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필라델피아의 심장병 전문 의료기관인 가이싱어 병원이 수술 후유증이 있거나 재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재시술을 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져 국내 환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수술 환자 사후관리는 환자 처지에선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일. 하지만 적자에 허덕이며 무한경쟁으로 환자 유치에 혈안이 된 국내 병·의원 업계로선 아직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미 20년 전부터 수술 환자를 위해 애프터서비스를 한 병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화제의 병원은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자리한 송도병원. 국내 대장항문 전문병원 1호인 이 병원은 1987년 서울 청량리에 문을 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재발한 항문수술 환자에게 무료 수술을 시행해왔다.
환자들 수술 두려움 없애주는 효과
직접 수술한 환자를 위해 해당 병원 스스로 치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애프터서비스를 해주기란 쉽지 않은 일. 송도병원은 왜 이처럼 유례없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해온 것일까. 외과(대장항문) 전문의인 송도병원 이종균(57) 이사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치질 등 항문질환은 잘 재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재발 환자는 꼭 있다. 의사로서 나는 무엇보다 재발 원인을 구명해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나한테 수술받은 환자가 추후 재발했을 때 다시 나를 찾아오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항문수술에 대한 환자의 공포는 크다. 특히 1980년대만 해도 대장항문외과는 일반외과 중 가장 중요도가 낮은 영역으로 인식돼 관련 의료인력 양성이나 의료기술 개발이 처져 있었다. 게다가 항문질환 환자 상당수가 외과적 처치보다 민간요법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 치질수술 하면 으레 아프고 힘들며 재발이 잦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를 간파한 이 이사장은 재발 두려움을 언급하며 수술하길 망설이는 환자들을 설득했고, 만일 재발하면 무료 수술을 해주겠다고 구두약속을 했다. 이게 시작이었다. 재발 환자에 대한 무료 수술이 환자 유치 등 경영 차원의 목적이나 특화 전략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 이사장이 1981년 개업한 병원은 의원급인 용산외과. 그때도 대장항문 질환자를 집중 진료했지만, 본격적으로 대장항문 전문병원을 표방한 것은 6년 뒤 청량리에서 30병상 규모의 송도병원을 열면서부터다. 이 때문에 재수술을 받으러 찾아오는 환자도 송도병원 초창기에 수술을 받았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동호(가명·47) 씨도 그런 경우다. 1993년 치질(치핵) 3기로 진단받아 수술을 받은 그는 10여 년 지난 뒤부터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기까지 30분 이상 걸리는 데다 잔변감을 많이 느꼈다. 그러던 중 항문에 무엇이 만져지자 다시 송도병원을 찾아 재수술을 받았다. 원인은 화장실에서 잡지를 오래 읽는 배변습관 때문이었다.
환자들 입소문 덕에 저절로 홍보
1998년 항문출혈로 치질(치핵) 3기 진단을 받고 수술받았던 남건선(가명·42) 씨도 재수술을 받은 경우. 그는 영업부장이라는 직책상 술자리가 잦아 치질이 재발했으나 송도병원의 애프터서비스로 걱정을 덜었다.
재수술 환자들의 호응도는 높다. 송도병원이 환자와 한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입소문내주겠다는 환자, 여고생 때 치질수술을 받고 결혼 후 아이 셋을 낳은 뒤 치질이 재발하자 다시 송도병원에서 재수술을 받고는 병원 홍보대사가 되겠다고 한 주부도 있었다.
재발환자 무료 수술 서비스는 수술 집도의로 하여금 더욱 신중히 수술에 임하게 하는 효과도 거둔다. 실제로 송도병원은 전문의를 충원하면 1년 동안 새로 임상 트레이닝을 시킨다. 누가 집도하든 수술의 수준이 똑같게 하기 위해서다.
이런 덕분인지 송도병원은 현재 대장항문 분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간병원으로 성장했다. 신당동 본원과 하남 송도병원, 강서 송도병원을 합쳐 300병상을 보유하며, 개원 이래 19만건의 수술 실적을 자랑한다. 2004년엔 보건복지부가 대장항문 전문병원 시범기관으로 지정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06년 치질수술 실적은 전국 1위, 대장암 수술 실적은 7위를 기록했다. 올 8~9월엔 몽골 울란바토르에도 대장항문 전문병원을 연다.
송도병원의 재수술 대상은 치질(치핵), 치루(항문샘에 고름이 잡혀 구멍이 생기는 병) 등 모든 항문질환 수술이다. ‘보증기간’은 따로 없다. 수술비와 병실료는 무료지만, 환자 식대와 무통주사는 본인 부담이다. 재수술 서비스는 명문화된 규정이 아니지만, 병원 측은 퇴원 전 수술 환자에게 통보해준다.
이 이사장은 “송도병원의 항문수술 재발률은 정확한 집계가 없어 알기 어렵지만, 2001~06년 항문질환 수술이 4만6305건인 데 비해 2007년 6월 현재 재수술을 위해 찾아오는 환자는 한 달에 1~2명꼴”이라며 “잘못된 배변습관과 과음 등만 경계해도 재발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수술 환자 사후관리는 환자 처지에선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일. 하지만 적자에 허덕이며 무한경쟁으로 환자 유치에 혈안이 된 국내 병·의원 업계로선 아직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미 20년 전부터 수술 환자를 위해 애프터서비스를 한 병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화제의 병원은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자리한 송도병원. 국내 대장항문 전문병원 1호인 이 병원은 1987년 서울 청량리에 문을 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재발한 항문수술 환자에게 무료 수술을 시행해왔다.
환자들 수술 두려움 없애주는 효과
직접 수술한 환자를 위해 해당 병원 스스로 치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애프터서비스를 해주기란 쉽지 않은 일. 송도병원은 왜 이처럼 유례없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해온 것일까. 외과(대장항문) 전문의인 송도병원 이종균(57) 이사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치질 등 항문질환은 잘 재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재발 환자는 꼭 있다. 의사로서 나는 무엇보다 재발 원인을 구명해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나한테 수술받은 환자가 추후 재발했을 때 다시 나를 찾아오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항문수술에 대한 환자의 공포는 크다. 특히 1980년대만 해도 대장항문외과는 일반외과 중 가장 중요도가 낮은 영역으로 인식돼 관련 의료인력 양성이나 의료기술 개발이 처져 있었다. 게다가 항문질환 환자 상당수가 외과적 처치보다 민간요법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 치질수술 하면 으레 아프고 힘들며 재발이 잦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를 간파한 이 이사장은 재발 두려움을 언급하며 수술하길 망설이는 환자들을 설득했고, 만일 재발하면 무료 수술을 해주겠다고 구두약속을 했다. 이게 시작이었다. 재발 환자에 대한 무료 수술이 환자 유치 등 경영 차원의 목적이나 특화 전략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 이사장이 1981년 개업한 병원은 의원급인 용산외과. 그때도 대장항문 질환자를 집중 진료했지만, 본격적으로 대장항문 전문병원을 표방한 것은 6년 뒤 청량리에서 30병상 규모의 송도병원을 열면서부터다. 이 때문에 재수술을 받으러 찾아오는 환자도 송도병원 초창기에 수술을 받았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동호(가명·47) 씨도 그런 경우다. 1993년 치질(치핵) 3기로 진단받아 수술을 받은 그는 10여 년 지난 뒤부터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기까지 30분 이상 걸리는 데다 잔변감을 많이 느꼈다. 그러던 중 항문에 무엇이 만져지자 다시 송도병원을 찾아 재수술을 받았다. 원인은 화장실에서 잡지를 오래 읽는 배변습관 때문이었다.
환자들 입소문 덕에 저절로 홍보
송도병원의 항문수술 모습.
재수술 환자들의 호응도는 높다. 송도병원이 환자와 한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입소문내주겠다는 환자, 여고생 때 치질수술을 받고 결혼 후 아이 셋을 낳은 뒤 치질이 재발하자 다시 송도병원에서 재수술을 받고는 병원 홍보대사가 되겠다고 한 주부도 있었다.
재발환자 무료 수술 서비스는 수술 집도의로 하여금 더욱 신중히 수술에 임하게 하는 효과도 거둔다. 실제로 송도병원은 전문의를 충원하면 1년 동안 새로 임상 트레이닝을 시킨다. 누가 집도하든 수술의 수준이 똑같게 하기 위해서다.
이런 덕분인지 송도병원은 현재 대장항문 분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간병원으로 성장했다. 신당동 본원과 하남 송도병원, 강서 송도병원을 합쳐 300병상을 보유하며, 개원 이래 19만건의 수술 실적을 자랑한다. 2004년엔 보건복지부가 대장항문 전문병원 시범기관으로 지정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06년 치질수술 실적은 전국 1위, 대장암 수술 실적은 7위를 기록했다. 올 8~9월엔 몽골 울란바토르에도 대장항문 전문병원을 연다.
송도병원의 재수술 대상은 치질(치핵), 치루(항문샘에 고름이 잡혀 구멍이 생기는 병) 등 모든 항문질환 수술이다. ‘보증기간’은 따로 없다. 수술비와 병실료는 무료지만, 환자 식대와 무통주사는 본인 부담이다. 재수술 서비스는 명문화된 규정이 아니지만, 병원 측은 퇴원 전 수술 환자에게 통보해준다.
이 이사장은 “송도병원의 항문수술 재발률은 정확한 집계가 없어 알기 어렵지만, 2001~06년 항문질환 수술이 4만6305건인 데 비해 2007년 6월 현재 재수술을 위해 찾아오는 환자는 한 달에 1~2명꼴”이라며 “잘못된 배변습관과 과음 등만 경계해도 재발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