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경북 성주 출신인 이 회장은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건희 회장의 서울사대부고 4년 선배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서울대 경제학과 57학번 동기다. 2004년 세상을 떠난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 과 친구였다.
1965년 삼성 공채 6기로 제일제당에 입사한 이 회장은 입사 13년 만에 제일제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제일모직, 삼성정밀공업(현 삼성테크원), 삼성증권 사장을 지냈으며 삼성 금융소그룹 회장 등을 거쳐 95년 삼성생명 회장 자리에 올랐다. 91년에는 삼성그룹 비서실장(현 전략기획실장), 99년에는 삼성그룹 구조조정위원회 위원장(현 전략기획실장)을 맡아 이건희 회장 체제를 반석 위에 올려놨다. 2002년 초 ‘후배 양성’을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삼성라이온즈 구단주,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 이사 등을 맡아 조용히 사회봉사 활동에 매진했다.
화려한 경력과 달리 이 회장은 삼성 내에서 “검소하고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계열사 임원의 상갓집에서 화제가 됐던 너덜너덜한 신발이 지금도 삼성 직원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다.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자주 관전하면서도 말없이 왔다 가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조차 구단주가 경기장에 왔었는지 몰랐다는 사실은 그의 소탈한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일처리만큼은 경리 분야 출신답게 치밀하고 꼼꼼하다는 평가다.
그룹을 대표하는 자리에 올랐지만 이 회장의 향후 행보는 상당히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와 삼성 측의 전망이다. “경영, 인사, 재무 등 그룹 업무 전반을 관장하던 이건희 회장의 역할과는 비교가 안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것.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수빈 회장의 역할은 대외 활동에 국한된다. 그룹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의 자율체제로 전환될 것이다. (그의) 역할과 거취는 해외경영에 뛰어들 이재용 상무의 복귀 시기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2007년 8월 발간된 ‘삼성생명 50년사(史)’에서 이 회장은 외환위기 극복과정을 설명하며 “누구와 상의도 못하고, 상의하더라도 결국 결정은 내가 내려야 했기 때문에 책임자로서의 대표이사 자리는 무척 외로웠다”고 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앞으로 그가 걸어갈 길은 그때보다 더 외롭고 험난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특검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삼성을 향한 ‘전투 모드’를 풀지 않고 있는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 회장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과연 이수빈 회장 체제의 삼성은 순항할 수 있을까. 국민의 눈과 귀는 여전히 삼성그룹 본사가 자리한 태평로를 향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