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드의 여왕’, ‘카르멘’(오른쪽).
볼쇼이극장은 국립이지만 모스크바시의 후원을 받는다. 볼쇼이극장이 전통과 관록을 상징한다면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은 젊음과 신선함을 나타낸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연출을 보기 위해, 젊은 신예 성악가를 만나기 위해 가는 곳이다. 그래서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의 연출은 늘 신선하며 새로운 자극제를 제공한다.
그 중심에 상임연출가 알렉산드르 티텔이 있다. 그는 이미 연출력을 인정받아 푸치니 ‘라 보엠’으로 러시아의 토니상이라 불리는 최고 권위의 ‘황금가면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한국오페라단 초청으로 ‘라 보엠’을 예술의전당에서 성황리에 공연하기도 했다.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 오페라단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 비제의 ‘카르멘’(6월28~30일)과 차이코프스키 ‘스페이드의 여왕’(7월5~7일)을 새로 생긴, 아름답고 음향이 뛰어난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극장에서 선보인다. 야외무대에서는 시민을 위해 무료로 ‘러시아 음악의 밤 갈라 콘서트’가 열린다.
티텔 연출의 ‘카르멘’은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의 집시 여인 ‘카르멘’ 버전이 아니라 나이트가운과 란제리를 입은 ‘카르멘’, 담배공장 동료들이 등장한다. ‘스페이드의 여왕’도 기존의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 버전이 아니라 티텔이 새롭게 연출해 무대에 올린다.
‘뜨거운’ 두 개의 오페라를 연속 공연하는 것은 음악적으로 의미가 크다. 차이코프스키는 최고의 이상적인 오페라로 ‘카르멘’을 꼽았다. 그가 파리에서 ‘카르멘’을 보고 난 뒤 자신도 이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의욕적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스페이드의 여왕’이다. ‘스페이드의 여왕’(푸슈킨 원작소설) 내한공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필자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 오페라는 사랑과 도박에 관한 남자 게르만의 로망을 담고 있다.
♪ 산모가 약을 잘못 복용해 생긴 선천적 톨레도마이드 병으로 손발이 짧게 태어난 독일 바리톤 토마스 크바스토프. 입지전적인 그의 성공 스토리와 함께 그가 부르는 노래는 전 세계 수많은 팬들의 심금을 울려왔다. 그동안 크바스토프의 전매특허는 슈베르트 등의 독일 가곡이었다. 콘서트는 물론 그의 슈베르트 음반은 늘 인기를 끌었는데, 그가 새로운 장르인 재즈에 도전했다.
그의 재즈 앨범 제목은 ‘무슨 일이 생기는지 보자(Watch What Happens)’. 정말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다. 크바스토프는 어린 시절부터 재즈를 사랑했고 대학생 때 클럽에서 몇 년간 재즈를 노래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가 부르는 재즈 넘버들이 오래 묵은 듯 독특한 향을 발휘하고, 그의 독일 가곡에서는 들을 수 없는 비음 섞인 애잔함과 멜랑콜리함이 담겨 있다.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아 풍부한 사운드를 들려주며 찰리 채플린 작곡 ‘Smile’, 로저스의 ‘My Funny Valentine’ 같은 클래식 넘버부터 스티비 원더의 ‘You · I’까지 담겨 있어 한 곡 한 곡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