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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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 속에 떠다니는 초현실적 인생

  • 류한승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입력2008-01-23 18: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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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폐 속에 떠다니는 초현실적 인생

    HYPERREALISM : Statue of Brother

    작가 전준호는 화폐 그림을 이용한 동영상 작업, 즉 ‘뱅크 노트’ 연작으로 유명하다. 그 첫 작업이 한국 돈을 소재로 한 ‘부유(富裕/浮游)하다’라는 제목의 전시였다. 작품은 각각 1만원, 5000원, 1000원권 뒷면에 그려진 경회루, 오죽헌, 도산서원의 텅 빈 공간에서 작가가 홀로 인적을 찾아 방황하는 장면들로 그려졌다. 그는 실제 지폐와 인물의 움직임을 합성해 마치 돈 속에서 사람이 떠다니는 것처럼 표현했다. 결과적으로 그것 자체가 실제와 허구의 모호한 공간을 형성했고, 관객은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상상의 차원으로 빠져든다.

    이어 제작한 ‘In God We Trust’와 ‘The White House’전은 달러를 사용함으로써 자본을 통해 세계 패권화를 추구하는 미국의 부당함을 표현했다.

    1월18일부터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영상 9점, 조각 3점, 회화 1점 등 총 1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냉전체제의 현실을 다룬 ‘HYPERREALISM(극사실주의)’ 연작이다.

    지폐 속에 떠다니는 초현실적 인생

    ‘In God We Trust’(왼쪽), HYPERREALISM : General MacArthur’

    북한 화폐 배경으로 북한 사회 흐름 풍자하기도

    ‘HYPERREALISM 1’은 북한의 100원이 배경이다. 화폐 중앙에는 김일성의 초상화가 어렴풋이 나타나며, 그 아래에는 김일성의 생가가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친 듯 피곤해 보이는 남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간다. 버릇처럼 감시하는 자가 있나 없나를 살피지만, 더는 감시하는 사람도 없고 감시 대상도 아니다. 이데올로기에 의해 극단적으로 분열되고 서로 배척하고 감시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점차 퇴색하고 자본에 종속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HYPERREALISM : General MacArthur’에서는 맥아더가 “I shall return”을 계속해서 외친다.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격을 피해 필리핀을 떠나면서 그가 했던 말이다. 맥아더는 1944년 필리핀 레이테에 상륙하면서 돌아온다던 약속을 지킨다. 맥아더는 1950년 6·25전쟁 때 다시 인천상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인천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작전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그는 미 합동참모본부를 설득해 상륙을 감행한다.

    ‘HYPERREALISM : Statue of Brother’는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는 ‘형제의 상’을 모티프로 한다. 전장(戰場)에서 만난 남한 장교인 형과 북한의 인민군 동생 이야기다. 황해도 평산군에 살던 형제는 광복과 분단으로 동생은 북쪽 군인이 되고, 형은 남쪽 군인이 된다. 충북 죽령 전투에서 형은 적군인 동생을 보게 되고, 그는 곧장 동생에게 달려가 껴안는다. 전시는 3월9일까지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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