발품 더 중시하는 투자원칙 고수

    그는 맨해튼에서는 100만 달러 이하의 콘도에 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사람들은 무조건 큰 부동산만 찾는 경향이 있는데, 맨해튼에서는 오히려 100만 달러 이하의 소형 콘도가 투자가치가 높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방미는 “35번가에 새로 짓는 콘도도 분양 공고만 나면 사려고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밖에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참여하는 호텔 겸 콘도를 분양받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올해 안에 맨해튼에서 3채의 콘도를 사는 것이 그의 목표다.

    방미는 앞으로 맨해튼에서 콘도를 10채까지 사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구입 가격은 모두 1000만 달러(약 100억원)로 예상한다. 그가 맨해튼에서 콘도를 대거 사들이려는 이유는 뭘까.

    “앞으로 한국에 대해 비자면제 프로그램이 시행될 예정이잖아요. 요즘 한국에선 뉴욕의 인기가 무척 높아요. 그런데 맨해튼의 호텔비는 보통 하룻밤에 300~400달러나 해 호텔에 머물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맨해튼에서 구입한 콘도들을 모두 ‘방미 게스트하우스’ 형태로 운영하려고 해요.”

    그가 27년 가까이 해온 부동산 투자의 철칙은 ‘발품 투자’다. 한국에 있을 때는 매일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조깅을 하면서 부동산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이 같은 ‘현장 중시 철칙’은 맨해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맨해튼에서 본 물건만 해도 80개가 넘어요. 콘도만 보는 게 아니라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며 입지 등 투자조건을 조사합니다. 이렇게 두 달을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몸무게가 4kg이나 빠졌어요. 전화만 걸어서는 절대 안 돼요. 현장을 샅샅이 조사하지 않고는 좋은 물건을 발견할 수 없거든요. 부동산을 구입할 때 저는 부동산 중개인이 추천해준 물건보다는 제가 직접 고른 물건을 삽니다.”

    그에게 미국 부동산 경기침체기에 부동산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이유를 묻자, “시장이 침체돼 투자를 꺼리는 시점을 오히려 투자 기회로 본다”는 답이 돌아왔다.

    “맨해튼은 달라요. 전 세계 부자들이 맨해튼 부동산을 탐내잖아요. 세계 부자들이 움직이는 것을 눈여겨봐야 해요.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인기는 요새 많이 떨어졌지만, 뉴욕은 유럽 부자들이 몰리는 등 여전히 인기가 높아요.”

    그의 말대로 맨해튼은 미국을 휩쓴 부동산 경기침체의 ‘무풍지대(無風地帶)’다. 요즘 상승폭이 다소 둔화되기는 했지만. 미국은 재산세가 높다. 맨해튼만 해도 웬만큼 비싼 콘도는 1년에 재산세만 1만 달러(약 100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그러나 방미는 “세금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맨해튼에서 새 콘도를 사면 사실상 10년간은 재산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 모르시죠? 저는 이 때문에 새로 분양하는 콘도만 골라요.”

    그는 새로운 콘도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한국인 투자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32가에서 분양된 어떤 콘도는 절반을 한국인이 샀다고 한다. 특히 ‘미시’라고 부를 만한 젊은 여성들이 많다는 것.

    “지금도 부자지만 투자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방미의 맨해튼 부동산 투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에도 맨해튼 웨스트에서 트럼프가 분양한 콘도를 사서 몇십만 달러의 수익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맨해튼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나라의 부동산에도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캐나다 토론토에도 한 달 동안 머문 적이 있었어요. 좋은 물건이 많이 보였어요. 한국 사람들은 캐나다 부동산 투자하면 밴쿠버를 떠올리지만 저는 달라요. 토론토에는 부동산 가격이 20만 달러인데 월세가 2000~2400달러에 이르는 물건도 있더라고요. 지금은 캐나다달러가 약간 비싸서 기다리고 있는데, 환율만 예정대로 움직이면 사려고 합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에도 다녀왔어요. 모두 투자를 위한 조사인 셈이지요.”

    한국 부동산시장에 대한 의견도 물어보았다. 그는 대뜸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다들 한국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나는 블로그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 부동산시장은 크게 오르지 않을 겁니다. 좀더 용기가 있다면 한국의 비싼 아파트를 팔아서 남은 돈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물론 압구정동 대치동 청담동 여의도는 리모델링 등으로 오를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부자들이 모인 압구정동 아파트도 평당 5000만원은 가지 않을까요.”

    그는 또 용산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용산 미군부대가 이전하고 공원이 들어서면 센트럴파크 주변으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높듯 용산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는 “한강로 부근도 언젠가는 평당 2억5000만원까지 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도 부자인데, 왜 이렇게 힘들게 돌아다니면서 부동산 투자를 계속하는 걸까.
    住테크 달인 방미, 뉴욕에 가다
    “투자하는 게 정말 재미있거든요. 예순다섯 정도가 되면 다른 사람들을 위한 봉사를 하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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