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2월27일까지 서울 대학로 ‘시어터 일’(옛 동숭씨네마텍)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판타스틱스’(원제 The Fantasticks)는 ‘연극열전’ 당시 평균 객석점유율 93.1%를 기록한 화제작. 달빛 아래 울려 퍼지는 낭만적 뮤지컬 넘버들과 아기자기한 연출이 관객을 청년 시절의 추억으로 이끄는 작품이다.
부모의 반대가 없었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그렇게 뜨거웠을까, 변학도가 훼방을 놓지 않았더라도 성춘향과 이몽룡은 끝내 결혼했을까 따위의,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보았을 법한 상상이 이 뮤지컬의 출발점.
이웃에 사는 오랜 친구 둘이 서로의 딸, 아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집 사이에 높은 담을 쌓고 원수인 체 행세하는 것으로 이 작품은 시작된다. ‘하지 말라고 하면 기어이 하고야 마는’ 젊은이들의 ‘청개구리 정신’을 역이용한 이 귀여운 계략은 일단 성공하는 듯하다. 자신들이 부모의 ‘공작’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두 주인공 마트와 루이자는, 매일 밤 벽 너머에서 사랑을 속삭이며 자신들을 짓누르는 ‘낭만적 고난’에 열정적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이 우스꽝스러운 사랑놀음 사이로 “만약 내 딸년이 젊은 놈을 끌고 와서 ‘아버지, 이 사람하고 결혼하겠어요’ 하고 말할 때, 내가 ‘그놈하고는 안 돼’ 하면 난 사위를 얻지요” 같은 재치 넘치는 뮤지컬 넘버들이 흘러 객석을 폭소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은은한 초승달빛 아래서 펼쳐진 이들의 사랑이 비밀과 낭만마저 모두 ‘까발려버리는’ 태양 아래서도 지속될 리 없다.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달빛처럼, 환상도 사랑도 청춘도 영원하지 않다. 그 뒤에 찾아오는 건 ‘현실’. 그래서 이 작품은 현재 사랑을 나누는 이들이 아니라, 가슴 설레던 열여덟 스물 시절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이들에게 다가서는 청춘의 송가(頌歌)가 된다. 홍콩가수 리밍(黎明·여명)과 우리나라의 성시경 등이 불러 널리 알려진 노래 ‘기억해보세요(Try to remember)’가 실은 이 작품의 주제곡인 것도 이 때문이다.
등장 시간이 짧음에도 제대로 된 슬랩스틱 코미디를 구사하며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인디언 역의 서현철·이현철, 안정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극의 재미를 더해주는 두 아버지 역의 한성식·권유진 등 배우들의 열연도 볼거리다. 문의 02-762-0010
청춘예찬
관객모독
이번에는 대학로에서 공연한 ‘연극열전’ 때와 달리 강남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매주 월요일 오후 공연을 하지 않는 대학로 시스템을 버렸다. 직장인 관객이 많은 지역의 특성에 따르기 위해 월요일 저녁에 공연을 하는 대신 일요일을 쉬는 것. 금요일, 토요일에는 오후 10시 심야공연도 한다. 주진모 전수환 이지현 방승구 등 출연. 2월26일까지. 문의 02-6000-6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