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대게회
영덕 강구항에서 복사꽃 피는 봄날 영덕대게 축제가 열렸다. 4월 하순엔 축산항에서 물가자미 축제도 열렸다. 요즘은 바닷가 축제도 많아 생선 하나에 축제 하나가 열릴 정도다. 축제 주인공으로 오르지 못할 생선은 물 밖으로 낯도 내밀지 말아야 할 형편이다.
영덕대게는 금어기에 접어드는 5월 말까지 맛볼 수 있고, 물가자미는 여름까지 맛볼 수 있다. 아직 한 달의 말미가 남아 있으니 먼저 영덕대게 맛을 보기로 하자. 대게요리는 대게찜 대게탕 대게회 대게전골 대게말이 대게튀김 대게순두부 대게살죽 등이 있다. 그 가운데 대게찜이 가장 인기가 많다.
싱싱하고 쫄깃…찜과는 차원 다른 별미 중 별미
대게를 찌는 법은 그리 까다롭지 않다. 음식점에서는 떡방앗간의 찜솥을 내놓고 센 불로 15분이면 찌지만, 집에서는 30분 정도 쪄야 한다. 먼저 대게를 미지근한 물에 담가 죽은 것을 확인한 뒤, 배가 위로 오게 해서 채반에 얹어 찜솥에 안친다. 이렇게 해야 몸통 속 게장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처음 20분은 센 불로 찌다가 불을 줄여 10분간 더 찐다. 대게를 찌는 도중에는 절대 솥뚜껑을 열어서는 안 된다. 살은 젓가락으로 파먹고, 등딱지 속의 게장은 참기름과 김가루를 넣어 비벼먹는다.
박달대게는 영덕대게 중에서도 속살이 쫄깃하고 차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다르게는 예전에 대게잡이 배가 박달나무로 만들어진 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박달대게를 순수하게 맛보는 방법으로는 대게회가 가장 좋다. 영덕대게회는 강구항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데, 요리가 까다롭고 비싼 데다 찾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이다.
영덕군 남정면 원척리 바닷가에서 ‘청화대’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운용 씨는 10여 년 전부터 대게회를 식단에 올렸다. 대게의 장맛을 제대로 맛보려면 날것이라야 한다. 홍게나 물게의 장은 까맣고 짜다. 하지만 박달대게의 장은 노랗다. 물론 짜지 않고 고소하다. 홍게나 물게는 살이 얇고 적어 횟감으로 적합하지 않지만, 박달대게는 살집이 좋아 횟감으로 제격이다. 살아 있는 박달대게를 다루다 보니 살이 껍데기에 붙어 있어 요리하기가 만만치 않다. 껍데기에서 살을 흩뜨리지 않고 먹음직스럽게 분리하는 법이 요리 비법이다. 이 상황에 이르자 청화대 주인의 눈길이 허공을 가르고 목소리도 어눌해진다. 그냥 비밀에 부쳐둔다.
대게회를 찾는 이들은 대게찜을 충분히 맛보았거나, 특별한 맛을 찾는 미식가들이다. 회는 대게 발끝 마디를 그대로 살려 손으로 들고 먹기 좋게 내놓는다. 껍데기만 떨어져나가고 게살만 외출한 듯하다. 뒤집힌 게 등딱지 안에는 참기름 식초 마늘 파로 양념된 노란 게장이 담겨 있다. 게살이 감칠맛 나는데, 차갑고 쫄깃하고 차진 것이 색다르다. 찐 게살에서 느낄 수 없는 별미다. 대게회는 큰 것은 10만원, 중간 것은 7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