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유 정신을 안고 태어난 인터넷, 특히 ‘웹(Web)’ 서비스는 피땀 흘려 콘텐츠를 구축해온 이들에게 ‘재앙’이나 다름없는 악마와 같은 기술이었다. ‘영화-극장’과 같은 우월적 오프라인 배급구조를 갖지 못한 출판 음반 등 고전적 미디어 산업은 지난 10년간 정보통신 혁명 흐름 속에서 경제주권을 상실하고 말았다. 출판계의 총아인 백과사전이 대표적인 희생양이다. ‘학문을 통한 자유의 확대’를 주창한 디드로의 백과사전파가 프랑스혁명의 토대가 됐을 만큼 백과사전은 지난 200여년간 ‘지식의 보고’ 구실을 해왔다. 그러나 엄청난 편찬 비용으로 출판사가 명운을 걸고 제작해온 종이출판시대의 황제인 백과사전은, PC의 등장에 이은 인터넷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책장 에 유폐되고 말았다. 두산동아-네이버 강력한 선두주자 이런 백과사전이 최근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며 다시 뛰어오를 채비를 갖추기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과정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적(인터넷)과의 과감한 동침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우선 검색엔진 분야 최고 점유율을 보이는 네이버는 지난해 말 백과사전 업체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두산동아의 ‘엔사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선언했다 “오픈사전 100만 지식 구축 대장정”을 선언한 네이버는 신변잡기적인 지식검색에 백과사전의 권위를 더해 국내 최고의 검색엔진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현재 백과사전 수록 항목은 10여만개). 백과사전의 무기는 잡다한 정보가 아닌 ‘신뢰성 있는 검증된 지식’일 수밖에 없다. 뒤집어 말하면 양으로 승부하는 인터넷의 약점을 ‘검증된 지식’으로 공략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이 두 업체의 독점적 계약은 포털업체들을 긴장시켰다. 우선 네이버가 포털들의 전성시대에 관행처럼 굳어진 CP(콘텐츠 제공업자) 홀대정책을 과감하게 포기했기 때문. 네이버는 두산동아와 독점 계약을 하면서 사용료로 수십억원대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네티즌들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더욱 폭이 넓어진 지식검색을 백과사전 개념에 도입한 ‘열린백과사전’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떠올랐다. 네이버가 검색엔진 분야에서 1위로 도약하는 데 백과사전의 공이 적지 않은 셈이다. 여타 포털들에 의해 천시받던 백과사전 콘텐츠를 네이버가 제대로 대접해주자 두산동아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두산동아는 백과사전 책과 CD롬 판매를 포기한 상황에서 독점 계약 이전엔 각 포털업체에서 월 1000만원씩의 콘텐츠 사용료를 받아왔다는 후문이다. 네이버에 일격을 당한 다음, 엠파스, 한미르, 드림위즈 등 후발주자들은 제2백과사전 업체인 ‘동서문화사’에 매달려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동서문화사 역시 백과사전 사업의 몰락과 독자적인 온라인 사업의 틀을 확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다 반가운 손님들을 맞이한 셈이다. 동서문화사의 ‘한국세계대백과사전’은 발행인인 고정일씨(65)가 20여년 동안 180억원을 투자해 만든 역작이지만 판매로 연결되지 못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동서문화사는 최근 콘텐츠 제휴회사를 네이버 이외 거의 모든 포털업체(8개)로 확대하며 부활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
아직까지는 ‘두산동아-네이버’ 연합군의 전략이 한발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이미 지식검색으로 국내 검색엔진 시장을 휩쓴 네이버는 ‘오픈 백과사전’, 이른바 네티즌들의 참여를 통해 백과사전의 범위를 확장했으며, 앞으로는 멀티미디어와 접목된 실생활 정보를 모바일로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고정일씨는 “백과사전의 권위는 잡다한 정보가 아닌 백과사전에 오를 만한 정확하고 가치 있는 지식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과연 어떤 포털과 백과사전의 전략이 승리할지, 백과사전 업계의 반가운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백과사전의 양대 업체인 두산동아와 동서문화사가 포털업체들의 적극적인 애정공세로 부활의 호기를 맞이했다.
아직까지는 ‘두산동아-네이버’ 연합군의 전략이 한발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이미 지식검색으로 국내 검색엔진 시장을 휩쓴 네이버는 ‘오픈 백과사전’, 이른바 네티즌들의 참여를 통해 백과사전의 범위를 확장했으며, 앞으로는 멀티미디어와 접목된 실생활 정보를 모바일로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고정일씨는 “백과사전의 권위는 잡다한 정보가 아닌 백과사전에 오를 만한 정확하고 가치 있는 지식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과연 어떤 포털과 백과사전의 전략이 승리할지, 백과사전 업계의 반가운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