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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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기준 바꾸면 해결?” 산자부 자동차 연비 무지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3-05-15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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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측정 기준 바꾸면 해결?” 산자부 자동차 연비 무지

    국립환경연구원의 자동차 연비 측정 장면.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가 5월1일부터 전면 시행한 자동차 연비(燃比) 측정 방법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산자부가 현행 우리나라 공인연비의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연비 측정기준을 바꿈으로써 산자부의 무지를 그대로 드러냈을 뿐 아니라 연비표시제도 자체의 신뢰성마저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

    산자부는 5월1일부터 출고되는 모든 차량의 공인연비 측정기준을 기존 ‘6400km 주행 후’에서 ‘160km 이내 주행 후’로 바꿨다. 작년 7월2일 고시한 ‘자동차의 에너지 소비효율 및 등급 표시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이날 발효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10월1일부터 ‘신차’에 한해서 이 기준을 적용해오다 이번에 적용대상을 모든 차량으로 확대한 것.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상 실험 모드를 주행하는 시험을 거쳐 공인연비 값을 얻고 있다. 산자부가 이번에 연비 측정기준을 바꾼 것은 운전자들이 체감하는 연비와 공인연비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불만과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산자부의 기준 변경으로 기아의 비스토가 28.7% 가량 떨어진 것을 비롯해 거의 모든 차량의 공인연비가 과거 기준에 비해 떨어졌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산자부의 이번 조치가 운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공인연비의 신뢰성만 더 떨어뜨리게 됐다고 지적한다. 연비 측정 기관인 국립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새 기준으로 연비를 측정할 경우 같은 차량이라고 해도 들쭉날쭉한 결과가 나올 텐데 어떤 수치를 공인연비로 정할지 헷갈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자동차를 길들인 후에 연비를 측정한 나라가 별로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새 기준을 적용했다”고 해명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공인연비와 체감연비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진정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그동안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은 먼저 나온 동급의 경쟁 차종보다 높은 공인연비를 얻기 위해 기술개발에 노력하기보다는 편법을 동원하는 데만 골몰해 왔다”고 귀띔했다.

    실제 소나타 2.0ℓ(수동 5단 변속기, 휘발유 차량 기준)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같은 조건의 크레도스 2.0ℓ의 공인연비는 12.6이었으나 그 이후 나온 레간자 2.0ℓ와 EF소나타 2.0ℓ는 각각 13.5와 14.1이 됐다. EF소나타는 소나타보다 무려 12%의 연비 향상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아무리 기술이 더 개발됐다고 해도 차량의 대폭적인 개념 변화 없이 연비를 10% 이상 향상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EF소나타의 공인연비가 엉터리라는 방증은 또 있다. 우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공인연비를 측정하는 미국에서는 1999년 식 동급 차종의 평균연비가 11.2에 불과했다. 이 결과대로라면 EF소나타를 생산하는 우리나라의 연비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산자부의 이번 조치는 이런 부분에 대해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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