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기의 ‘Atomaus 2008’. 캔버스를 이등분해 위에는 추상화를, 아래에는 아토마우스를 그렸다.
아토마우스는 유니폼을 입고 있다. 이 유니폼은 1970, 80년대 한국의 남학생들이 입었던 교복 모양이다. 유니폼에는 단추가 달려 있고, 가슴에는 이름표 대신 A라는 알파벳이 자리한다. 당초 작가는 아토마우스의 첫 글자로서 A를 선택했고, A에 어떤 고정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후 사람들은 이 A를 다양하게 해석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미술(art)의 A, 최고를 뜻하는 에이스(ace)의 A, 원자(atom)의 A 등이다. 또한 아토마우스는 등에 종종 망토를 걸치고 있는데, 망토는 영화와 만화의 슈퍼히어로들이 상투적으로 착용하는 소품이다.
전시회의 제목 ‘더블 비전(Double Vision)’이 의미심장하다. 지난 15년간 이동기는 아토마우스를 중심으로 한 팝아트 스타일의 구상회화를 그려왔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추상이 등장했다. 그는 캔버스를 위아래로 이등분해 윗부분에는 추상화를 , 아랫부분에는 아토마우스를 그렸다. 이전까지의 작업이 비교적 평면적이었다면 이번 작업은 입체적 형상을 띤다. 더불어 특정 사건을 암시하는 동작과 물건이 등장해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멈춘 듯한 인상을 준다. 즉 특정한 내러티브가 내재된 듯하다.
반면 윗부분의 추상에는 스토리가 아예 없다. 추상은 기하학적(geometric)이지 않고, 생물형태적(biomorphic)이지도 않다.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물감을 거칠고 두껍게 발랐기 때문에 단지 물감 덩어리 그 자체로 보인다.
입체적 형상 작업으로 균형과 공존 추구
이동기의 이미지들은 세상의 모든 복잡한 요소와 연관돼 있다. 그 안에는 추상과 구상, 물질과 정신,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숭고와 시뮬라크르, 무거움과 가벼움, 실재와 환상, 내부와 외부 등이 혼재한다. 이동기는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 창조하지 않는 것은 사실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하듯, 어떤 주장을 하거나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작가의 주관적 세계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이것을 ‘비주관적 작품’이라 칭할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 또는 ‘반(反)주관적’인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오히려 서로 이질적인 혹은 대립되는 두 영역 사이의 균형과 공존이 그가 추구하는 예술세계다. 전시는 3월29일까지 청담동 ‘갤러리 2’에서 열린다. 문의 02-3448-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